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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Dec 06. 2018

한발 뒤에 물러서서 더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네

절필했다가 다시 컴백하다 ㅎ

사실 필자는 이 책을 쓰다가 그만쓰려고 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었다.


1. 내가 지금껏 밥을 벌어먹은 환경은 많은 이익집단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헌데 이들 이익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발언을 하려면 내 삶의 안정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2. 내 이야기들이 향하는 곳은 결국에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려는 학생들이고 그들의 학비를 대는 학부형이 될 것이다. 헌데 그들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고 감쌀만한 마음의 준비가 없었다. 그들을 질책하기는 쉬운일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감싸안을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1번의 경우를 설명하자면 이런 얘기다. 필자는 아직까지도 4차 산업혁명을 허구라고 생각한다. 다분히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호라고 생각한다.


사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얘기는 우리나라에서만 크게 이야기 되는 개념이다. 다른나라의 엔지니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은 "아니 그런게 있어? 그게 뭔데?" 라는 반응을 보인다. 후진국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냐고? 아니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현지 엔지니어들과 이야기 하면서 나오는 반응들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 대통령선거를 끼고서 화두가 되었던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리더로서 자신이 적합하다. 그러니 자신을 지지해 달라. 대통령으로 뽑아달라. 그러면 자신은 대한민국이 미래에 대단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 보겠다... 뭐 그런 차원에서 많이 부풀려지고 과장되어진 용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각 기업들도 한 몫 거들었다. 당신들은 지금 넋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당신들이 지금 편안하게 지내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당신들은 지금 껏 보지도 못하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들은 미래의 낙오자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물건은 사야하고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한다. ( 그러니 돈을 써라... ) 라는 뉘앙스를 여기저기에서 폴폴 풍겼다.


필자는 나름 대기업에서 직원으로 4년 그리고 전임교수로 18년을 재직했다. 프로그래밍 경력은 그 이상이다. 나름 내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자부해 왔고 아직도 그러하다. 나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내가 지금껏 경험한 경험과 직관을 동원한다면 할 말이 꽤 많다. ( 물론 내가 말한대로 미래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익집단의 이익에 휘둘려서 거짓말은 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


그러한 나 자신을 걸고 이야기 한다면 사실 필자는 필자 주위의 다양한 이익집단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을 지 몰라서 겁이난다.


4차산업혁명의 대열에 빨리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거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라고 이야기 했다가 무슨 욕을 들을지 모르겠고...


블럭체인기술 하나 익혀서 자신이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꿈에 부풀어있는 젊은이 앞에 '그거 하나도 중요하거나 대단한거 아니니깐 제발 꿈 깨고 기본부터 차근하게 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라고 얘기할 엄두가 안나고


자신의 자녀를 코딩학원에 보내놓고 ( 그래봐야 일주일에 2시간 정도? )는 마치 자신의 자녀가 삼성을 넘어서 구글입사를 할 것 같은 기대에 부풀어 있는 학부형들에게 "그렇게 배운 지식은 절대로 대단한 지식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겉멋만 들어서 제대로 된 기초를 쌓기도 전에 자멸할 수가 있어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미운털 박힐 엄두가 안난다.


그래서 오랜기간 글을 쓰지 않았다. 덮었다. 필자의 주위에 있는 많은 이익집단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필자가 대단한 지위에 있거나 아니면 권위를 가지고 있거나 해서 내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솔직히 필자는 그 정도로 대단한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필자의 한두마디 말... 또는 필자의 대단하지 않은 글로 사람들이 설득될 것 같지 않았다.


이것이 어쩌면 필자가 그동안의 글을 쓰지 않았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필자가 세상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자신을 잃어버렸다. 흔히 이야기하는 자신감 상실? 뭐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상당히 오랜기간 ... 거의 1년은 넘었던 것 같다... 절필에 가까운 휴지기를 지났고 그 동안에 이런 저런 일들이 필자의 주위에서 일어났다.


필자는 이제 그동안 18년간 전임교수로 있었던 모 대기업 ( 삼성 멀티캠퍼스 )을 떠나고자 하는 결심을 굳히고 있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 라는 개인적인 판단도 있었고 시장의 상황도 있었다. 해서 1996년에 삼성SDS 정보기술연구소에 입사하면서 부터의 경력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위치에 와 있다.


헌데 이런 홀가분한 위치에 서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말 이익집단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서 들을 수 있고 그 들은 이야기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필자의 지인중의 한명이 노동부의 국장급의 호출을 받아서 자문을 주기 위해서 들어갔다. 헌데 그 자리에서 그 국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현실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나머지 필자의 지인이 이야기하는 말을 들을 생각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해서 답답한 마음으로 돌아왔다는 ...


한마디로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그 공무원의 입장은 "3달동안 교육을 하는데 하루 2-3시간 주4일 정도의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서  경력단절된 비전공자들 특히 주부들이 고소득 전문직으로 재취업이 가능할 수 있는 교육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라는 얘기를 했다면 필자의 지인은 "그게 그렇게 해서 경력단절을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이 안됩니다..." 얘기하고 서로의 간격만 확인하는 형태가 되었다는 그런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만일 필자가 프로그래밍 교육을 실시하는 학원을 소유하고 있거나 거기에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건 기회다. 여기서 적당히 해서 저 공무원이 듣기에 좋은 이야기를 해 주고, 정부 지원을 받아내서 교육을 몇 타임 돌리면 돈을 왕창 벌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서 정말 '사기죄로 감빵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사기'를 쳐서 일감도 확보하고 정부지원도 타내는 쾌거를 이룰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헌데 필자는 이제 그런것에 인연이 특별히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다시 인연을 맺을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필자가 할 수 있는 얘기를 해도 괜찮은 상황이 된 것 같다. 당장에 4차산업혁명은 허구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필자와 필자의 생업에 해꼬지를 할 사람은 정리된 것 같으니까 말이다.


사실 프로그래밍 또는 코딩 ... 이라고 얘기하는 이 바닥은 앞으로 세상을 먹여살릴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다. 지금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는 컴퓨터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아마도 어떤 기업이든 컴퓨터 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시절로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게 되어버렸다. 컴퓨터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소프트웨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사용한다. 사람과 소프트웨어가 만나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회로 접어들은지 이미 오래이고 아마도 이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만든다. 그것을 우리는 프로그래밍이라고 하기도 하고 코딩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고 또한 가르쳐야 한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와 다르기에 인간의 아이디어를 컴퓨터에서 동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컴퓨터 언어를 활용한 코드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이 과정을 필자는 프로그래밍 또는 코딩이라고 이야기 한다. ( 이 둘 사이의 뉘앙스는 조금 틀리지만 이건 뒤에 이야기 해 보자 )


헌데 최근 몇년간 이 프로그래밍 교육환경이 확 바뀌어 버렸다. 정부가 끼어들었고 대형 교육기관이 끼어들었다. 심지어는 중고등학교 정규교육에 코딩이 들어갔고 대입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대학입시에 목숨을 걸고 있는 학생과 학부형도 이해당사자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각자의 입장차이의 간격은 꽤 커 보인다.


정부는 이것을 통해서 경제가 발전하고 고용이 창출되기를 원한다.


학생과 학부형은 이를 통해 좋은대학 좋은직장을 보장받고 앞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대형교육기관은 정부로 부터 지원금을 받고 가능한 한 많은 수강생을 모집해서 수익을 극대화 하기를 원한다.


중고등교육기관은 교사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이 잘 자리잡아서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이런저런 이익집단들은 다들 자기 나름대로의 환상과 꿈에 젖어있다. 헌데 사실 이것들이 지금 근본부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다. 자신의 생각과 입장만을 생각하다가 코딩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고 해서 지금 정부도 교육기관도 학생과 학부모도 모두 돈만쓰고 결과는 신통찮은 현실을 맞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가 아주 존경하는 후배님이 하나 있다. 그 후배님과의 대화를 옮겨본다.


"형 물고기들도 진보적인 물고기와 보수적인 물고기가 있다고 해요. 대체로 진보적인 물고기가 30퍼센트이고 보수적인 물고기가 70퍼센트라고 하네요.


보수적인 물고기들은 여지껏 하던 대로만 해요. 진보적인 물고기들은 대집단에서 떨어져 나와서 가보지 않았던 남쪽으로도가고 동쪽으로도 가고... 더 깊이도 들어가보고... 다양한 시도들을 해요


헌데 갑자기 지구온난화 등으로 환경이 변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물고기들은 떼죽음을 당하는데 그 와중에 진보적인 물고기들은 살아남아요. 물론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진보적인 물고기들은 고생고생하면서 살게 되겠지만 말이죠


그런식으로 해서 대부분이 떼죽음을 당하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진보적인 물고기들은 살아남고 거기에서 다시 종을 재건한다고 하네요. 우리네의 세상살이도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필자의 경우 이 의견에 백퍼센트 동감이다. 사실 지금 필자의 힘으로 지금 코딩교육을 둘러싼 이익집단을 설득시킬수도 없고 변화시킬수도 없다.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변화시킬 수도 없다. 거기에 대해서 필자는 절대적으로 무력하다.


하지만 적어도 남다르게... 지금 대세가 흐르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라면 필자는 그 사람들에게 필자가 가진 경험과 직관과 지식을 나누어 주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게 필자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되겠다. 이제 모든 이익집단과 떨어져서 필자의 생각과 경험과 지식을 이전보다 한결 더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 그러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사람들과 함께 같이 삐딱선을 타 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ㅎㅎ


해서 다시 글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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