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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Dec 18. 2018

배움에는 적절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법

에러 못잡아 주는 선생들에 대한 유감

사실 프로그래밍 ( 요즘은 코딩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기도 한다 ) 을 가르치다 보면 사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과연 배움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어떤것이고 깨닫는다는 것이 어떤것인지... 뭐 이런 테마로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름 필자가 느낀 것이 있어서 좀 적어보고자 한다.


"사람은 전혀 새로운 것에는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소시적 들었던 음악에서 2차대전의 어느 병사이야기를 주제로 한 음악이 있었다. 2차 대전의 일본군 병사였는데 산 속에 게릴라로 살면서 종전 선언을 듣지 못하고 있다가 종전뒤 십여년 넘는 시간이 지나 다시 문명으로 돌아왔지만 적응하는데 실패했다는 뭐 그런 주제의 음악 ( 아마 Camel 이라는 밴드의 Nude 였을 거다 )


사람은 적절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올바로 성장하거나 발전하기는 커녕 내적인 불안만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서 전혀 새로운 개념의 물체를 하나 들고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물론 호기심에 이래 저래 돌려보고 만져보고 좀 더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그걸 뜯어보기도 할 것이다. 헌데 그러다가 만일 그 물건이 터져서 사람이 다치고 상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벌어졌다고 한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긴 물체를 잘 만지려고 하지도 않을거다.


사실 코딩이라는 것도 그런 경우를 보일 때가 많다. 프로그램을 작성하다 에러가 나고 심지어는 컴퓨터가 다운되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나는데 그럴 때 마다 묘하게 마음의 부담을 크게 갖게 되는 수강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런 수강생들에게는 절대로 야단치지 않는다. 오히려 괜찮다고 컴퓨터 고장나지도 않을 뿐더러 고장내도 된다고 독려한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에러가 나도 괜찮다. 상관없다. 그리고 에러가 나더라도 선생님이 다 에러 잡아준다 ... 이런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야지 수업에 활기가 생긴다.


에러를 잡아주지 못하는 선생에게 배우는 반 같은 경우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게 ... 내가 짠 코드에 에러가 나면 그것이 해결안되는 '작은 절망감' 같은 느낌마저 두려워 한 나머지 코드를 짜지 않고 그냥 수업을 '듣기만' 하려는 학생들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은 반 분위기를 '도전하는 분위기' 가 아니라 '위축된 분위기' 로 몰아가게 된다.


해서 선생님이 먼저 코드를 잘 짤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짠 코드의 에러를 잡아 낼 수 있는 수준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수준에 올라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개발 경력이 일천한 - 어설픈 강사 양상과정 같은 걸로 모든 교육을 마친 - 선생들만 늘어나는 현실이 필자에게는 개탄스러운 일인거고


( 에러를 잡아주지 않으면? 애들은 에러를 내지 않기 위해 그냥 예제를 베끼기만 할 거다. 그건 타이핑 연습이지 프로그래밍이 아니다. )


아니 아이들이 이 코드를 왜 이렇게 짰는데 에러가 났는지 설명해주고 그런 코드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체크해 주지 못하는 선생님이 오히려 더 대접받는 세상이라니 ( 교육을 대량생산 하는 체제에서는 교사의 질이 균등해야 컴플레인이 안생기거든 )


배움에 속도를 강조하지 않고 꺠달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꺠닫고 온 몸으로 스며들어서 익숙해 지는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적절한 과정을 거쳐야 사람은 성장할 수 있는 것이지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피아노에 앉았는데 라흐마니호프의 피아노곡을 치게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헌데 우리는 교육의 효율성, 가격대비 성능비, 거기에 남들보다 빨리 앞서야 한다는 조급증 ... 이런 것들 때문에 적절한 속도를 잃어버렸다. 아마도 이것을 되 찾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암튼 새로운 것이 있을때 사람은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클 수록 성장은 더디다. 해서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고, 교사가 그 두려움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주고 ( 그래서 에러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 사태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니깐 ) ...


헌데 우리네의 학교교육 ( 코딩교육도 마찬가지 ) 이런 심리적인 부분까지 배려하고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애들을 어떻게 쥐어짜서 하나라도 더 머리속에 집어넣으려고 계획을 만들고 있지 뭐...


이건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 처한 학부모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새로운 것을 익힐 수 있도록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른지 말이다.


필자의 체크포인트는 "적절한 과정을 거쳐서 배움에 이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배움에서 발생하는 질문들은 적절하게 해결되고 있는지" 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거고  


자신이 뭔가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잘 모르는 문제들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라는 믿음이 생기게 되면 불안요소가 적어진다. 불안 요소가 적은 자동차가 좋은 자동차이라는 것은 아마 필자가 구지 강조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거다.


(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있어서 어떤 동작을 할 지 알 수 없는 버튼들이 전면 패널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잘못 건드렸다가 자동차가 멈출수도 있고 심지어는 고장나거나 불이날수도 있는 버튼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 미지의 버튼을 이용해서 주행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


이래서 어렸을때 뭔가를 배우면 빨리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호기심이 불안감 보다 훨씬 강하다. 호기심이 강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 보는데 두려움이 없다. 부모들이 쫓아다니니면서 아이들이 위험한 물건에도 스스럼 없이 손을 내미는 것을 제지한 기억들은 아마 다들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헌데 사람이 위험과 불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칫 이것으로 뭔가 잘못될까봐... 그리고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좀 더 나아가서는 내가 무능하다는 걸 알게 될까봐... 새로운 것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게 된다.


프로그래밍 이라는 것은 이런 불안감을 다른 어떤 교육보다도 많이 동반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짠 코드가 컴퓨터 안에서 어떻게 어디를 거쳐서 동작하는지가 보이지는 않는데 코드 자체가 워낙 복잡하니 꼭 블랙박스와 같이 내가 짠 코드가 느껴지는 경험은 거의 모든 프로그래머들의 성장과정에서 있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케빈 베이컨 주연의 영화 할로우맨... 에서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대사를 본 적이 있다. 주인공은 천재 과학자인데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발명했다. 헌데 도로 원래상태로 돌아오는 약에 실패했고 자신의 절친이 그 작업을 돕는 과정에서 절친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 녀석은 천재야. 그래서 1에서 5로 곧바로 올라설 수 있지만 나 같은 보통 사람은 2 3 4 를 거치지 않고는 절대 5로 올라설 수 없다고. 그러니 시간이 필요해"


이런거다. 그러니까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성취해야 할 목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적절한 과정이 성취해야 할 목표 이상으로 중요하고, 그것에 적절한 속도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문제는 위에서 내려오는 교육 지침들이 이런 걸 생각을 거의 안한다는거다. 다들 이 교육이 달성해야 할 목표와 그것을 얼마나 단시일에 이룰 수 있는지 생산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 뭐...


해서 나는 언젠가 교육이 왕창 뒤집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 언젠가가 오긴 할른지 모르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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