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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Dec 21. 2018

새로운 걸 배우는 게 느린 사람들을 위한 변명

빨리 익히는 사람이 과연 우수한 사람일까요?

필자는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뭔가에 대해서 빨리 익숙해 지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영어를 처음 익힐때에도 한창동안 이게 뭐하는 건지... 라는 혼란속에서 살았었다. 정말 심할때에는 their 와 there 를 구분하는 것을 못했을 때도 있었으니깐...


사실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있어서 필자의 경우는 언제나 조금은 주눅 들은 채로 들어갔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충분히 익숙해 지지 않고 그냥 계속 진도만 팍팍 나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분위기가 되어 버리면 사람이 주눅이 들게 된 기억이 있다.


프로그래밍의 경우에도 그랬다. 처음에 프로그래밍을 배울때에도 "왜 이걸 이렇게 해야 하는 건지" 에 대해서 잘 납득이 안되었다. 왜 변수라는 것이 필요한건지. 왜 반복문이 필요한건지. 왜 malloc 을 이용한 동적 메모리 할당이 필요한건지 ... 이런 근본적인 부분에 있어서 잘 납득이 가지 않으니깐 좀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기억 있다.


나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그런 필자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찐따 취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름 지금 영어를 좀 헤메고 있지만, 그리고 프로그래밍을 헤메고 있지만 다른 부분... 특히 내가 익숙해져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었으니깐. ( 필자의 기억으로는 역사와 과학쪽 과목이 그러했던것 같다. )


물론 모든 유형의 학생들을 필자가 다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필자도 인정한다. 그리고 사실 공부라는 것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도 존재하고, 오래 공부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등... 사람마다 다 타고난 공부에 대한 내성은 다르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한 가지 유형의 테스트 만으로 모든 사람을 적절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해서 필자는 소시적에는 대입학력고사 또는 수능시험 등으로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나는 듯 한 시험에 대해서 심한 울렁증이 있었다. 그건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아하니 차라리 그 때가 나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번에 끝날 대입을 3년 내내 치루어야 하는 현실이 오히려 더 가혹하다. 한번의 실수도 삐긋거림도 허용할 수 없고 한번 헤메고 진도를 놓치면 그 날로 인 서울 대학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는 지인들의 푸념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


필자는 코딩에 있어서도 ( 거의 매 분야에도 그러하다 ) 기본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이건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본을 튼튼히 하는 방법에 대해서 누가 묻는다면 "정확한 개념을 가르칠 것 , 그리고 그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까지 질문하고 기다리며 적절한 피드백을 줄 것 , 이야기를 들을 것 " 뭐 이런 등등의 이야기를 해 준다. 누가 들으면 "뭐야 이거 뻔한 얘기를 뭐 그렇게 거창하게 하냐" 라고 얘기를 할 것이다 ㅎㅎ


헌데 말이다. 그냥 책으로 읽은거랑 이걸 자기가 경험으로 체험으로 알게 되는 것과는 정말 다르다. 그리고 스스로 경험으로 깨닫기 까지 기다려 주는 시간은 절대로 낭비가 아니다... 라고 필자는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단 필자의 경우를 들어서 이야기해 보자면 ... 필자는 배우는게 느린 편이다. 그리고 고 난이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헌데 실제 현실에서 부딛쳐 보면 필자의 경우는 95% 이상 거의 기본적인 개념의 응용과 적용 결합으로 해결이 가능한 일들을 만나고 살았다. 정말 천재적인 재능이 필요한 문제들은 만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런 기본적인 문제를 풀어내는데 있어서 필자는 강점을 보였다. 물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 세상의 어느 웹사이트에서도 철학에서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필자의 경험과 지식으로 내려진 판단의 결과였다.


필자는 이런 기본적인 것을 적절하게 응용하는 수준의 능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구지 남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의 스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거의 외계인 급의 연주력을 보여주는 스티브 바이 같은 기타리스트를 필자는 한때 동경했지만 지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보다 퀸이라는 밴드의 다양한 재능을 모아서 탄탄한 곡으로 만들어 낸 브라이언 메이를 훨씬 더 좋아한다. ( 요즘 보헤미안 랩소디 때문에 브라이언이 뜨긴 했지만 예전서 부터 필자가 좋아하는 3인의 기타리스트 중의 한명이었다. 브라이언 메이 , 탐 슐츠 , 리치 샘보라 )


솔직히 학교에서 그리고 교육기관에서 그정도 능력까지만 가르쳐 주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천재들이나 가능할 법한 그런 스킬을 가르쳐 주는 건 욕심이다. 그건 그럴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학에 가고 박사학위를 하고,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싣는 형태로 구현을 해야 할 일인데 ...


어쩌면 우리네 학교는 소시적에 그런 '압도적인 재능' 을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변별력을 확보하고 내가 남들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받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학교 교육에서는 그런 건 필요하지도 않은데 ... 대학입시라는 괴물은 그렇게 해서 교육이 가져야 할 많은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요소들' 을 삼켜 버렸다고 할까나...


헌데 우리가 세상에 나가보면 한 가지 재능을 가진 사람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한 사람이 세상을 모두 먹여살릴 수 있다고? 천만에 필자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티브 바이가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긴 하다. 훌륭한 연주자 맞다. 하지만 그가 모든 밴드에 다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있는 도중 갑자기 스티브 바이가 자신의 필을 담은 "For The Love Of God" 을 연주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그것도 언발란스 하다 ㅎㅎ


교육이라는 아젠다에 대해서 ... 그 참여하는 주체가 보면 모두가 급하다. 빨리 진도를 나가야 하고 빨리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고 빨리 눈에 보이는 차이를 증명해 내야한다는 조급증에 빠져있는데 ... 그 와중에 병들고 있는 건 어쩌면 자신의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고 우격다짐으로 지식을 강요받고 있는 아이들이 아닐까?


이렇게 급하게 몰아친다면 필자같이 느리게 뭔가를 익히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남들보다는 질문이 많고 어색함을 많이 타는 사람 같은 경우는 배겨 낼 재간이 없다... 실은 무능하지 않은데도 마치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의 취급까지 받게 되면 더 망가져 버리겠지.


그런 교육 환경 아래에서는 눈썰미가 빠르고 , 선행교육을 해 왔던 애들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판이 펼쳐지게 될거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아이들도 "이건 아니야. 나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어" 라는 것을 느끼겠지만 이미 그 때가 되면 늦어버렸을 거다.


결국은 누군가는 이 속도전에서 벗어나서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그 성장을 즐기며 살아가는 방법을 궁리해야 하지 않을까나?...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다양한 교육의 모습이 공존하는 것을 추구한다. 입시교육 하나만이 존재하는 교육현장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과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이 공존하는 그런 세상 말이다.


그러면 그 중의 얼마는 시대에 적응하겠고 얼마는 도태되겠지. 인류 뿐 아니라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들이 그런 식으로 살아왔지 않은가... 변화에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 도태되고 ... 결국에는 모두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니 ... 영원히 살아서 성공을 누리는 그런 삶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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