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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Dec 22. 2018

쫌이라도 남들보다 잘하는 거기에 인생을 걸어보기

코딩교육 입시연계에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하다

요즘 아이들 그리고 부모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많이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 "우리 애가 뭐를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뭐에 흥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대학이라도 가서 천천히 찾아보려고 일단 대학이라도 좋은 데 들어가도록 해보려고 해요"


뭐 솔직히 필자도 보면 대학에 딱히 뭐를 하고 싶어서 들어간 건 아니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아무 생각없이 대학을 갔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대학을 갔다. 그나마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과 연계시켜서 물리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 솔직히 1년만에 물리 때려치웠다 ( 졸업은 했다. 그냥 졸업 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만 땄지 제대로 된 공부를 한 기억은 없다.

필자는 물리과목은 시험이라고 따로 시험공부를 해 본 적이 없고 , 100점 만점에 90점 이하 받은 적도 별로 없었다. 한 마디로 재미있어서 빠져들어 수업시간만으로 교과서 레벨은 클리어가 되더라는 ... 헌데 이런 사람도 대학에서 배우는 물리는 충격이었다.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었고 그래서 1년 해 보다가 포기했다... )


그리고 대학에서 이래 저래 좌충우돌 하면서 지내보고 ... 그 이후에 취직 후에 이런 저런 일로 좌충우돌 해 보면서 지내보고 ... 결국에는 필자의 경우에 내린 결론은 "내가 진심으로 부딛쳐 보기 전에는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다" 라는 거고 "구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일을 하기 위한 기본만 잘 갖추어져 있으면 그 일로 먹고는 살 수 있다" 라는 거다.


사실 아이들 키우시는 부모님들 중에서도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부모님, 자신이 끊임없이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부모님이 몇이나 되나? 그리고 한번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과서 참고서를 읽어 보시라.


그 중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어쩌면 남들보다 자신이 객관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하등 필요하지도 않는 지식을 위해 아이들이 가장 빛나야 하는 시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지 묻고 싶기는 하다.


결국 필자가 내리고 있는 나름의 결론들 중의 하나로 귀결되는데 "입시 교육은 자신의 실력을 쌓고 키워나가고 그것을 즐기는 형태의 교육과 양립할 수 없다" 라는 거다. 결국 둘 중 하나에서 확실한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마디로 이거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나가는 교육을 하고 싶다면 대한민국 입시제도 아래서의 교육의 성과는 포기해야 하고, 입시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의 재능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교육은 포기해야 한다... 라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여기서 무너질거다. 그래도 우리들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좋은 대학 학벌은 필요하니까 우리 아이의 재능도 중요하고 적성도 중요하지만 대학입시도 포기할 수 없으니 ... 그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대학 졸업은 했는데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아이들은 필자는 너무너무 많이 본다.


사실 필자의 강의실에 들어오는 수강생들의 대부분이 그렇게 해서 1-2년 정도의 시간을 방황하다가 취업이 급해져서 들어오는 사람들이지 처음부터 내가 코딩에 재능이 있으니 여기에 인생을 한번 걸고 이걸로 밥을 먹어 보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애들은 10% 도 안될거다.


헌데 그렇게 해서 들어와서 정말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경우들도 있다. 한마디로 해 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해 보니까 자신이 여기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뿌듯해 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그런 인재를 발견하게 되면 필자도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고 기분도 좋고...


거기에 그렇게 대단한 재능을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필자는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기만성형 인재는 쌔고 쌨다. 필자도 실제로 밥만먹고 프로그래밍만 해 보는 시간이 만 2년 이상 지나고 난 다음에야 프로그래밍에 대한 눈이 떠진 케이스다. 그 동안에는 일 정말 못해서 사표를 쓰려고 마음먹은 적도 몇번 있었을 정도이다. ( 해서 그 헤메던 시절의 나를 본 동기 후배 선배들은 다시 나를 보고는 꽤 신기해 한다. 희한한 케이스라고 말이다. 물론 내가 도저히 저 사람들과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실은 ... 굉장함을 넘어서 엄청난 사람들이었다 ㅎㅎ 당시의 삼성SDS 정보기술연구소는 정말 엄청무지막지한 능력자들로 가득 차 있던 조직어었거든 )


사실 버틸 수 있으면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적성이 안 맞는 사람들은 버틸 수 조차 없다. 예를 들어서 군대가 정말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부대 안에서 숨 쉬는 것 조차도 힘들어 한다.  ( 고인이 되신 필자의 학교 1년 선배인 신해철님이 대표적이다. 실은 필자는 신해철님과 같은 부대 출신이라 그가 부대생활에 유달리 적응하지 못한 스토리에 대해 좀 들었었다 ) 그 정도가 아니라면 사람은 적응할 수 있고 버티어 낼 수 있다. 단 적절한 교육을 통해서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걸로 된거다. 나머지는 자신이 그 일을 해 나가면서 발견하게 되겠지.


사실 코딩교육을 통해서 프로그래밍 관련 인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이지만 그것을 대입과 연계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필자는 이전 글에서 적었다. 그건 공교육 전체를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준비도 부실하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프로그래밍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고 그것에 자신이 인생을 걸어보고자 한다면 그런 아이들을 받아 줄 수 있는 곳 한두곳 정도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곳이 있다. 그곳은 웬만한 4년제 대학의 음악학과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다. 교수진들도 대단하고... 하지만 대입의 영향권에 속하지 않는다. 거기는 대입전형과 상관없이 음악에 인생을 일찌감치 걸겠다고 마음 먹은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사실 바이올린을 잘 하기 위해서 ,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서 , 좋은 곡을 작곡하고 훌륭한 지휘를 하기 위해서 열역학 제2법칙을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곳 교수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문적인 분야가 있다면 그곳의 독자적인 전형안에 포함시켜서 "이런 이런 책을 읽고 에세이를 제출할 것" 같은 조건을 부여하면 되는 것이고 ...


사실 프로그래밍도 좀 그러한 성향이 있다. 실제로 필자는 요즘 고등학생들이 보는 수학 교과서를 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수학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과목 교과서가 그렇다. 헌데 그렇게 느끼는 건 필자 뿐이 아니다. 이구동성으로 "나 지금 다시 수능 치라고 하면 대학 못가" 라고 이야기 하는 날고 기는 프로그래머들이 널리고 널렸다.


만일 아이들이 프로그래밍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지만 대학입시제도의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면 괜히 코딩교육을 하니 뭐니 하면서 공교육 망칠 생각을 하지말고 요즘 폐교되는 대학도 많은데 그 중에서 정부에서 대학을 인수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위상을 갖춘 학교를 만드는 걸 권하고 싶다.


그곳은 대입전형과 상관없이 프로페셔널한 프로그래머를 목표로 아이들이 모인곳이고 철저하게 그 분야에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과 강사진이 구성된 그런 학교 말이다.


해서 그런 곳을 졸업하더라도 난 4년제 대학 그 이상의 실력과 지식을 갖추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한 그런 곳...


적어도 필자같이 부모로 부터 대단한 재산을 받은 것도 아니고 ... 대단한 사교육을 기대할 수 있는 정보력도 없고 , 그저 할 수 있는 게 자신이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그 일에 인생을 거는 것 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들이 필자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배움의 기회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나?...

괜히 코딩교육으로 입시하느니 뭐니 해 가면서 아이들 부모들 헷갈리게 하지 말고 ... 아예 그 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해 주는게 낫다고 본다. 음악 야구 축구 가수 ... 이런거에 인생을 거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코딩에도 인생 걸어 볼 만 하거든...

결국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라면 말이야 ...
남들보다 쪼금이라도 잘하는 게 있으면 거기에 인생을 걸어 보는 것 이외에 다른 삶의 방식은 없는 거야...

헌데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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