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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May 08. 2020

노스캐롤라이나 주민은 진짜 NC를 응원할까

KBO ON ESPN: 노스캐롤라이나 현지인의 3가지 시선

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에 거주 중이다. 30분 거리에 노스캐롤라이나 주도인 랄리가 있고 또 다른 대도시인 샬럿은 차로 2시간 정도를 가야만 한다. 랄리와 채플힐, 그리고 더럼을 엮어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남한의 1.3배 면적이고 1000만명 정도가 산다. 주 면적의 60%는...나무로 채워져 있다.


이곳은 대학 스포츠 인기가 많다. 채플힐의 UNC와 더럼의 듀크대의 맞수 관계는 수십 년을 이어왔다. 어떤 스포츠가 되건 두 대학이 맞붙는 날은 다운타운이 떠들썩하다. 대중교통마저 통제될 정도다. 특히 농구 맞대결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다. 티켓 가격이 최소 3000달러까지 치솟는 정도니까 말은 다했다. 물론 재학생들은 추첨 등을 통해 제한된 좌석을 배정받는다. (마이클 조던은 UNC 출신이다)


대학 스포츠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월마트, 타깃 등 마트마다 관련 굿즈를 판다. 한쪽 벽면을 아예 대학 농구 포스터와 사진 등으로 채운 던킨 도너츠 매장도 있다. 아들의 영어를 가르쳐주는 70대 백인 할머니(조안)는 스포츠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UNC 스포츠 결과는 꿰고 있다. “어제 극적으로 듀크를 이겼다고 하더라고요”식으로 말을 건다.


사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10개월가량 살았지만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는 거의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니까 (조금은 유치한 질문이지만) “류현진을 아느냐”, “추신수를 아느냐”라는 식으로 물어볼 수조차 없었다. 오히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아는 30대 백인 남자는 만났다. 그는 골수 토트넘 팬이었다.


 더럼 불스, 샬럿 나이츠처럼 트리플 A 구단이 있기는 하지만 타 지역에서 야구를 보며 자란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정도다. 프로야구는 ‘그들만의 세상’ 것이다. 지역 내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다는 사실은 이렇게 영향이 미친다. 구글에 ‘노스캐롤라이나 베이스볼’을 치면 UNC 대학 야구팀이 첫 번째로 뜰 정도니까. 

공식 트위터에 NC 다이노스 경기 결과를 공유하는 더럼 불스.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KBO리그가 ESPN을 통해 처음 생중계된 뒤 NC 야구팬 3명에게 직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맞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NC’를 응원한다고 했다. 이유는 알려진 바 그대로다. “NC가 노스캐롤라이나(NC) 같아서”.


 호기심에, 라이브 스포츠에 대한 목마름으로 새벽에 중계되는 KBO리그를 지켜봤던 그들은 계속 한국야구를 볼 계획일까. 호불호가 갈린다. A는 “계속 재미있게 볼 것”이라고 했지만 B는 “몇 경기 흥미롭게 봤지만 메이저리그 스타일과는 달라서 앞으로 챙겨볼 것 같지는 않다”라고 했다. 리틀야구, 마이너리그까지 챙겨보는 야구팬인 C는 “나름 시간 날 때 본다”면서도 “메이저리그가 시작되면 볼 것 같지 않다”라고 답했다.  한시적인 시청이라는 얘기다.


 ESPN의 KBO리그 중계 모습을 보면 전반적으로 경기 자체에는 집중하지 않는다. 현장이나 스튜디오가 아니라 코네티컷, 마이애미 등 원거리에서 서로 떨어져 텔레캐스트로 먼나라 야구경기를 대상으로  새벽 중계를 하다 보니 다소 산만한 느낌마저 든다.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데도 게스트와 메이저리그 관련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을 꽤 할애하기도 한다. 그들끼리의 잡담으로 1이닝이 끝나 있다. 때문에 미국 현지 팬들조차도 “경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어떤 면에서는 배트 플립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씁쓸하기도 하다. 이제 관중 입장이 허용되면 아마 한국식 응원문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긴 낯선 팀, 낯선 선수, 낯선 야구를 상대로 생중계를 하는 게 어디 쉽겠는가. 선수 이름 발음마저도 어려운데.


메이저리그는 현재 6월 중순 스프링캠프 시작, 7월 초 개막을 막연하게 밑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불분명한 상황이다.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줄다리기도 팽팽한 것 같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적 수치를 무시한 채 ‘사회 정상화’를 압박하고 있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수상한 시대에 KBO리그는 아메리칸 대륙에 뜻밖의 상륙을 했다. KBO리그의 자잘한 재미가 야구 종국의 팬들에게 스며들기를... 현 NC 거주민은 바란다. 한국 프로야구에 기업명을 딴 10개 팀이 있그중 정작 NC에는 없는, NC라는 메이저 팀도 있다... 는 사실 하나만 각인시켜도 성공한 듯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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