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양희 Nov 24. 2021

털부츠를 신는 이유

1분 노트

겨울이다. 아직은 11월이지만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으니까 겨울이라고 우긴다. 소설도 지났고  눈도 왔으니까.


 털부츠를 꺼내신었다. 어느 해부터 겨울이면 털부츠가 신고 싶다. 발끝에서 전해져 오는 따뜻함이 좋다. 발이 시리면 온 몸에 찬기운이 뻗어가는 것 같다. 몸 따라 마음도 차가워진다.


 털부츠는 그럼에도 2~3년을 못 버틴다. 염화칼륨이 튀어 부츠 어딘가 꼭 딱딱해진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은 다시 사야만 한다. 없으면 아쉬워서 못 버틴다.


 퇴근 뒤 저벅저벅 걸었다. 털부츠 안 발목양말이 자꾸 말린다. 부츠 안은 맨발인 게 좋은데 양말 벗고 다닐 수도 없고 낭패다. 그래도 기분만은 좋다. 따뜻하니까. 포근하니까. 양말 따위 금방 잊힌다.


 올 겨울도 부츠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빙판길에 미끄러질 테지만. 가끔은 양말이 말려 우스꽝스러워지겠지만. 눈 위에 '쿵' 하고 발자국 크게 내고 쓰윽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털부츠라는 방어막으로. 겨울을 이렇게 버티고 또 봄은 어이 날까.

 

작가의 이전글 손과 발의 노동자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