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아직은 11월이지만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으니까 겨울이라고 우긴다. 소설도 지났고 눈도 왔으니까.
털부츠를 꺼내신었다. 어느 해부터 겨울이면 털부츠가 신고 싶다. 발끝에서 전해져 오는 따뜻함이 좋다. 발이 시리면 온 몸에 찬기운이 뻗어가는 것 같다. 몸 따라 마음도 차가워진다.
털부츠는 그럼에도 2~3년을 못 버틴다. 염화칼륨이 튀어 부츠 어딘가 꼭 딱딱해진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은 다시 사야만 한다. 없으면 아쉬워서 못 버틴다.
퇴근 뒤 저벅저벅 걸었다. 털부츠 안 발목양말이 자꾸 말린다. 부츠 안은 맨발인 게 좋은데 양말 벗고 다닐 수도 없고 낭패다. 그래도 기분만은 좋다. 따뜻하니까. 포근하니까. 양말 따위 금방 잊힌다.
올 겨울도 부츠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빙판길에 미끄러질 테지만. 가끔은 양말이 말려 우스꽝스러워지겠지만. 눈 위에 '쿵' 하고 발자국 크게 내고 쓰윽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털부츠라는 방어막으로. 겨울을 이렇게 버티고 또 봄은 어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