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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May 27. 2019

득점권 타율, 현재의 KIA를 말하다

0.238→0.358의 극적인 반전

"휴! 어떡해요?"

말에 무게가 있었다. 한 글자 글자마다 부담마저 느껴졌다. 어찌 안 그럴까. 하루아침에 전국구 인기 구단의 사령탑이 됐다. 비록 '감독대행'이었지만 남은 경기 수는 100경기. 그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100개라는 뜻이었다. 박흥식 2군 감독은 그렇게 기아 타이거즈 감독대행이 됐다. 


박 감독대행이 팀을 맡은 지 열흘이 지났다. 그가 지휘한 9경기에서 기아는 8승1패의 성적을 보였다. 연승(7연승)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한화(2승1패), 롯데(3승), kt(3승) 등 이른바 중하위권 팀들과 맞붙은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기아는 김기태 감독 시절에도 올해 상대전적에서 각각 2승1패(한화), 3패(롯데), 1승5패(kt)를 기록하고 있었다. 롯데, kt와 맞대결에서 밀리면서 10위로 추락한 면이 없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 세부 성적 변화 추이 

세부 성적을 보면 기아의 달라진 점이 확 눈에 띈다.  기아는 김기태 감독 지휘 아래 44경기에서 팀 평균자책 5.83, 팀 타율 0.249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그런데 박흥식 감독대행 이후 9경기 팀 평균자책은 2.89(해당 기간 2위), 팀 타율은 0.338(해당 기간 2위)다. 상대 팀의 전력 차이가 있고 투타 사이클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주 가파른 변화다. 타선에서는 베테랑 최형우(0.400), 안치홍(0.368)이 중심을 잡고, 최원준(0.429), 박찬호(0.366) 등 어린 선수들이 신나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이다. 

최원준과 최형우. KIA 타이거즈 제공

팀 득점권 타율만 봐도 그렇다. 기아는 지난 9경기에서 득점권에서 0.358의 타율(해당 기간 2위)을 기록했다. 이전보다 1할2푼이나 상승했다. 최원준(0.571), 안치홍(0.500), 한승택(0.375)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개막 후 44경기에서 팀 타율(0.249)보다 낮은 팀 득점권 타율(0.238)로 꽉 막힌 득점 루트를 선보이던 기아였다. 


팀 득점권 피안타율의 변화 또한 놀랍다. 기아 투수들은 득점권에서 얻어맞기 바빴으나 지난 9경기에서는 0.162의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흡사 '집 나갔던' 위기관리능력이 돌아온 듯하다. 

루 상에서도 타자들이 활발히 움직인다. 기아는 김기태 감독 사퇴 전까지 팀 도루 8위 팀이었다. 시도(35번)는 제법 했는데 성공률(0.629)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9경기에서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5번 뛰어서 12번(성공률 0.800) 살았다.   


팀 득점권 타율이나 팀 득점권 피안타율, 그리고 도루 성공률은 경기 집중력과 상관이 크다.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 아래서 비록 9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기아 선수들이 이전과는 달리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과한 표현일까. 기아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더그아웃의 박흥식 감독대행(왼쪽)과 서재응 투수코치. KIA 타이거즈 제공

기아는 지표적인 면에서 도드라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물론 지금의 기아 상승이 사령탑 교체에 따른 '반짝 모드'일 수도 있다. 보통 수장이 바뀌면 한때나마 집중을 하니까. 

'박흥식 대행체제'의 진짜 시험대는 이번 주부터다. 기아는 주초 한화를 만난 뒤 상위권인 키움, 두산, NC를 차례로 상대한다. 승리에 굶주렸던 호랑이들이 진짜 발톱을 세웠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3000'만큼 부담을 안고 임시 사령탑을 맡은 박 감독대행의 지도력도 마찬가지고. 다만 확실한 것은 기아가 시즌 초 보였던 무기력한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9개 구단이 '9위 기아'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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