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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Jul 13. 2019

‘여름 사자’는 강하다

삼성은 왜 여름만 되면 승승장구할까

8월의 대구는 강렬하다. 괜히 ‘대프리카’로 불리는 게 아니다. 취재할 때 야구장 안에서도 헉헉 댔다. 지금은 홈구장이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로 바뀌었으나 예전 시민야구장에서 있을 때는 그 뜨거움이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인조잔디였을 때는 복사열 때문에 그라운드가 후끈후끈했다. 41도, 42도를 훌쩍 넘었다. 슬라이딩을 하면 화상이 절로 따라왔다.


한 여름날, 시민야구장 1루 더그아웃 명당자리는 당연히 에어컨, 선풍기 앞이었다. 대구는 1루 더그아웃을 원정팀이 사용하는데 따가운 햇살에 그대로 노출되는 단점 때문에 홈팀인 삼성이 3루 더그아웃을 쓴다. 라이온즈 파크로 홈구장을 옮긴 다음에도 삼성은 3루 더그아웃을 사용하고 있다.


 시민야구장의 경우 더그아웃 옆에 원정 선수들을 위한 샤워룸이 있었는데 당시 여기자가 많지 않던 터라 선수들은 샤워를 끝내고 웃통을 벗은 뒤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후다닥 다시 샤워실로 들어가고는 했다. 이럴 때는 구단 매니저가 나서 “아~ 김기자 님, 조금만 피해 주시죠”라고 말하고는 했다. 경기 전 선수들 컨디션도 중요하니까 나는 항상 더그아웃을 등지고 그라운드를 응시하면서 선수, 혹은 감독 등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그때의 나의 상태는 얼굴에선 땀이 흐르고 등은 시원한 그런 상태였다고 할까.


야구 경기가 끝난 뒤 기자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때는 “헉”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흡사 습식 사우나에 온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밤 10시가 넘어도 그런데 경기중에는 오죽할까. 원정팀이 대구에서 성적이 나지 않는 것도 이런 날씨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삼성은 여름만 대면 ‘여름 사자’라는 별명답게 펄펄 날았다. 이미 더위에 익숙한 팀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3연전을 치르는 팀이 같을 수는 없다. 익숙함의 차이다.  

12일 잠실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삼성 선수들. 삼성은 이날 경기 승리로 4연승을 달렸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 제공

‘여름 사자’는 성적으로 증명된다. 2000년 이후 삼성이 7~8월 승률이 5할 이하로 내려간 경우는 단 한 차례(0.400, 2017년)밖에 없다. 이때도 정규리그 승률(0.396) 보다 높았다. 통산으로 따져봐도 삼성은 여타 구단보다 7~8월에 강했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9위로 추락했던 2016년(승률 0.455)에도 7~8월에는 20승20패1무(0.500)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31승11패(승률 0.738)로 승승장구하면서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7~8월 승수를 빼면 삼성의 2010시즌 성적은 48승41패2무(승률 0.539)였다. 여름의 질주가 사자 군단의 2위를 이끌었다고 하겠다.     

 2018시즌에도 삼성은 7~8월에 거세게 몰아붙였다. 19승14패2무(승률 0.576). 이전까지 삼성은 35승45패1무(승률 0.438)였다. 여름이 끝난 9월부터는? 14승13패1무(승률 0.519)의 성적을 거뒀다. 기가 막힌 여름의 법칙 아닌가. 삼성은 여러모로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탓에 8월 중순부터 2주가량 시즌 경기가 열리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만약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없었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삼성의 전력이 강했기 때문에 여름 승률 또한 좋았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름만 되면 더욱 두려워지는 게 사자 군단이다.


더위를 잊은 사자는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강했다. 과연 올해는 어떻게 될까.

9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9회말 무사 만루에서 박해민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친 뒤 강명구 코치와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삼성 라이온즈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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