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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Oct 25. 2019

똑같은 천장은 없다

내가 천장을 찍는 이유

위를 쳐다본다. 색다르다. 예전 낡은 건물바닥을 그대로 두고 전기 시설만 얹혔다. 나무 바닥과 양철. 부조화 같은데 묘하게 어울린다. 찰칵.

 또다시 위를 쳐다본다. 등이 피젯 스피너를 닮았다. 책 무더기 위에서 혼자만 튄다. 찰칵.

 어느 순간부터 건물에 들어가면 슬쩍 목을 뒤로 제쳐 천장을 바라본다. 매끈한 천장은 없다. 에어컨 시설이나 등이 있다. 나무 천장이 대롱대롱 뭔가를 매달고 있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이야기도 품고 있을려나. 오가는 사람들의 웃음, 실의, 분노도 뭉실뭉실 피어올라 천장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려나. 그러니까 점점 새까매지겠지. 속이 타는 것처럼.

 찰칵. 이번에는 하늘이다. 하늘도 따지고보면 지구의 천장이다. 가끔씩 천둥번개가 치는 것은 땅 위의 사람들의 감정이 농축돼 터지는 것일까. 파랗기만 한 하늘이 문득 아려오는 것은 언젠가 비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겠지.

 나의 불면의 밤은 아마 천장에 달려 있는 팬 때문인 듯하다. 휘젓지 못한 감정 탓에. 아직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해묵은 기억 탓에. 그 감정이 무엇인지, 그 기억이 무엇인지 몰라 다시금 뒤척이다 눈을 뜨면 또다시 천장이다. 그래도 천장 밑이잖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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