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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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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엔진 Nov 19. 2017

엉성한 노출에 흐릿한 촛점..

낭만필름 네번째 컷

필름 3롤이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아껴아껴 찍었건만...


DSLR로 2시간에 600장이 조금 넘게 찍고 다니는데...3롤이라 해봤자 100장이 조금 넘는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현상을 할 수 있었다.

한롤에 10불, 한국돈 만원이 조금 넘었다. 현상 가격표 옆에는 인화가격이 장당 1불이였고, 스캔가격은 한롤에 25불이라고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대충 따지면, 필름 한통에 10불, 현상에 10불, 스캔 25불이면, 한롤에 약 50불의 돈이 나가는 거다. 한국은 아직 현상이나, 인화가격이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인것 같던데...왜 여기는 이따위인가...


일단 인화나 스캔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돈을 아끼고 싶었다. 25불 짜리 카메라를 쓴다고 매번 50불을 지불 할 수는 없었다.


일단 현상을 한 사진들을 어떻게든 봐야 했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DSLR과 포토샵을 이용한 방법이 있었다.




일주일 뒤에 현상된 필름을 찾으러 갔다.

난 총 3롤을 맏겼는데, 2롤만 돌아왔다.

1롤은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단다..


쿨하게 오케이라고 하고 나왔지만, 필름 로딩도 제대로 못한 나의 무지를 탓 할 수 밖엔 없었다. 두롤이라도 나온게 어딘가...라는 안도를 하기도 했다. 유통기한도 5년이나 넘은 건데...


차고에 대충 준비를 해 놓고 나왔기에 바로 필름을 촬영했다. DSLR 뷰파인더로 보이는 필름들을 보고 있으니, 그 때의 기억들이 동영상 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촬영부터 몇 주가 지나서 겨우 엉성한 노출에 흐릿한 촛점 촬영된 결과물들을 볼 수 있었다.


엉망인 사진결과물들은 신기하게도 촬영된 순간들의 기억은 다른 어떤 사진들 보다도 생생하게 돌아왔다.

그곳의 풍경과 찍을때 했던 생각들, 함께 했던 사람들과 나눴던 이야기들 그 순간의 구석구석들이 느껴졌다.


멋지게 말하고 의미를 입혀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적어도 내가 그 사진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 순간이 살아 있음이였다..

(오골거리지만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Valley of the Five Lakes . Jasper AB. Canada | 나의 필름 첫 롤에서..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괜찮은 가격의 필름 스캐너를 사게 되었다. 

DSLR촬영으로 필름 촬영 작업은 흥미로운 작업이였지만, 쉽지는 않은 작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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