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름 다섯번째 컷
렌즈는 카메라의 절대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앞 뒤가 유리로 이루어진 절대로 손대서는 안될 것 같은 고귀하고도 순결한 존재 같은 곳이다. 렌즈 교체하다가 손가락이 스치기라도 하면 큰일 난 것 처럼 렌즈를 들여다 보곤 했다.
일주일이 걸려서 확인해 본 사진의 결과물은 매우 생생하고 흥미로웠지만, 사진자체로써의 퀄리티로만 보자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리저리 나있는 렌즈의 상처들이 그대로 표현되었고 스캔을 하면서 묻어난 우리집 먼지도 보이는 것 같았다.
하긴..몇 십년이 넘게 캡도 없이 굴러다니던 카메라 렌즈에는 수많은 상처들과 먼지들이 가득한 것은 당연했다. 마치 오랜시간 전장터에서 돌아온 베테랑 군인 같은 렌즈였다.
그리고 감사히도 아직 작동을 하는 카메라와 렌즈는 그 세월을 사진에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