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름 스무 번째 컷
이 동네는 어찌 된 게 오후 3시가 넘으면 슬슬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퇴근하는 5시가 되면 온 동네가 컴컴해진다.
퇴근 후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나가보지만, 이미 동네에는 어둠에 휩싸여있다.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봐도 감도 200 필름으로 찍을 수 있는 건 없는 듯하다..
아쉬운 마음에 큰길이 아닌 지름길인 골목길을 통해 집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이 있지만 건물들 불이 많이 꺼져있다.
그러던 길에 '팟'하고 건물들 귀퉁이에 불이 들어왔다.
어차피 작동을 안 하는 노출계는 무용지물이다. 믿을 건 내 눈 밖에 없다.
집 안에 있는 등의 노출의 맞추는 게 쉽지가 않아 몇 번이나 눈을 떼고 셔터스피드를 조절했다.
필카의 특성상 오토포커스가 안되기에 눈으로 초점을 잡아야 했다.
주변의 가로등 불빛과 건물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너무 밝아 보였다.
그나마 필름 감도 200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