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서 체코로 가는 기차에서의 노트
아침에 먹은 애플파이가 문제였다.
호텔 뒷편에 있는 인상 좋은 주인 아저씨가 혼자 운영하는 작은 카페이서 아침을 때웠다. 간단한 아침이였지만, 조금은 모자란것 같기에, 맛있게 보이는 애플파이를 하나 추가로 시켰다.
주인 아저씨는 내가 고른 애플파이를 가리키며 요즘 비엔나에서는 먹기 힘든 요리인데, 자신은 할머니가 내려준 레시피 그대로 아직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메이징 테이스트'라고 말하며 두 엄지를 치켜세웠지만, 그닥 맛있지는 않았다.
프라하로 가는 기차는 생각보다 좋았지만, 편하지는 않았다. 쾌적하진 못했던 공기와, 불편한 좌석이 편하지 못한 내속을 한층 뒤집어 놓았다. 오랜만에 타보는 기차이기에 조금은 즐겁기라도 해야했지만, 현실은 소주를 두병쯤 마시고 탄 사람 많은 4호선 막차 같은 느낌이였다. 더군다나, 에어콘도 고장난 막차.
클림트의 노트를 사서 여행을 기록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노트는 사지 못했고 결국에는 이렇게 열차 티켓이 인쇄된 백색지의 뒷면에 적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 너무 싫었다.
10년 전 한국에 있을 때, 내가 샀었던, 그러나 읽은 적이 없는 "동경만경"이란 읽으면서 가끔보이는 붉은 지붕의 유럽 촌동네를 보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시골집을 찾아갈때 탔었던 기차 밖 풍경들이 떠오르고 있었고, 아이러니 하게도 "동경만경"에서의 여주인공 '료코'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료스케'의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덥고 울렁거린다. 그만 읽고 그만 써야겠다.
애플파위 따위 먹는게 아니였다.
PS. 사실, 사진을 필카로 더 찍었는데, 필름이 로딩이 되지 않았었다. 그냥 빈셔터만 눌러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