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맛
'그리운 맛.'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그리운 것에는 맛이 있다는 것 아세요?
할머니집 대청마루에 누웠을 때는 여름의 산길과 같은 맛이 나요.
엄마의 옷장을 열고 코를 박으면 자꾸 엄마 눈물 맛이 나요.
아버지가 주신 오래된 시계를 차면 눅진한 88담배 맛이 나요.
이제 혼자서 책가방 메고 뛰어가는 큰아들의 뒷모습을 보면 덜 마른 아내의 머리카락 맛이 나요.
싸이월드 뉴스기사를 보면 비오는 날 우산없이 걷던 한남대교 맛이 나요.
가을장마가 답답해 창문을 잠깐 열었더니 이런... 싸이월드 도토리 맛이 납니다.
모든 그리운 것에는 내가 기억하는 맛이 있네요.
씹어야만 맛인가요? 기억도 맛이잖아요.
먼 훗날. 오늘을 기억 할때 어떤 맛일까요?
확실한 건 아주 그리운 맛일 거예요.
비오는 날은 확실히, 글쓰는 맛이 있네요.
-오늘의 위로, 작가에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