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녀의 서재 Sep 03. 2020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요?

DARK

그녀의 책장에는 양자역학의 법칙, 초끈이론, 평행우주 등의 과학서적이 있다. 그녀가 그 많은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종류의 책이 많다는 것은 그녀가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는 될 것이다. 그녀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라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며, 빠르게 움직인다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라워하고 감탄을 했었던가. 이러한 과학적 내용들을 이해한다는 것이 그녀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것은 1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스스로가 이런 것을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그녀의 현실은 카드사 콜센터에 있지만 말이다. 현재는 비록 초라하지만 이렇게 유식한 그녀에게 뭔가 영화같은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전화기에 매여있는 현재지만 언젠가의 일탈을 꿈꾸며 TV 전원을 켠다.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가 미래에 영향을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죠. 하지만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답니다. 시간은 앞으로만 가죠. 하지만 공간이 휘어진다면요? 시간은 나의 뒤를 쫒아올수도 있게되죠."

그녀는 독일 드라마 DARK에 나오는 시계공의 이 대사를 듣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루 종일 그녀의 뒤를 쫓아올수 있다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점심시간에 옆에 있는 동료에게 이 내용에 대해 신나게 설명해주었지만 그녀의 동료는 그 드라마의 청순하게 생긴 남자 주인공(루이스 호프만)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책에서 읽은 바로는 천재 아인슈타인이 말하기를 빛은 직진만하고, 시간도 앞으로 흐르기 때문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불가능하다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공간의 휘어짐으로 미래의 시간이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야! 끔찍한 소리 하지마. 그러면 꼬부랑 할머니가 되서도 '네. 고객님. 고객님 대출가능 금액은 300만원 입니다.' 이러고 있으라고!"

"아니! 바꾸면 되지.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말하는 거야. "고등학교 때는 죽으라고 공부만 해야 해. 안 그러면 너, 곧 나의 인생은 전화만 하다가 끝나버릴거야. 끊임없는 노동의 결과로 대인기피증과 이석증이 생기게 되는거지. 그리고 너는 거지같은 놈을 만나고, 참다 못해 결국 이혼을 할거야. 하지만 괜찮아. 지금 공부하면 미래를 바꿀 수 있어." 라고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현재를 바꾸는 거야. 아니다. 뭐 고등학교 때 까지 갈 필요없이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자 이제 전 재산을 들고 강남으로 가. 가서 주공아파트 한 채를 사는거야." 이렇게 말해줘야 겠다."

"뭐 그리 멀리가냐?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서 로또 한장 사고 1등 번호로 찍으면 되지. 그런데 아가씨. 그건 말이 안돼는것 같은데. 생각해봐라. 미래의 너는? 과거에 영향을 끼친 미래의 너는? 미래의 너가 과거의 너에게 알려주려면 현재를 살아야 한다고 . 과거가 바뀌면 과거로 돌아가서 충고할 너는 없어지는 거야. 생각해봐 뭔가 아구가 안맞잖아!"

"아! 그렇지. 너 똑똑하다! 그러면.... 음...... 충고를 한 나는 사라지는 거지. 평행우주에서 콜센터에거 일하던 구질구질한 인생 주인의 우주는 소멸하는거야. 그리고 강남 아파트 시세 차익으로 부자가 된 내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또다른 내 우주가 가지를 뻗는 거야."

"아가씨. 됐고 밥이나 먹어. 요즘 오픈뱅킹땀시 전화 폭주하는거 알지? 친절상담 해주시려면 많이 드셔~!"

동료의 말처럼 말도 안돼는 얘기일 지라도 그녀는 새롭게 뻗친 또다른 우주의 자신의 인생을 상상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야할까? 내가 가장 바꾸고 싶은 선택은 무엇일까?

 그 선택을 바꾸면 나는 행복해질까?'


그녀는 식사 준비를 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어?"

"왜 가? 이 지긋지긋한 인생을 또 살으라고! 싫어."

"아니.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말이야."

"내가 과거를 바꾸면 너는 세상에 없을 텐데? 글쎄. 너나 니오빠 없는 세상은 싫고 그렇다고 너와 니오빠 있는 이 세상을 또 살라는 것도 싫다. 그냥 지금이 좋아. 과거는 지금의 나에게 의미를 주는 거니까. 과거로 가라고 해도 안갈거야."


시간은 과거의 잘 못된 선택도 무뎌지게하는 힘이 있다. 쓰라린 고통의 시간도 지나간다. 시간이 앞으로 나아가기때문에 과거는 우리에게 추억이 된다. 추억이 없는 사람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식탁에 앉아있다. 그녀는 아직도 생각 중이다. 그녀의 삶에서 바꾸고 싶은 때는 언제일까?

' ~했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왜 지금 이 순간에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지 의아했다. 그것은 아마도 어떤 선택을 했던 미래에 후회가 따를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기때문이리라.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좋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아포칼립스를 막아야하는 요나스나, 세상을 멸망을 막기위해 바로잡을 것이 있다는 LEGION에게나 하라고 하자.


우리는 현재에 뿌리를 내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비록 미래에 지금의 선택을 후회할지 모르지만 현재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하면서 말이다. 미래의 후회? 그건 미래의 나에게 부탁하지 뭐.

작가의 이전글 블랙하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