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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의 서재 Dec 01. 2019

모든게 미안하고 죄송해야만 했던 날

포노사피엔스


아. 이상하게 기분 나쁜날이다. 오늘 그녀는 계속 죄송해야만 했다.


그녀의 사무실 단톡방에는 별별 얘기가 다 올라온다. 그녀의 과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모바일과 인터넷을 잘 사용해야 한다고 매번 강조한다. 그러며 자신이 어제 먹은 음식 사진 자신이 아내에게 해주었다는 요리 등등 오만가지를 과 단톡방에 다 올린다.


데이터 거지인 그녀는 그 단톡방인지 먹방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이 싫어서 알림을 꺼버렸다. 그러다 늘 단톡방으로 회의인지 통보인지 작업지시를 하던 과장이 단톡방에 오프라인 회의를 소집했고 그녀는 그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 10분이나 늦고 말았다. 화가났다. 먹방사진 10장에 한줄.

'16시 과 회의 회의실 집합 요망'

요 한줄에 뒤어어 과장이 가족에게 해줬다는 요리에대한 찬탄의 글.

'무슨 보물찾기도 아니고 이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회의시간에 한참 구박을 받고 연신 "죄송합니다" 사죄를 하고 단톡방에 눈물도 남겨주고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러 휴게실에 모였다.

"너무 하는거 아니야? 저 쓸데없는 단톡방 때문에 진짜 죽겠어. 난 데이터도 다 써서 추가요금도 나온다구."

"야. 나는 과장 사진 보고 칭송의 글 남기려고 지난달에 데이터 무제한으로 바꿨다. 에휴. 한달에 7만원. 어쩌겠니. 직장생활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지."

정말 저렇게 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는건가? 이놈의 카카오톡은 왜 생겨가지구!


'옆사무실 직원의 장모상때 XX한테 내가 분명히 오만원을 빌려줬는데 왜 안주지?'

에이 말하자니 좀스러워 보일까 좀 그렇고, 또 말 안하자니 생돈 5만원 날라가는거 아닌가 싶고.

그녀의 소심한 마음이 복잡해지고 있을때

"선배. 왜 돈 안받으셨어요? 다시 보내야겠네요."

"응? 돈을 보내? 언제?"

"선배. 제가 카뱅으로 보냈는데 선배가 안받으니 돌아왔네요."

'아....... 지난번에 뭐 이상한 메시지가 오기는 했는데........ 그건가?'

"선배. 카뱅으로 돈받는거 아직 모르세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쉬워요."

그녀는 스스로가 과장보다도 뒤쳐진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도태되어버린 구닥다리 꼰대가 된 기분이었다.

"어... 미안. 어떻게 하는거야?"


스마트폰이 친절하게 친구의 생일이라고 알려줘서 그녀는 편의점 택배 예약을 했다. 좋은 세상이다. 편의점에서 기계 앞에 서서 직접 무게를 제고 배송비를 계산했다. 조금 싼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미리 예약을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웬걸........ 퇴근길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XX택배입니다. 편의점 택배 신청하는데 무게를 정확히 측정해야죠. 이번에는 그냥 가져가지만 다음부터는 주의해주세요.'

라는 항의성 문자였다.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이건 또 뭔소리래. 그녀가 기계치인것은 맞지만 기계화면에 나오는데로 했는데 또 뭐가 문제인건지. 짜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고 품격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그녀이기에 최대한 짜증을 누르고 답문을 보냈다.

'아.... 기계에 두번이나 올려서 무게를 측정했는데 잘 못 나왔나 보내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라리 우체국에 갈것을 그랬다고 후회했다. 우체국에 가면 직원이 무게도 직접 재주고 친절하게 언제 도착예정인지 알려주고 하는데. 괜히 스마트폰으로 예약하면 더 편할 것 같아서 했더니만. 쌀쌀맞은 편의점 아줌마도 짜증났는데 이제는 택배아저씨까지 그녀에게 화를 내고있었다.


축 처져서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2층사는 3남매 애기 엄마가 뛰어나오고 있었다.

'야밤에 날도 추운데 애기들 셋을 데리고 어디를 간데? 저 아줌마도 운전 못하는걸로 아는데.'

삼남매 애기엄마 앞에 예약이라는 불이 깜박깜박하는 택시한데가 섰다. 택시 예약 서비스로 예약을 해둔 모양이었다. 참 스마트폰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그녀에게는 미안해야할 일 투성이 되었지만 말이다.


과장님 책상위에 요 근래 계속 눈에 띄던 책이 있었다. 포노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알겠는데 포노? 포르노? 이게 뭔소리야?'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를 포노사피엔스라고 한다. 이 말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서 처음 만들어낸 신조어로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포노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라고 부른데서 나왔다. 그녀의 무식에.... 그녀 스스로도 놀라는 중이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인간의 소비방식에 변화가 왔고 금융, 방송, 유통산업 등 거의 모든 분야가 가히 혁명적으로 변화되었다. 스마트폰에 의한 변화가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주도하고 이끈 것이 아닌 인류의 자발적 선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호모에서 포노로 진화를 하고 있고 진화가 무서운 것은 절대 역변이 없다는 데 있다.


그녀 역시 자발적 선택으로 스마트폰은 샀고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알려주는 일방적인 기사가 아니라 유투브에서 그녀가 알고 싶고 보고 싶은 내용만 선택하여 보고 있다. 포노사피엔스 이 책의 저자는 방송의 계몽의 힘이 사회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대중의식의 복제는 우리나라 사회 유지의 근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은 좋아하는 정보만을 보고 복제하여 이로 인해 생각은 모두 개인화 되었다. 언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과거와 같은 절대적 권력을 더이상 누리지는 못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스마트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세개를 구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베이비붐세대 - X세대 - 밀레니얼세대. 그녀는 밀레니얼세대에 속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전화와 문자 가계부 카톡 정도만 사용할 줄 아는 그녀는 X세대에 속하는 것 같았다.

'이 뭐야. 난 이도 저도 아닌 애 늙은이인가?'


그녀는 게임을 할줄 모른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그림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면 눈이 아파서 싫었고 게임으로 시간을 축내는 기분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모바일의 많은 서비스들은 사용자에게 게임을 하듯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한 방식들이 그녀와 같은 기성세대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 도 있지만 밀레니얼세대에게는 먹히는 전략이고 당연한 진화의 방향이라고 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 등의 운영방식은 기존의 비즈니스 운영방식을 탈피하여 사용자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줌으로써 새롭지 않아도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다고 했다. 그녀는 이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다. 성공한 앱들은 그녀도 사용하지만 뭐... 게임을 하는 방식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이론이야 말로 이 책의 저자가 베이비붐 세대로서 너무 단순화하여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젊은 사람들은 게임을 좋아한다. -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앱을 많이 사용한다. - 그러므로 성공한 스마트폰 앱은 게임을 하듯 사용할 수 있는 앱이다. 이런 식이다. 그녀처럼 게임의 게자도 잘 모르는 사람도 게임의 유희보다는 편해서 또는 남들이 다 쓰니깐 사용하는 것이었다. 사회생활의 일환으로... 그런면에서 세상이 베이비 붐 세대가 따라잡기에넌 너무다 변화무쌍하게 그리고 그녀 같은 밀레니얼 세대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사무실에서 그리고 그녀의 남편 역시.... 모바일 게임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 한다. 그것이 과연 의미있는 행위인지 그녀 보기에도 단순한 시간낭비처럼 보일 뿐이지만 이 책에서는 위험하지만 배워야 할 숙명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게임이라는 낯선 중독문화를 만나면서 사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 있을 때, 야단치고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도 없고 그래서 더 고민은 깊어갑니다. 부모가 눈앞에서 못하게 하는 건 할 수 있지만 친구들끼리 있을 때까지 막을 수가 없거든요.그러니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그 위험성과 가능성을 나누어 잘 가르쳐야 합니다.

우선 게임이 중독성이 강하고 그래서 잘 절제하지 못하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망칠 수 있다는 걸 인지시켜야 합니다. 할 수 있다면 부모가 함께 게임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함께 공부도 하면 더욱 좋습니다.중독이 심한 문화일수록 부모가 함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험하니까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 마!" 한마디로 해결될 문제라면 위험하다고 할 이유가 없겠죠.

새로운 문명, '열광'으로 향한다. p 162


그녀도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머리로는 아이와 함께 게임도 하고 같이 공부도 할 수 있는 깨어있는 엄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할 수 없으니깐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며 조금씩 변화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눈 깜빡하면 훌쩍 커버리는 아이가 그녀의 더딘 변화를 기다려 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순간 이런 경제 비즈니스 서적을 읽으면서도 육아를 보고 생각하는 그녀다.


이 책은 과장을 위한 책이었다. 아직 그녀까지는 아닌것 같고... 

베이비붐 세대의 노고를 칭송하지만 이제 변화해야하고 스마트 폰이 이끌어가는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위해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을 공부하고 유투브에서 먹히는 킬러콘텐츠가 탄생하는 원리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 보다 포노사피엔스로 그 문명을 자유롭게 누리고 재창조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아이들이 진짜 인재라고 말한다. 기업은 이제 고객이 왕이라는 제1명제를 바탕으로 아마존에서 그랬듯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진짜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고 생각해 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과장도 모두 알고있는 사실일지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미 그녀도 책에서 처럼 논리 정연하게 설득 할 수는 없지만 세상이 변했고 그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더라도 따라는 가야한다고 처절하게 느끼니 말이다.


스마트폰이 있어서 세상은 분명히 편해졌다. 시나브로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채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언론,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역변 없는 진화의 과정에서도 그 속도는 모두 동일할 수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처럼 스마트 폰보다 일부러 요즘 어린세대들은 알지도 못할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전자문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꼭꼭 출력을 해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그녀가 일부러 시대에 역행하려고 작정을 한 것을 아니지만 아직은 그 변화가 낯선 부분도 분명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과장이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단톡방에서 예절도 나오는데 과장은 이 부분을 읽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사람은 배워야 한다. 변화에 뒷쳐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에 대한 매너를 배우는 것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톡방문화는 일반 대화와는 다릅니다. 업무 관련 톡방이라면 철저하게 업무 시간 내에, 업무에 관련된 내용만 올려야 합니다. 여기에는 개인의 정치 성향을 강요하는 사이트의 링크를 걸거나 업무와 무관한 교육적 내용(기성세대 관점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을 담은 링크를 걸면 안 됩니다. 생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개인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내용을 올려서도 안 됩니다. 재밌다고 생각되는 유머나 재미있게 본 글을 올리는 건 괘찮지 않을까 생각하나요? 이것도 가급적 삼가는 게 좋습니다. 사적인 모임이 아니라 업무 관련 톡방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없던 인류가 온다 p.292


그녀는 이부분을 접고 밑줄도 그었다. 내일 회의 시간에 이 부분을 과장에게 꼭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 행동들이..... 내일도 하루종일 미안하고 죄송해야만 하루를 만들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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