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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의 서재 Dec 15. 2019

행복해지는 방법

위라클

포노사피엔스와는 거리가 먼 그녀지만 가끔 유투브의 '세상을 바꾸는 15분'이라는 채널을 보고는 한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제가 그녀도 그녀의 이야기를 저런 자리에서 해보고 싶지만 그녀는 너무도 평범하다. 아니 평범 이하라서 별로 할 이야기도 없는 것 같다.


박위. 위라클이라는 유투브의 채널 운영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JTBC의 드라마 PD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잘 생겼다. 시원시원하게 참 잘생기고 유쾌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그의 밝기만 할 줄 알았던 인생을 바꿔버린 일이 일어난다. 자라에 정직원이 되었다는 발표를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친구들과 술을 많이 마시고 2층 건물에서 떨어져 척수를 다쳐 전신마비 선고를 받게 된다. 그녀와 같은 사람에게는 절망의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 같은 그 선고를 그는 절망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강연에 나온 그는 자신은 이제 젓가락으로 먹는 라면의 맛도 알고, 인스턴트 소변줄을 하고 있으며 스스로 휠체어도 밀수 있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서도 재활훈련 중에 찍은 사진에서도 그는 정말 미친놈처럼 계속 웃고 있었다. 너무너무 힘들다는 재활훈련을 하는 사진에서 그의 표정은 마치 아기가 스스로 일어서서 번쩍 손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자랑스럽고 설레는 얼굴이었다. 그는 유투브 운영자로서 다른 사람들이 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자신이 하면 하나의 콘텐츠가 되니 신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녀는 울었다. 그의 대단한 긍정의 의지와 그가 이룩한 것들에 대한 감동에 운 것이 아니었다. 처음 그가 전신마비 선고를 듣고 그 말에 무릎을 꿇고 기어 다니며 땅을 치고 절규를 했다는 그의 아버지가 상상이 되어서 울었다. 그의 동생이 형을 간호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느꼈을 그 우울감이 상상이 되어 울었다. 그리고 그가 연신 싱글벙글하며 웃다가 갑자기 울먹일 때 그녀는 펑펑 울었다. 저렇게 밝게 웃기 위해 사실 그의 가슴은 몇천 번이나 무너져 내리고 절망하였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삶에 고맙지 않은 것은 한 가지도 없다고 했다.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그녀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그녀의 남편과 출근을 하며 그녀는 남편에게 그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참 대단하지. 그런 사람도 있는데 나는 왜 이모양이지? 나는 왜 나에게 돈을 주는 그 고마운 회사에 출근하기가 싫고 인생의 보물인 아이들에게도 늘 화를 내는 걸까? 그런 사람도 있는데 나는 뭐지?"

"참 대단한 사람이네. 하지만 누구나 느끼는 고통의 종류도 다르고 거기에 반응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지. 난 당신의 힘듦을 그 사람의 힘듦과 비교해서는 안될 것 같아. 당신은 당신만의 타당한 이유로 힘들 수 있지. 그런 건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고마웠다. 그녀를 그대로 바라봐주는 남편이 참 고마웠다. 


'행복의 기준'

그녀의 남편과 그녀는 따박 따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이 있고 풍족하진 않지만 돈에 허덕이지는 않는다. 

그녀의 아이들은 건강하고 객관적으로 아주 순하고 착하다.

그녀의 가족 중에는 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없다.

결론. 그녀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왜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왜 그녀는 수시로 우울한 것일까? 왜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일까? 왜 그녀는 항상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녀는 지금 하는 일이 그녀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녀 생각에 그녀는 좀 더 영향력 있고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잘나지 않았고 그녀의 직장에서는 그녀를 인정해 줄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다.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하는 그녀는 회사에 분노하고 회사에 가기가 싫다.

그녀의 아이들이 부모를 닮아 비염이 있지만 건강하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는 그녀는 스스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함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느낀다. 그녀를 대신해 아이들은 돌봐주어야 할 어르신들이 아이들이 해 달라는 모든 것을 해주고 매일 TV를 보여주는 것이 못마땅하다.

그녀의 가족 중 그게 아픈 사람은 없지만 그녀의 남편은 매일같이 빼짝빼짝 말라가니 신경 쓰이고, 이제는 화가 난다. 말라서 이 옷 저 옷 이쁘게 입고 싶은데 그녀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어만가는 체중에 짜증이 난다. 

그녀는 행복하기는커녕 늘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다.


비교적 행복하다. 비교적 불행하다. 

이런 말이 있던가? 

나는 3 수준만큼 행복하다. 나는 인생에서 70% 행복하다. 

행복이라는 것이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

당신은 행복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불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행복에 어떠한 논리가 적용되는가?


 모두 잠든 밤 그녀는 서재에 있다. 

박위와 같이 행복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행복할 수 있고 

그녀와 같이 행복을 위한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녀는 노트에 적었다.

'행복은 아주 아주 주관적인 것이다. 행복은 생각이 아니라 느낌이다.'


그녀가 읽었던 많은 책들과 글들에서 마음도 몸처럼 훈련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행복은 생각이 아니라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생각하면 그렇게 느껴진다고 한다.

박위와 같은 사람도 그 스스로 이 상황에 포기하지 않겠다. 상황에 굴복하지 않겠다. 끊임없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마음을 강하게 단련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노트에 한 줄 더 적었다.

'느낌은 생각을 따른다.'


그녀는 생각한다.

'나에게는 멋진 남편이 있고, 건강하고 착한 아이들이 있다. 부모님과 시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다. 나는 건강하게 노동을 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다. 게다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서재도 있으니 나는 정말 행복하다.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씩 웃어본다.

 하. 정말 어색하다.  손이 오그라든다. 


그녀가 잠든 아이들을 본다. 그 옆에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남편도 본다. 

그리고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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