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by 마디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새로운 책이 진열되었다. 바로 2026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벌써 젊은작가상이 나올 때구나. 이 책은 특히나 동내책방 에디션이 따로 제작되어, 그 디자인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표지는 청량하면서도 귀여움을 내뿜어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특히나 위수정 작가의 작품이 실려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 마음이 커졌다. 얼마 전 그녀의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인 '눈과 돌멩이'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던 어느 날, 동내책방 에디션도 살 겸 오랜만에 집 근처 북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퇴근 후 아무런 일정이 없다는 건 마음을 꽤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체력을 쓸 일이 많았음에도 차근차근 내 페이스를 맞출 수 있었다. 퇴근 후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엄청난 해방감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 년 만에 방문한 책방은 여전히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특히 책을 읽다 취향인 음악이 나와 웃음 짓게 되는 비밀 같은 순간이 참 좋았는데, 이번에도 그럴 때마다 옅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공간에 들어서 자리를 잡고 앉으면, 책방지기는 여느 때와 같이 세 권 정도의 책을 조용히 놓아주신다. 이용시간 내에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않아도 된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지만 분명 필요한 한마디를 전해주는, 그런 책을 골라주실 테니까. 책을 읽으며 책방지기의 센스에 한 번 놀라고, 내게 닿아 마땅한 글로 채워진 페이지를 만나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특히 그래픽노블이나 그림책처럼 평소 직접 골라 읽지 않는 분야의 책임에도, 읽다 보면 그게 또 너무 좋아져 한참을 멈춰있게 된다. 왜 이렇게나 오랜만에 왔을까 싶을 정도로 깊게 빠져드는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 오면 꼭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발견하게 된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눈에 들어온 적 없던 책이 그 공간이 주는 어떤 흐름을 타고 내게 닿는 순간이 좋다. 홀린 듯이 집어온 책을 읽어보다 결국 좋아하게 되는 그 순간이 마법 같다. 그날 읽던 책은 다음날까지 머릿속을 맴돌아 결국 소장하게 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을 읽는다는 감각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좋았던 책. 그런 책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되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사실 요즘, 개인 시간에 빠져들 틈도 없이 어딘가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러다 어떤 기운처럼 갑자기 떠오른 이 공간 덕분에 다시금 평화를 되찾았다.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던 혼자되는 시간에 다시 푹 빠져보자고, 그래도 좋겠다는 마음을 기꺼이 가졌다.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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