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by 마디


지난 2, 3월엔 한 책방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활발한 모임은 아니고, 그저 매주 자신의 글을 한 편 이상 써서 업로드하면 되는 느슨한 활동이었다. 3월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써 업로드하는 미션을 스스로 수행했다. 그중 단 하루, 글을 업로드하지 않는 일요일엔 그 모임에 글을 올렸다.

매주 빠짐없이 글을 올린 사람에겐 책방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이 주어졌다. 쓰기로 두 장의 보상을 얻었고, 나는 다시 쓰기 책을 샀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제목에 "쓰기"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들어간 책이었다. 뭔가 쓰게 될 것만 같은 기운을 품은 책은 정말이지 사지 않을 수가 없다.


다행히도 이번에 느낀 기운은 꽤 들어맞았다. 책 속에는 내게 필요한 지혜가 많이 있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야기 전체를 알려고 안달하지 말자. 첫 데이트에 나가서 증손자를 상상하는 꼴이니까."

마치 글 쓸 때 나의 모습을 꿰뚫어 본 것만 같은 문장에 웃음이 나왔다. 대체 나도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는 모르나 떠오르는 생각이 모조리 적히고 있는 문서를 들킨 것처럼.


공허한 백지를 마냥 펼쳐두고, 견디기 힘든 그 시간을 감내하는 것은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혹은 매일 경험하는(적어도 나는) 일상일 것이다. 그 순간엔 내면에서 들끓던 단어들을 어르고 달래 꺼내어오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가장 중대한 미션이다. 휘발되지 못한 단어들은 분명 내 안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테니까. 그런 단어가 적히고 적혀 어느새 한 편의 글이 된다. 곧바로 완성되지 않아도 좋다. 약속장소로 가는 지하철에서, 자려고 누운 침대 위에서, 휴식 중인 일터에서… 예상치 못한 때에 그 글은 자신이 되어야 했을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본문에 인용한 문장의 출처는 <계쏙 쓰기: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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