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여기기

by 마디


나는 왜 내 결과물을 시답지 않게 생각할까?


전시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생각이다. 일상에서 발견한 순간, 산책에서 발견한 꽃과 잎, 여행에서 생각한 문장들로 채워진 공간은 어딘가 익숙한 듯했다. 그 이유는 분명 내가 자주 생각해 왔고 자주 적어왔던 문장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치만 그것이 하나의 완성된 물성으로, 작품으로 존재하니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놀라웠다. 대체 이런 추진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전시의 마지막쯤, 그동안 행해왔던 빠른 포기와 자책, 그리고 참을성이 없었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정확히 공감하는 내용이라 그곳에 한참 멈춰있었다. 난 아직 거기 머물러 허덕이고 있는데….


그의 전시 한편에 자리 잡은 문장들은 주로 창작을 하며 느꼈던 사소한 번뇌가 적힌 메모들이었다.

요즘 왜 이렇게 실패를 두려워하는 건지
잘하는 사람들을 따라 하려 하기보단 나만의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
이 일을 하는 것이 내게 행복한지만 생각하자
목표보단 과정을 중시하며 계속 도전하고 싶다

작가의 시선이 담긴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사이에 문장이 심어져 있었다. 나에게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한다면 하지 않을 수 없는 그 생각들을 천천히 따라갔다.


나는 진정 나만의 기쁨만을 쫒으려 한 적이 있었나? 나의 참을성은 언제나 인정과 보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노력만큼 해내지도 않고 섣불리 실망하기 일쑤였다. 언제나 커다란 목표를 가지면 이뤄질 거란 말에 매혹됐던 것 같다. 사실은 과정이 쌓여야만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생길 텐데.


내가 가진 것을 그대로 인정하기. 그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연구하기.

전시를 다 보고 나올 때쯤, 마음속 메모장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언제고 부담 없이 걸어갈 수 있는 나만의 스텝을 찾아가고 싶다는 염원을 가득 담아.




*해당 전시와 전시 내용의 출처는 <예진문, 뿌리의 방> 관람 후 얻은 내용입니다.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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