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상념 2

by 마디


멍하다. 이어폰을 꽂았다. 퇴근하면 들어야지 생각했던 노래를 틀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버스 창밖으로 지나가는 건물과 사람들은 그저 무료함을 더해줄 뿐이다. 지하철에선 꼭 책을 읽어야 하는데. 내일모레 독서 모임에 나가려면 적어도 반 이상은 읽어야 한다. 절반을 읽으면 아까워서라도 더 읽게 되리란 희망을 품게 된다.


퇴근 시간임에도 도심으로 향하는 지하철엔 빈자리가 있다. 파란 좌석에 등을 붙이고 앉아 새로 나온 앨범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 앨범이 끝나면 진짜 읽어야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데 익숙한 노래의 전주가 들려온다. 트랙 수가 꽤 많다 생각했는데.


북파우치를 열어 책을 꺼내 들었다. 분명 소설책이지만 아무리 봐도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듯하다. 나도 은근슬쩍 남 얘기인 척 내 이야기를 써볼까. 그럼, 혹 소설을 써볼 수 있게 될까. 이대로만 멈춰있고 싶은 욕구는 채워질 틈이 없다.


도통 읽히지 않을 것만 같던 글자가 몸속에 스며드니 멍했던 머리가 사고한다. 글을 쓴다는 내용의 글을 읽다 결국 내 글을 쓰게 된다. 사실 매우 익숙한 패턴이다. 글을 쓰면 왠지 나와 가까워지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그 착각이 좋아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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