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은인

천천히 깊게 사랑하며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by 마디


작년 말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새로움을 맞닥뜨리는 요즘, 자꾸만 대학교 때가 떠오른다. 며칠을 몰두해 완성한 작업물을 내놓을 때면 느껴지던 초라함. 디자인을 전공하며 끝없이 비교와 경쟁의 굴레로 스스로를 가두었던 때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그치질 않는데, 결과물 앞에 설 때마다 자신이 없었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책하는 습관이 꼬리처럼 달라붙었고, 결국 부정적인 감정을 버텨낼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디자인에서 완전히 멀어지기로 결심한 뒤에는 비교, 질투, 부러움 같은 감정들을 아예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영영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언젠가는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모든 걸 힘없이 내줘버리고, 결국 남은 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사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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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 나가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피하고 주저하기만 하던 시기를 지나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다시금 잘하고 싶은 게 생기니 질투를 비롯한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완전히 멀어졌다고 착각했던 그 감정들은 단지 튀어나올 기회를 차단했을 뿐,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비슷한 분야에서 자신의 것을 이뤄내는 사람들을 만날 때, 비교하고 부러운 마음이 들지만 동시에 그들이 그런 자리에 이르기까지 감내해 온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브랜드로 만들어내고, 디테일을 하나씩 쌓아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이 있었을지. 여전히 질투와 부러움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난 것은 없다는 걸 이젠 안다.


부정적 감정을 없애버리겠단 허황된 꿈을 가지고 억누르는 것은, 좁은 방 안에 커다란 물건들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과 같다. 내가 원하는 일에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을 만들고, 갖고 싶을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좋은 자극에 힘입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며, 기꺼이 고통받을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빠르게 얻은 것은 빠르게 사라진다는 말을 온몸으로 배워가는 방식이다.

천천히 깊게 사랑하며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잘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끊임없이 질투를 유발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을 만나고, 작업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질투를 동력 삼아 계속 나아갈 것이다.


마디_질투는 나의 은인_무단사용금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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