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엔 거의 매일 썼다. 쓰는 동안 아주 추웠던 첫째 주가 지나고 봄같이 따뜻한 날씨가 찾아왔다. 더 이상 크고 두꺼운 패딩이 아니어도 살만해졌다는 뜻이다. 얇은 점퍼를 꺼내 입으며 마음도 조금씩 봄에 가까워진다. 겨울이 시작되면 대체 이 길고 지겨운 겨울을 어찌 버틸까 하는 막막함이 가득해진다. 매 겨울의 시작이 그랬다. 그러나 끝이 보이는 때가 오면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생각해 보면 추운 겨울이 꼭 삭막하기만 한 건 아니다. 빠르게 어둠이 찾아오는 겨울을 견디는 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을 한껏 즐기는 것이다. 쌓인 눈 위에 첫 번째 발자국 남기기, 겨울과 잘 어울리는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따뜻한 바닐라 라떼 마시기, 핑크색 어그부츠 신기, 헤드폰을 귀마개 겸용으로 사용하기... 여러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겨울 스포츠 즐기기다. 겨울에만 할 수 있는 바깥놀이를 즐기면 왠지 하염없이 웃음이 난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 겨울엔 S와 함께 눈썰매장에 갔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살짝 무서웠지만 막상 출발하니 이렇게 신날 수가! 하얀 설원을 내달리며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나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S가 자긴 더 빠르다며 내 튜브를 잡고 속도를 냈다. 나중엔 썰매를 타러 세 번, 네 번째 오르면서도 힘차게 걸어 올라가던 어린이들이 부러워졌다. 오랜만에 S와 아이처럼 웃는 얼굴을 마주한 날이었다.
그날 저녁엔 노트를 펴고 각자의 일 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잘한 일, 아쉬웠던 일, 후회되는 일, 더 원하게 된 것 등의 항목을 정하고 쏜살같이 달아난 기억을 겨우 더듬어보니 미루고 놓친 일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럼에도 유지하고 싶은 모습이 있었고, 또 더 나아가보고자 하는 모습도 있었다. 다 적고 나눈 대화에서는 내년엔 더 잘해보겠다는 자신만의 의지를 공포하듯 서로 굳게 약속했다. 지난날의 과오는 낮에 눈썰매를 타며 훌훌 털어버렸다고. 그렇게 믿으면서 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갔뎐 12월 31일도 떠오른다. 무엇보다 겨울은 연말과 연초의 분위기를 모두 느낄 수 있어 특별하기도 하다. 항상 그렇듯 새해를 쿨하게 맞이하기를 실패하고,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HAPPY NEW YEAR! 전광판에서 글씨가 사라지고 나니 사실은 어제와 비슷한 일상임을 실감했다. 그치만 마음속 들끓는 다짐은 작정이라도 한 듯 빛나고 있었다. 꾸준히 매일 쓰자는 그 다짐, 나와 한 약속을 지켜내야만 나에 대한 믿음이 견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올해엔 비로소 두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작심삼일을 넘기고 꾸준히 쓰며 보낸 2월도 끝이 났다. 점차 따뜻해질 3월과 4월엔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되겠지. 자연의 모든 것들이 되살아나겠지. 나의 글도 좀 더 나아지기를,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더 크고 단단해지기를 기대하며 써내려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쓸 것이다. 내게 계속해서 기회를 줄 것이다. 가능한 만큼, 아니 그 이상 너그러워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