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다시 시작할까 봐. 요즘 너무 몸에 소홀히 지내는 것 같아서. 편한 음식만 먹게 되고, 해본 것들만 다시 찾게 돼. 새로운 걸 하긴 하는데 최소한으로 해. 요가도 했던 거긴 한데 그래도 좋잖아. 요가하면 몸이 정화되는 것 같아. 선생님이 오셔서 내 자세를 막 교정해 주셔. 요가원은 엄청 고요하고 선생님도 세상 차분하신데, 누군가 틀린 자세를 하고 있으면 지체 없이 와서 잡아주셔. 그때만큼은 큰 목소리로 말씀하시면서 말이야. 배에 힘주세요! 유지!
요가를 하면 일단 한 시간 동안 온전히 주목하게 돼. 내가 내 몸에 말이야. 그리고 선생님도 나한테 주목하고 계셔. 어쩔 땐 그게 좋기도 해. 나는 사실 주목받고 싶은 사람인가?
며칠 전에 좋아하는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왔어. 그 사람이 눈앞에서 조잘조잘 말하는데 너무 재밌는 거야. 이번엔 작가님을 비롯해 책의 편집자와 디자이너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 마이크가 잘 안됐어. 근데 강단 있는 나의 작가님은 쌩목소리로 “여러분 들리세요?” 하시더니 몇몇 고에서 “네~”하니까 그대로 이야기했어. 옆에 계신 편집자님의 차례가 되어 말씀을 시작하셨는데, 목소리가 엄청 작으신 거야. 그분은 열과 성을 다해 이야기하는 게 느껴지는데 계속 작으니까, 옆에서 작가님이 “편집자님, 힘을 내세요. 기세로 밀고 나가세요!”라고 했어. 그러면서 “출판계가 목소리가 좀 약해요 여러분” 이러셨어. 사실 이 대화가 중요한 건 아닌데 생각나서 말해봤어. 어쨌든 일방적인 토크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왔어. 난 그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의 문장이 적절하게 인용된 게 너무 좋았는데, 그 문구들을 미리 생각해 두고 썼을까? 쓰다가 생각난 걸까가 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질문했어. 다들 질문하려는 의지가 너무 치열해서 그중에 내가 뽑힌 게 신기해. 작가님의 대답은, 인용을 미리 생각해 두고 쓰기도 하고 쓰다가 생각나기도 한대. 그리고 책을 읽다 너무 좋은 부분을 발견하면 그걸 꼭 쓰고 싶어서 작정하고 쓸 때도 있는데, 인용할 그 글이 이미 너무 좋으니까 내가 더 쓸 필요가 있나? 싶지만 너무 쓰고 싶어서 엄청나게 잘 쓰려고 노력한대. 오마카세처럼 문단 문단이 다 좋게 좋은 걸 계속 내놓을 수 있게. 이 사람은 정말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싶었어.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고.
북토크가 끝나갈 즈음 질문한 사람들에겐 사인을 해주겠다고 했어. 사실 작은 편지를 준비해 가긴 했는데, 이렇게 오래 가까운 자리에서 드리게 될 줄은 몰랐지.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 다른 사람들은 다 이때다 싶어 작정하고 온 것처럼, 마치 작가님과 오래 알고 지내온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더라고. 그게 너무 신기했고 마냥 신기해하고 있으니 내 차례가 왔어. 앞 순서와는 다른 어색함과 적막이 맴도는 것 같았어.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좋은데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야. 그냥 너무 좋아서 좋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고 그랬는데 그 짧고 강한 시간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 내내 이상한 자괴감 같은 게 머릿속에 자꾸만 맴돌아서 힘들었어. 나에 대한 자부심이 그렇게 없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나를 소개할 거리가 그렇게도 없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마치 대역 죄인이 된 것마냥 나를 한없이 낮추고 온 것만 같아서 자존심이 상하는 거야. 사실 이런 말 하는 것도 좀 창피하고 그래. 그래도 그냥 말할래.
집에 와서도 좀 골똘히 생각해 봤어. 근원을 찾으려 하다 보니 툭 튀어나온 것 중 하나가 도피였어. 그게 뭐냐면 난 지금까지 웬만큼 안 되면 다 그만뒀던 것 같아. 뭔가 완벽하거나 확실하지 않으면 놓아버렸던 거지. 그렇게 살다 보니 지금 이렇게 애매한 것 같은 거야. 그게 곧 내 욕망을 억누르려는 행동이었던 것 같아. 완벽해질 자신이 없으니 그냥 한 발 떨어져 버리는 거지. 난 사실 누구한테 칭찬받는 것도 좋아하고, 칭찬을 놓치기 싫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인정받으면 기분 좋고, 옆 사람보다 잘 해야 할 것 같아 또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더라고.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살았어. 그게 사실 힘들긴 힘들지. 계속 비교하고 경쟁하는 거니까. 근데 그렇게 하면 그렇게 하는 만큼 성장하기도 하잖아. 근데 난 성장 대신 평안함을 선택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냥 뒤로 물러나고, 어쩔 땐 회피하고. 그게 괜찮은 건 줄 알았어. 근데 이번에 터진 것 같아. 그리 괜찮지 않은 것 같아. 기회를 확 잡아버리는 사람들 보니까 너무 질투나. 나도 얘기하는 거 사실 좋아하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좋아해.
있잖아, 시간이 엄청 빠르다? 진짜 순식간이야. 시간은 그냥 가버리면 그만인데 뭔가 자꾸만 회피하면 그건 내 안에 쌓여. 노폐물이 계속 쌓이는 거야. 내 욕망을 정확히 아는 거, 거기에 솔직해지는 거, 그거 안 하면 터져. 고지욕증이 터져서 욕망 출혈이 생기는 거야.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 것 같아. 뭔가를 미루면 언젠가는 터진다는 게 사실이었어.... 그동안 받아들이고 곧바로 해결하는 거 많이 하려고 노력해 왔다 생각했는데, 미뤄온 것도 더 해결해야 할 것도 상상 이상으로 많이 있나 봐. 내가 말이 좀 길었지. 그냥 나를 좀 더 보살피고 싶어. 안 힘들고 평안하고 그런 거 말고, 내가 진짜 가지고 싶은 걸 가지고 싶어. 나 되게 갖고 싶은 거 많은 욕심쟁이인데 욕심쟁이인 걸 어떻게든 인정 안 했던 것 같아. 욕심쟁이가 나쁜 거라고 생각했나 봐. 그래서 가진 것도 없이 내려놓으려고만 했던 것 같아. 좀 욕심쟁이면 어때서.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인 거겠지? 그만 참고 그만 양보하고 하고 싶은 거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