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근무하며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책 정리다. 매장 상황에 따라 그날 정리하는 분야가 달라지는데, 특히 아동 파트를 맡는 날엔 귀여운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신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달려 들어오던 아이들은 어느새 가지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울거나 협상하거나 약속하거나 다짐하는 아이들의 여러 얼굴을 마주한다. “엄마 그럼 병원 갔다가 다시 오자. 아니면 내일 엄마가 나 데리러 왔다가 같이 오면 되겠네!” 엄마랑 아빠는 분명 책을 사주러 왔는데 애석하게도 아이들은 책 옆에 있는 장난감코너에 시선을 빼앗긴다.
손님이 많이 빠지는 저녁 시간이 되니 매장 안은 비교적 조용해졌다. 한껏 흐트러진 매대를 정리하며 돌던 중 저쪽에서 작게 책 읽는 소리가 들렸다. 아동 코너 한쪽에는 어린이들이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앉아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와 아이의 소리였다. 그 순간을 보니 왠지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며 단숨에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초등학생이 되기 전 아빠랑 같이 자던 시절에 둘이 누워 구구단을 외던 기억이 스치다가, 명절이면 고모부가 오셔서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달려와 안아주던 때가 떠올랐다. 고모부는 그렇게 나를 안고 소파로 가 웃긴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대체로 똥 얘기 같은 유치한 내용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왜 그리도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고모부와 난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오붓하게 앉아 이야기하는 사이가 아니지만, 둘이 앉아 소곤소곤 떠들다 꺄르르 웃던 때를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니 입가엔 미소가 지어졌다. 층층이 쌓인 박스와 포장할 책에 쫓기며 내내 무표정이었던 얼굴이 유연해짐을 느꼈다. 문득 일할 때 내 얼굴이 정말 무표정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웃음기 하나 없이 손님들을 기계처럼 응대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조금은 반성하게 됐다. 웃을 일은 생기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사실 내가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사소한 순간에도 잠시 미소를 지어보고, 손님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작은 기쁨을 늘려가다 보면 일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데, 내일부턴 작은 일에도 조금 더 웃는 순간을 늘려보기로 다짐한다. 작은 웃음이 모여 잦은 행복을 느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