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by 마디



이번 주에는 S가 이사를 했어요. 2년 만에 새로운 집으로 옮겨간 것이죠. 이전에 살던 동네는 신도시였고, 아파트와 건물들이 잔뜩 지어지고 있었어요. 집 앞은 항상 공사중이고 새벽부터 쿵쿵 소리가 들렸죠. 이삿짐을 다 싸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 문득 밖을 보니 어느새 건물이 우뚝 솟아있었어요. S가 여기 산지도 벌써 2년이 지났구나.


지난 집으로 이사 가던 날, 떠나야하는 동네에 많은 정이 들어서 오래 울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후련하고 시원했어요. 왜 집마다 나를 반기는 집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이 있다고 하잖아요. 이번 집은 S뿐 아니라 저도 환하게 반겨주는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S의 세 번째 집을 함께 보아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갈수록 층이 높아져요. 더 넓은 풍경이 한눈에 보여요. 새로운 동네에 있는 건물과 풍경과 사람들, 그것들이 가진 소리.

두 번째 집으로 이사 오며 가장 그리웠던 건, S의 첫 번째 집 안으로 들려오던 소리에요. 날이 따뜻해지면 열어둔 창문 틈새로 아이들이 세상모르게 뛰어노는 소리, 꺄르륵 웃는 소리가 참 좋았거든요. 새로운 집 창문을 열어두니 그 소리가 들려요. 그치만 여긴 다른 소리도 함께 들려요. 쿠우우우웅 지상철이 지나가는 소리, 대로변을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트럭소리. 빠른 출퇴근이 가능한 이곳에 살려면 이런 소리쯤은 감수해야 하는가봐요.

청소를 도와주고 집에 가는 길에는 집 앞에서 자주 봤던 버스를 탔어요. ‘이렇게 먼 동네까지 가는 버스였구나….' 창밖으론 새삼 처음보는 풍경이 계속됐어요. 깜깜하고 여기가 어딘지 도통 알 수 없어 왠지 긴장되더라고요. 이젠 이 길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눈에 익은 길이 나왔어요. 아는 동네를 지나니 비로소 S가 이사 온 데가 나와 같은 구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이 동네도, 버스도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죠? 너무나도 작은 생각에 사로잡힐 만큼요.

그때서야 S에게 메시지를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S야 이사 온 걸 환영해]




주말이 되어서야 이삿짐 정리의 끝이 보였어요. 밝은 빛이 너무 잘 드는 나머지 아침잠을 빼앗겨 일찍부터 청소를 시작했거든요. 작은 짐들까지 신경쓰고 나니 비로소 사람냄새가 나요. 배가 고파져 핫도그를 사러 나가는 길에 풀빵 트럭을 발견했어요. 요즘은 통 보기 드물었기에 신나서 한 봉지를 사먹었답니다. 마지막 남은 한 개를 아쉬워하며 집어들었는데 풀빵아저씨의 짧은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했어요. S는 그걸 떼고 잘만 먹어요. 우린 꽤 잘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직은 낯선 이 동네를 구경해보려고 해요. 마침 날씨도 좋고요.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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