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좋아지는

by 마디


시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원을 처음 만난 건, 오래 고민하다 나가게 된 글방에서였다. 그녀는 경험에 목마른 듯 보였고, 누구의 글에나 정성껏 이야기를 덧붙였다. 때론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다가도 막상 뱉어내는 말은 모두 용기투성이였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좋았다.


왠지 원에게는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듯했다. 그녀가 쓰는 글, 그녀가 글에 붙인 제목을 보며 특히나 더 그렇게 느꼈다. 무언가에 푹 빠져 사랑하는 내용, 너무 사랑해서 열등감을 느꼈다는 고백,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하느라 바쁜 새벽. 원의 글을 읽으며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겼다.


그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작가가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그 사람을 혹시 원도 알고 있을지 궁금했다. 글방의 마지막 수업에 다다랐을 때가 되어서야 원과 거의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혹시 그 작가를 좋아하느냐고 조심스레 물으니 그녀는 놀라며 맞다고 했다. 나는 마치 정답을 맞 학생처럼 기뻤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묻는 말에, 원이 쓴 글은 왠지 그 작가를 떠올리게 했다고,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있진 않을까 싶어 꼭 물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를 좋아하는 원을 만난 게 큰 행운처럼 느껴졌다. 원이 그를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왠지 원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의 마음에 담긴 수많은 시선들은 원이 읽는 시에 고스란히 담겨 두 눈 가득 빛을 채울 것이다. 나는 그런 원의 눈빛을 본다. 원이 읽거나 적어준 시가 내게 와 닿으면 시를 좋아해 보고 싶어진다. 자연스레 골라든 시집은 마음속 책장에 고이 간직된다. 우린 어느새 함께 시집을 고른다.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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