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정도 없는 휴무 날이다. 부쩍 찌뿌둥해진 목과 어깨를 신경 쓰다 오늘이 바로 물리치료의 날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저주파의 응답을 받은 게 틀림없다) 목디스크는 적어도 주에 한 번은 물리치료받는 게 좋다고 하는데, 뭐 한다고 이래저래 미루다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난다. 그래도 정형외과는 다른 병원이랑은 다르게 엄청 긴장된다거나 가기 싫은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다녀오면 개운하고 시원했던 기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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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가니 진료를 볼 때가 되었다고 하여 CT 촬영도 겸했다. 얼마 후 진료실에 들어가 보니, 꼿꼿이 선 목 하나가 모니터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언제나 고개를 쳐들고 싶은 욕망이 가득 담긴 것 같았다.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고개라도 들려고 노력했는데(...) 결과는 일자목이구나. 내뱉을 자신이 없어 숨겨둔 드립과 문장과 말들이 모조리 목에 쌓여버렸나 보다. 선생님께선 다행히 아직 디스크 사이가 그렇게 좁아지진 않았다고, 다만 일자목인 상태이니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아보자고 하셨다.
병원임에도 아늑한 휴식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은 물리치료실이 유일할 것이다. 할머니 집이 생각나 편안해지는 체크무늬 이불과 꽃무늬 베개는 덤이다.
먼저 가벼운 어깨 마사지로 몸의 긴장을 쭉 풀고 엎드리니, 차가운 저주파 기계가 하나둘씩 어깨 아래 살에 닿았다. 뜨끔한 충격과 제멋대로 들썩거리는 어깨가 언제나 그랬듯 낯설게 느껴졌다. 아픈 듯 아프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저릿한 느낌. 그러나 이런 감각에도 어느새 익숙해지더니 스르르 잠에 들었다.
이십 분가량 지났을까, 기계에서 들려오는 삐-삐- 소리와 함께 치료가 끝났다. 그리고 따뜻한 찜질팩 위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바라봤다. 아~ 이 여유로움.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은 요즘 들어 지금이 유일한 것 같다. ‘아, 난 왜 병원 침대에 누워 어디도 갈 수 없게 되어야만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가.’
침대에 달라붙은 몸을 떼어내느라 혼났지만, 밖에 나와 걷기 시작하니 점차 가벼워졌다.(물리치료의 이유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밝아야 하는 낮이 뿌옇다. 돋아나는 새싹과 시커먼 하늘이 동시에 봄이 왔다는 감각을 일깨운다니. 모순적이다. 잊었던 생각들이 어느새 미세먼지처럼 가득 찼다. 내쉬는 한숨도 검은색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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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뭘 해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내가 나를 위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해야 할 것처럼 보이는 일들을 일단 하지만, 전부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가는 느낌이다. 삶엔 저주파 같은 찌릿함이 계속되고, 우는 뒷모습처럼 어깨가 들썩거린다.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나면 물리치료가 끝났을 때처럼 정말 시원하고 개운해지는 나날이 올까?
뭘 해도 안될 땐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누가 그랬다. 내겐 지금이 그런 시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저주파 충격의 시간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자. 어두운 커튼이 걷히고, 무거운 몸을 끝끝내 일으키고 나오면 분명 개운해질 것이다. 가벼운 발걸음에 놀라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