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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ana Dec 08. 2021

나도 ADHD가 아닐까

 ADHD 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 속 터질 때가 많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차분하게 만들려면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 수가 없다. 조용한 ADHD라고 하지만 과잉행동이 크지 않을 뿐이지 참 산만하고 조심성이 없고 뭔지 모르게 정신 사납다.


 학습이든 놀이든 금방 주의가 흩어지고 관심사가 바뀐다. 숙제를 하나를 끝내려면 거짓말 보태 아이 이름을 수천번은 더 불러 집중력을 끌어 앉혀야 한다. 친구랑 신나게 놀고 있는 중에도 “나 다른 거 할래.”라며 친구 반응이고 뭐고 유유자적 본인 관심사가 바뀐 놀이로 향한다. 한 번은 아이 친구가 조심스럽게 “너는 집중력이 부족한 거 같아.”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대화를 하다가도 보면 어느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대방이 얘기하거나 묻는 말에 아랑곳없이 본인 머리에 막 떠오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도 한 번씩은 아이에게 “엄마 말은 듣고는 있니?”라고 물을 때가 부지기수다.


 밥 먹을 때는 어찌나 조심성이 없는지 밥 먹고 떠난 자리 아래는 먹다 흘린 밥알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찬을 집으려다 팔에 걸린 국그릇을 엎는다든지 물 마신다고 컵 꺼내다가 깨뜨린다든지 한다. 주스팩에 빨대를 꽂다가 주스가 기염을 토할 때는 한두 번이 아니다.


 걷다가도 넘어져서 앞니가 깨져서 올해만 치과를 두 번이나 갔다. 화장실 문틈이나 서랍 여닫으며 손가락은 몇 번을 끼여 다쳤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가방 속에 챙겨 온 가정통신문은 매번 구겨져 있고, 엊그제 다시 챙겨줬던 지우개와 연필은 오늘 또 없어졌단다.


 분명 같은 배에서 나온 두 아이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었다. 더군다나 ADHD라는 걸 안 다음에는 “그래. 그래서 그랬던 거야.”라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함부로 육아 조언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항상 마무리가 야무지지 못하니 뒤처리는 내 몫이다. 수도 없이 주의를 줘야 하고,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조심해야 할 것을 매일매일 반복해주고 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속으로 다짐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끝에는 결국 아이에게 크게 한소리 해야 마무리되곤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ADHD 아니야?’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려와 하루 만에 끝까지 빠져들어 읽지를 못 하고, 설거지하다 말고 바닥에 보이는 머리카락을 치워야겠다고 청소기를 들고 와 밀고 있다. 빨래를 개다가도 문득 떠오른 궁금한 점을 핸드폰으로 검색해 찾는다든지 내일 가져갈 아이 준비물 챙기러 집안을 쑤시고 다니다 보면 내가 하다만 것은 본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아있다.


 나는 굉장히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어서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다. 오늘의 To-Do List를 매일 포스트잇에 적어 핸드폰에 붙이고 다니고, 몇 달치 일정을 스케쥴러에 미리 기록해놓지 않으면 놓칠까 봐 전전긍긍한다. 직장일 하면서 아이들 식사도 챙기려면 장도 봐야 하고 밥도 차려야 하고 씻겨야 하고 학원도 보내고 공부도 봐줘야 하니 하루 24시간을 실수 없이 움직이려고 꽤나 철저하게 시간을 짜서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집중력이 높고 완벽하다고 볼 수 없으니 아이를 다그친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번 더 기다리고 참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저장해  글을 찬찬히 다시 보다가 작년 이맘때 적어둔 글이 보였다.


 첫째에게 짜증이 날대로 난 날, 정말 불 같이 화를 낸 적이 몇 번 있었던 것을 고백한다.

 

 내가 폭발할 대로 폭발한 날 졸린데도 집안 분위기 때문에 쉬이 잠들지 못하고 눈을 비비는 둘째를 먼저 재우려 침대에 눕혔다.


 "엄마, 언니가 잘 모르면 화내지 말고 친절하게 말해죠." 하길래


 "엄마가 언니한테 화내면 어떤 마음이 들어?" 하고 물었다.


 "슬프고 걱정되는 마음. 엄마가 화내면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


 "엄마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 좀 알려줘."

  

 나도 내 감정을 컨트롤을 못 하고 답답한 마음에 어디 물을 곳도 없으니 고작 5살밖에 안 된 아이에게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아이가 오히려 나에게 해답을 줬다.


 "내가 세 가지 방법 알려줄게.

  첫 번째는 언니를 많이 도와죠.

  두 번째는 힌트를 많이 죠.

  세 번째는 써서 알려주면 돼."


 우문현답이었다.


 "알았어. 엄마가 ㅇㅇ이가 알려준 대로 해볼게.

  그런데 잘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현답을 들었음에도 나는 또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럼 내가 다른 방법 또 알려줄게.

  먼저 세 가지 방법 해봐."


 2020.10.08에 했던 대화였다. 날짜까지 기록해뒀다. 너무 놀랍고 뜻밖의 현명한 답변과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해법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의 대답에서 반성하고 다시 돌아봤다. 나도 모자라면서 이제 조금씩 배워가는 아이를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인내가 부족했다. 자기 감정도 주체 못 하면서 엉뚱한데 화풀이를 했다. 5살도 알고 있는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나에게 이렇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다. 아이들이 배우듯이 나도 다시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모자란 나를 다시 채울 수 있게 알려준 아이들이 고맙다. 더 나은 엄마가 되려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난 아직 갈 길이 먼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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