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두 예술가다.

[그림책 수업] 점/ 피터 레이놀즈

by 다해문방구
아이들은 모두 예술가다.

-파블로 피카소-



그림을 못 그린다는 생각을 바꾸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내가 2학년 아이들을 만날 때의 일이다.
"전 그림 못 그린단 말이에요."
'나의 캐릭터 그리기'를 하던 중 재윤이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평소에는 장난꾸러기에 에너지도 넘치고 움츠림 없이 몸으로 표현하기도 잘하는 아이인데 평소와는 달리 울먹울먹 하며 힘없이 말한다.
"원하는 만큼 안 그려져서 속상하구나"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까, 어떻게 용기를 주어야 할까 하다가 내 서툰 조언보다 <점> 그림책에 '베티'를 만나게 해 주는 게 더 좋을 듯싶었다.

피터레이놀즈의 그림책 <점>에는 그림에 대한 커다란 막막함 앞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아이 베티가 자신감 있게 붓을 들고 맘껏 그림을 그리게 되는 변화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재윤이처럼 하얀 도화지를 그대로 두고 꼼짝 않고 앉아있던 베티가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가득 걸어둔 미술 전시회를 열게 되기까지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어린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어린이 미술 교육을 시작했다는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 <점>은 그가 만난 아이들에게 일으켰을 마음의 변화를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겨갈 때마다, 베티에게 일어난 변화가 또다른 베티인 재윤이와 함께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도 일어난다.


베티가 꼬마 화가(예술가)가 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보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변화는 만남에서 시작된다. 베티와 미술 선생님과의 만남. 꼬불꼬불한 머리가 자유로이 곡선을 그리며 춤추고 있는 베티의 미술 선생님은 베티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를 보고 말한다.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
베티의 미술 선생님의 눈은 베티의 그림에 대한 상을 바꾸어 놓는다. 미술 선생님은 베티는 가르쳐야 할 서툰 그림 초보자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지금 이 순간 꼬마 예술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온전한 관점이 베티가 붙이고 있던 '나는 그림을 못 그려.'라는 꼬리표를 떼어낸다.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이고, 어떻게 그려야 잘 그리고 하는 ‘잘’은 꼬불머리 선생님 사전에는 없다. 그저 ‘그림’이 있을 뿐이다. 그 자체로 액자에 걸기에 훌륭하다. 베티의 점은 오직 베티만이 딱 그만큼의 크기와 힘, 색으로 찍을 수 있는 하나뿐인 그림이다.


베티는 어느 순간부터 꼬마 예술가가 되었을까?


그렇다면 베티는 어느 순간부터 꼬마 예술가가 되었을까? 화지에 점 하나를 힘껏 내리꽂았을 때부터? 그림 위에 이름을 적었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을 때부터? 파란색과 빨간색을 섞어 보라색 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심지어 색칠을 하지 않고 커다란 점을 만들었을 때부터? 미술 전시회를 열어서 베티의 그림이 인기가 대단했을 때?

베티가 꼬마 예술가가 된 것은 선생님 책상 위에 걸린 액자를 보았을 때부터가 아닐까? 베티가 내리꽂았던 작은 점 그림이 번쩍거리는 금테 액자 안에 담겨 전시된 것을 보았을 때, 그때 자신의 점이 액자 안에 담길 만한 하나의 작품이고 그림이라고 느끼게 된 순간, 베티의 마음 한구석을 누르고 있던 돌멩이가 치워진다. 선생님이 떼어준 꼬리표를 자기 스스로 다시 한번 떼게 된 것이다. 선생님이 그러했듯이 베티도 자신의 그림을 온전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베티 안에 예술성의 싹이 고개를 든다. 그 순간 베티는 화가가 된다. 그렇게 베티는 꼬마 예술가가 된다.

거기서부터 베티의 예술가다운 행동들이 하나씩 튀어나오기 시작된다.
"흥! 저것보다 훨씬 멋진 점을 그릴 수 있어!"
다른 그림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그림에 대한 도전,
"작은 점을 그릴 수 있으니까 아주 커다란 점도 그릴 수 있을 거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전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흠뻑 빠져있는 표정! 베티의 표정을 보면 그 과정 과정에 흠뻑 빠져서 자신 만의 창조적 세계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야 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일,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스스로 결정한 일, 그 자신 만의 길을 가는 꼬마 예술가 베티.

한번 그려 봐


그리고 이제 베티는 미술 선생님이 그러했듯이 그림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소년에게 온전한 시선을 건넨다. 꼬마 예술가 베티로 이어진 온전한 시선이 또 다른 작은 예술가를 탄생시킨다. 선생님에게서 베티에게로 베티에게서 또 다른 소년에게로 그리고 점 그림책을 읽는 모두에게로. ‘작은 예술가’ 탄생 릴레이는 이렇게 이어진다.


2학년 아이들의 포스트잇 한 줄 느낌

- 재윤: 점은 화려하다. 점은 행운의 그림이다.
- 수인: ‘점’을 보고 느낀 점이 ‘점 하나로도 전시관에서 뜰 수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민: 베티가 그림을 못 그려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다 그림이다.
- 동순: 잘 못 그리더라도 열심히 그려야 된다는 걸 느꼈다.
- 도희: 하얀 도화지에 점을 찍고 이름을 쓰고 나니 금색 액자에 점이 껴 있었다.
- 승효: 베티가 그림을 못 그린다고 창피한 일이 아니다.
- 혜원: 베티처럼 그림을 못 그렸던 생각이 난다.
나도 그림을 더 완벽하게 그리고 싶었는데 이러면 되나 보다.
- 윤지: 작은 그림 하나도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
- 도훈: 틀려도 된다.
- 찬윤: 베티처럼 못 하는 것은 없다.
- 예주: 그림을 못 그리는 베티처럼 못하는 건 창피한 게 아닌 걸 배움
- 도윤: 작은 점 한 개라도 그림이 되는 걸 알았다.
- 동현: 점밖에 못 그리는데 정말 대단하다.
- 소윤: 그림을 못 그려도 그린 그림은 다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 지원, 규진: 틀려도 괜찮아!
- 재원: 재미있고 그림이 점 밖에 없어도 되나?
- 정윤: 나도 점 하나만 그리고도 금색 액자에 내 그림이 걸리면 좋겠다.
- 승우: 그 아이가 점만 그렸는데 유명해져서 너무 놀랍다.
- 소은: 재미있고 실감 나는 느낌이고 못 그려도 잘 그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 잘 그려져.
- 효원: 베티가 그림을 못 그려도 우리가 그린 그림은 다 그림이다.
- 수아, 유나: 베티가 점을 찍은 게 그림이라고 한 것이 참 재미있었다.
- 태원: 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자유로운 대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나요? 좋다면(싫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잘 그린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요?
-베티는 왜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까요?
-베티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베티는 언제 꼬마 화가가 되었을까요?
-예술가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베티의 행동을 참고하여 생각해보기)
-내가 생각하는 그림이란 무엇일까요?
-베티가 그림 그리기에 대해 갖고 있는 마음처럼 어렵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일(분야)이 있나요?
-베티에게서 닮고 싶은 점이 있나요?


<흥미로운 창작활동>

-나는야, 꼬마 예술가!

: 하얀 도화지 위에 하고 싶은 대로 해보기, 어떻게 그리는 게 좋은 그림이고, 잘 그리는 그림이라는 꼬리표를 뗀다. 마음이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려본다. 단! 의식적으로 선택해보도록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아이들에게 물어주고 생각해보게 하면 도움이 된다.

Q. 너는 어떤 색을 좋아하니? 어떤 색을 쓰고 싶니? 몇 개의 색을 쓰고 싶어!

Q. 너는 어떤 재료를 좋아하니? 물기가 있는 수채물감? 건조한 재료의 색연필?

Q. 너는 어떤 속도로 그리는 게 좋니? 빠르게 툭툭, 섬세하게 자세하게 천천히?

다 그린 그림은 칠판에 자석을 이용해 붙여주면 일찍 그림을 마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림을 감상할 때 규칙은 서로의 그림에 무조건적인 인정 보내기! 이제 시작한 꼬마 예술가들에게 비평은 창조성을 잘라내기만 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구들의 그림을 보며 발견한 점이 있나요? 친구들의 그림 중 아름다운 부분을 발견해보세요."

서로의 그림에 대해 배울 점이나 아름다운 점을 이야기하게 하면 아이들은 서로의 그림에서 다양한 새로움과 아름다움, 배울 점을 발견해 낸다. 선생님보다도 더 촘촘히 아이들은 숨어있는 그림의 매력들을 찾아낼 것이다.



-나도 베티!

베티의 점 그림처럼 한 가지 요소나 기법을 다양하게 표현해보는 방법이다. 한 가지를 반복하면서 다양하게 응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릴 때와는 또 다른 배움이 일어난다. 일단 점 하나! 또는 번지기 기법 하나! 만으로도 서로 다르게 다양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법은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어떻게 그리는지 방법을 익히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내 생각, 내 개성, 내 감정을 담아 표현할까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익히기가 아니라 ‘창조하기’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 점 그리기, 선 그리기, 손바닥으로 찍기, 지문 찍기, 물감 불기 등 한 가지 기법을 정해서 여러 가지 색깔, 크기, 위치로 표현하기)


-나눠라! 모여라! 함께 그리기

: 모둠별로 각자 역할 배정을 한다. "나는 점을 그릴 테니, 너는 선을 그려, 나는 세모를 그릴게, 그렇다면 나는 동그라미." 이렇게 각자의 역할 별로 커다란 전지에 함께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이어 그리기와 같은 방식으로 돌려 그려도 좋고, 커다란 전지에 자리를 자유롭게 움직여 가며 함께 그려도 좋다. 모둠별로 그린 그림과 다른 조의 그림이 어떻게 다른지를 본다. 서로 다름의 아름다움! 을 발견해본다.


-리틀 아티스트 전시회
: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을 선택해서, 각자 좋아하는 액자에 그림을 넣어 교실에 전시해본다. 그리고 서로의 그림에 대해 멋진 점 찾아 그림 아래 포스트잇 소감을 적어주기를 해도 좋고, 전시를 다 같이 보고 난 후 소감을 나누어도 좋다. 그리고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시도, 그림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또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 전시 전과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