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수업] 모두에게 배웠어/고미 타로의 성장 수업
기분 좋게 산책하는 건 닭에게서 배웠어.
나쁜 녀석을 물리치는 법은 고릴라에게서 배웠어.
밤에 대해서는 올빼미에게서 배웠어.
나비가 멍멍
이영중
멍멍
까만 두 눈썹
오동통한 눈두덩이 힘껏 들고
내게 눈짓하며 멍멍
오동통한 손가락
놓칠라 힘껏 손짓하며
귀여운 콧소리로 경쾌하게 멍멍
멍멍
멍멍
할머니가 사주신 곰돌이 인형도 멍멍
아침 산책 나온 강아지도 멍멍
할아버지 따라 처음 본 사슴도 멍멍
보도블록 사이 까만 개미도 멍멍
산책길 하얀 나비도 멍멍
엄마는 놓친 강아지 소리마저 움켜잡고 멍멍
멍멍
멍멍
엄마도 너를 따라 멍멍
멍멍
멍멍
네가 발견한 아름다운 생명에게 멍멍
반가이 인사하며 멍멍
멍멍
너의 최초의 감탄사!
엄마들은 기억한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눈에 보이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이라면 감탄하던 아이의 모습을, 엄마에겐 새로울 것 하나 없는 풍경이 아이의 눈에는 얼마나 재미난 것들 투성이인지, 한참을 멈춰 서서 만져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입으로 쏙 넣어보고, 꽥! 소리도 질러보고 재빠르게 도망간다. 이 시는 아이와 함께 나선 산책길, 팔랑거리는 하얀 나비를 발견한 날의 기억을 담은 시다. 총총거리며 걷는 아이 덕분에 나비 걸음을 따라 한참을 걸었던 그 날. 종이장같이 가냘픈 나비의 날개, 그 날갯짓이 마치 처음 보는 듯 신비롭게 느껴졌던 건, 멍멍! 멍멍! 하며 나비를 쫓아가는 아기의 감탄사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 아이들은 모두 발견하기 선수다! 고미 타로의 성장 수업 '모두에게 배웠어'의 첫 장면, 고양이를 따라 사뿐사뿐 담장 위를 걷는 작은 소녀의 모습을 보니 우리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던 시절, 까치발 종종걸음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작은 소녀의 얼굴에 맺힌 미소를 보라. 발그레한 볼에 담긴 호기심, 다양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진솔한 얼굴. 아이들은 느낌으로 가슴으로 배운다. 소녀의 몸짓은 또 어떤가. 신나게 달리고 사뿐히 걷고 나무에 매달리고 꼭꼭 숨고 끝없이 움직인다. 몸으로 배운다. 그래, 아이들은 재미있는 것 찾기 선수이고, 따라 하기 선수이고 배움 찾기 선수다!
배움은 언제 일어날까?
배움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시간에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걸까?
배움의 장소라고 하는 학교에서는 배움이 일어나고 있을까?
귀여운 소녀의 배움의 여정에서 학교는 마지막에 등장한다.
그것은 배움이 학교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 갇힌 것이 아니라 일상에 펼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아이가 움직이고 호흡하고 보고 듣는 모든 곳에 배움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그러나 아이가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배울 거야!'라고 결심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배움은 그렇게 일어나지 않는다. '걷는 건 고양이에게 배웠어.'라는 과거형의 문장은 무엇을 배웠는지 알아차리는 순간은 그 경험이 지난 뒤에,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가 고양이를 따라 걷는 그 순간에 아이는 오직 고양이가 담장을 걷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따라 해 본다. 그것은 아이에게 놀이와도 같다. 즉흥적이고 자발적이다. 아이는 생생한 호기심을 가슴에 품고 온몸으로 생명력을 펼친다. 아이는 뛰고 싶을 때 뛰고, 나무를 타고 싶을 때 나무를 탄다. 말이 달리는 걸 보곤 멋지다!라고 감탄한다. 그리고 자신도 마음으로 멋진 말이 되어 멋있게 달려본다. 꼬꼬닭을 따라 걷는 길은 한없이 자유로운 시간으로 가득하다. 그 시간의 여백에서 아이는 기분 좋게 산책을 한다.
아이는 온몸으로 배운다. 걷고 뛰어넘고 달리고 꽃향기를 맡고 꽃꿀을 맛본다. 그렇게 눈 앞에 세상에 감탄하고 즐거워하며 온몸으로 따라 하며 경험하는 사이, 자신을 지키는 법들도 하나씩 터득하게 된다. 들키지 않게 숨는 법, 나쁜 녀석을 물리치는 법,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와 자신만의 리듬으로 성장해 간다.
그리고 아이는 말한다.
나는 원래부터 생각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 데다,
학교에서도 많은 걸 배워.
친구들도 이렇게 많으니까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이렇게 마음껏 놀고 뛰고 보고 느끼는 사이에 아이는 모든 경험을 '배움'으로 느낀다. 그리고 생각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마음, 그 자연스러운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학교를 만난다. 그래서 학교는 소녀에게 있어 배움의 연장선이 된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만난 친구들 역시 놀이친구이며 동시에 배움 친구가 된다.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라는 아이의 믿음은 자신의 리듬과 속도로 배움을 발견하며 키워온 것으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온 세상이 배울 것으로 가득하고, 온 세상이 자신을 돕고 있다는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세상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고미 타로의 성장 수업 '모두에게 배웠어'의 마지막 장면은 학교는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교사와 학생은 어떤 관계인지,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은 학교 밖에서의 만남과 다른 어떤 특별함을 지녔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귀여운 작은 소녀는 '아무래도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라고 했으나 이미 아이는 훌륭하다.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호기심과 타고난 생명력으로 어떻게 배워야 할지 경험을 통해 쌓아가고 있다. 학교는 이런 아이들의 호기심과 생명력을 지킬 수 있도록, 타고난 그것이 꺾이지 않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아이들이 서로의 경험을 진솔하게 나누고 때때로는 서로의 생각이 부딪히는 경험도 해보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겨루고 키워가는 배움 친구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학교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아이들의 배움의 능력을 지켜주고 그 능력을 발견해 주고 주목해줌으로써 키워주는 것. 아이들이 각자의 성장 수업을 해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고 서로의 성장 과정을 나누고 축하해주는 것, 그것이 교사와 학교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훌륭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무엇이 너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까?
-배움은 어떤 순간에 일어날까? 너에게 배움이 일어났던 순간을 나누어 주겠니?
-배움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을까?
-학교는 너에게 어떤 곳이니?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왜 친구가 필요할까?
-우리가 서로 배움 친구가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나는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가?
-너의 성장 수업 이야기를 들려주겠니?
-성장 카메라 만들어 보기
:내가 배운 것들에 대해 사진과 함께 배움 성장 기록을 카메라 모양으로 만들어 보는 활동이다.
고미 타로의 성장 수업의 문장의 형식을 빌려서 만들 수도 있다. 예) 재밌게 노는 법은 형아에게 배웠어.
-우리 반 친구들 캐릭터 둥글게 원으로 만들어 붙이기
: 나의 캐릭터 그리기 활동 후, 원으로 연결하여 가운데 빈 공간을 만들고 게시판에 붙여 수업에 대한 생각이나 소감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일 수 있는 '생각 나눔' 판으로 활용한다.
-교실 산책 타임(보면서 배우기)
: 이것은 창작활동이라기보다 서로 도우며 배우는 것을 격려하는 작은 tip이다. 수업시간 중 개인 활동을 하다가 잘 모르겠을 때 선생님께 질문을 해서 배울 수도 있지만, 교실 산책은 친구들을 통해 배우는 시간으로 친구들이 활동하는 것을 돌아보며 스스로 배울 점을 찾고,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다. '가르쳐달라고 하기'이전에 '보고 배우기'를 해보는 시간이다. 교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다른 조나 친구에게서 배운 점, 발견한 점을 나누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게 하면 보여주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이 시간을 배움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