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위한 감정 영양소, 엄마의 언어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by 다해문방구
아무도 모르는 데로 숨고 싶어요
아니, 세상 끝으로 도망가고 싶어요.


쥐구멍에 숨고 싶은 날, 필요한 것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날,

아무도 모르는 데에 꽁꽁 숨어

나의 실수를, 나의 잘못을 감추어두고 싶은 날,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큰 문제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진 날,

그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나여서, 피할 수 없이 나라고 내 탓이라 생각되어서 부끄럽고

누군가 내 잘못을 비난할까 두려운 날,

나로 인해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날,

그런 날이 있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문제가 생겼어요'는 누런 다리미 자국으로 문제 상황을 상징적인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할머니가 수를 놓으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식탁보에 남겨진 다리미 자국, 다림질을 하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남은 다리미 자국은 어린 가슴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킵니다. '어떻게 이 얼룩을 지울 수 있을까?' 궁리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좋은 방법을 찾아볼까? 기도를 해 볼까?' 다양한 문제 해결방법을 동원해보지만 얼룩을 없는 것으로 만들 방법이 실수를 감출 방법이 없어 마음은 조급하고 불안해집니다. '동생이 했다고 할까?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할까?' 다른 사람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고도 싶지만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마음에 거리낌이 남습니다. '바람에 날아갔다고 할까?' 허무맹랑한 핑계도 생각해보지만 엄마가 그 말에 속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과 감정의 회오리가 지나간 자리, 아이는 생쥐만큼이나 작아져있습니다.


이렇게 생쥐만큼이나 작아지는 순간은 아이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수없이 겪게되는 실수의 순간이죠. 그리고 앞으로도 크고 작은 다양한 크기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다림질은 위험하니까 하지 마, 앞으로 엄마가 할게.' 다시 반복될지도 모르는 문제 상황을 차단하는 것? 아니면 '다림질을 할 때는 딴생각을 하면 안 돼. 이번에는 괜찮지만 다음부터는 조심하렴.'이라는 아이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언이 필요할까요? 그보다는 '다친 데는 없니? 네가 안 다쳤으니 괜찮아.'라는 소중한 물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너라는 메시지일까요?


여러분이 이 식탁보의 주인이라면, 이 아이의 엄마라면 이 상황에서 뭐라고 대답했을까를 생각하며 동화책을 읽어나가면 기가 막힌 생각의 전환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어머, 정말 예쁜 얼룩이구나!


아이들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감정의 영양소, 격려


엄마가 돌아와 식탁보를 보고 한 말은 여러 가지 예상을 빗겨나갑니다. 잘못에 대한 날카로운 비난도 뻔한 충고도 에두른 위로도 찝찝함이 남는 용서도 아닙니다. '어머, 정말 예쁜 얼룩이구나!' 문제라고 생각했던 상황을 추억을 만들 '기회'로 전환시키는 기발한 '감탄사'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행동은 더욱 놀랍습니다. 엄마가 '어머, 정말 예쁜 얼룩이구나!'라는 말을 했을 때,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이가 엄마의 의외의 반응에 안심하면서도 엄마의 소중한 물건을 망쳤다는 죄책감이 마음 한편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미안함으로 인해 '예쁜 얼룩'이라는 엄마의 관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엄마는 이런 아이의 마음을 격려해줍니다. 다리미를 꺼내 아이가 남긴 얼룩의 반대방향에 같은 얼룩을 내고, 다양한 색깔의 실로 물고기 자수를 놓습니다. 그렇게 '예쁜 얼룩'이라는 엄마의 말은 사실이 됩니다.


그때부터 식탁보는 우리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식탁보가 되었어요.
할머니, 엄마, 나의 추억이 모두 담겨 있으니까요.

그렇게 식탁보는 할머니와 엄마만의 추억이 아니라 나의 추억이 모두 담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 됩니다. 이제 식탁보에 새겨진 예쁜 얼룩은 엄마의 격려이자 사랑이 됩니다. 그리고 이 식탁보는 언젠가 아이의 마음속에서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를 격려해 주는 감정의 영양소가 되어줄 것입니다.


어쩌면 이 지혜롭고 창조적인 엄마의 반응을 너그럽고 관대한 기질을 타고난 한 개인의 탁월한 능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감탄을 하는 엄마에게도 수없는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입니다. 현명한 충고라 생각했지만 때에 맞지 않아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었던 경험, 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한 비난과 훈계라 생각했지만 아이를 엇나가게만 했던 말들, 아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었지만 아이가 납득하지 못했던 칭찬, 이 경험들을 통해 끝없는 고민과 반성, 성찰의 순간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더 이상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난이나 충고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혼자서 수차례 다짐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감정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수없이 되뇌었을 것입니다. 그 끝에 이전보다 1% 나아진 실천이 있었겠지요. 그러니 섬세하고 기발한 격려는 끝없는 고민과 반성, 성찰과 실천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에게 감정의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일, 아이의 마음에 격려가 필요한 순간을 알아보는 일, 사랑이 담긴 추억을 만들어주는 일이 쉽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지요. 그러나 그 어떤 일보다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요? 그 어떤 일보다 노력할 만한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요? 부모의 충분한 격려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순간들 속에 켜켜이 쌓일 때, 어느 순간 아이는 자기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그랬듯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정의 영양소를 베풀겠지요.



<가족이 함께하는 대화와 활동>


-가족 화목 왕 뽑기

: 가족이 둘러앉아 이번 주 한 주동안 우리 가족이 '화기애애', '따스한', '힘이 나는', '함께 웃는' 화목한 순간들이 언제였는지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화목한 순간'을 한 장면씩 이야기 나누어 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고마운 가족을 이번 주 화목 왕으로 뽑아봅니다. 가족 화목 왕 뽑기는 한 달에 한번 할 수도 있지만 일주일이나 오늘 하루처럼 단위를 작게 하면 기억을 떠올리기가 더 쉬워집니다. 우리 가족에게 적당한 시간 단위를 설정해 보세요. 일상 속에서 작은 화목의 순간들을 더 알아보고 서로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초점입니다.

예) '저는 7개월 된 내 동생이 이번 주 화목 왕이라고 생각합니다. 방긋방긋 아기 미소 덕분에 우리도 덩달아 행복해졌어요.'

'저는 외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게 해주신 엄마를 화목 왕으로 뽑습니다. 오랜만에 외할머니와 이야기 나누며 웃고 사랑을 전할 수 있었어요. 외할머니와의 영상통화를 걸어주신 엄마를 화목 왕으로 추천합니다.'

'저는 맛있는 야식을 사주신 아빠를 화목 왕으로 추천합니다. 통닭을 나누어 먹으며 맛있다고 함께 감탄하는 게 참 행복했어요.'


-격려의 말 포스트잇(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 힘이 나요.)

: 내가 들으면 힘이 나는 격려의 말이 무엇인지 한 가지나 두 가지 정도 생각해 봅니다. 가족들에게 들으면 힘이 날 것 같은 말을 각자 한 가지씩 포스트잇에 적습니다. 그리고 음식에서 섭취하는 영양소만큼이나 중요한 감정 영양소! 인 격려의 말을 냉장고에 붙여둡니다. 가족들은 포스티잇에 적힌 말을 읽어두었다가 그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서로에게 표현해줍니다. 스스로에게 읽어줄 수도 있고요. 엄마가 듣고 싶은 말이 '사랑해요.'라면 그 말을 엄마에게 자주 표현해주면서, 다른 가족에게도 그 말을 더불어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서로가 듣고 싶은 말, 들으면 힘이 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저는 요즘 '이번 주도 글 잘 읽었어요.'라는 말이 참 힘이 납니다.^^


-추억의 물건 찾기

: 할머니, 엄마, 나의 추억이 담긴 식탁보처럼 소중한 가족의 추억이 담긴 물건에는 무엇이 있는지 함께 찾아보세요. 가장 쉽게는 가족사진이 담겨있는 앨범을 함께 꺼내어 보며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구체적인 물건을 찾아 함께 꺼내어 볼 수 있겠지요. 우리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입은 배냇저고리, 엄마 아빠가 연애하던 시절 썼던 러브레터, 생일날 할머니가 선물해주신 커다란 곰돌이 인형 등. 만약 '추억'이라는 말이 어려운 어린아이가 있다면 '지금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 무엇이니? 왜 그 물건이 소중하니?'라고 물어볼 수 있을 거예요.


-용서 허그

:프리허그에 이어 이번엔 '용서 허그'입니다. 가족끼리는 가깝고 모든 일상, 모든 감정을 내보이기에 때로 서로를 상처 주고 될 때가 많습니다. 날이 서있는 날, 돋아 오른 가시가 서로를 아프게 할 때가 있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서로에게 아픈 감정들이 쌓이면 가슴의 온기가 사라집니다. '용서 허그'로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주세요. '우리 아들이 사춘기라 그렇구나. 미안한데 사과하는 것도 쑥스러워 말이 없겠지. 그럴 때이니 용서할게.', '우리 딸이 네 살이라 그렇구나. 그래도 떼 부리는 게 조금씩 줄어들고 대화가 조금씩 더 통해가니 감사하다. 네 살이니 용서할게.' , '아빠가 휴식이 필요하시구나. 잠깐이라도 나랑 놀아주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많이 못 놀아주시는 아빠를 용서해야지.' 마음속으로 서로를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말없이 '용서 허그'를 해 주세요. 미움보다 사랑이 커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