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 최고로 멋진 놀이였어!/말라 프레이지
인생 최고의 일주일에서
가장 멋진 일이었지요
만약 당신의 아이가 "인생 최고의 일주일에서 가장 멋진 일이었어요!"라는 감탄의 말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아이와 함께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무엇이 이 두 아이에게 이처럼 놀라운 감탄사를 불러일으켰을까.' 하는 궁금증이 철썩이며 일렁일 것이다.
칼데콧 수상작인 말라 프레이지의 그림동화책 『최고로 멋진 놀이였어!』에서는 할아버지의 권유로 자연캠프에 간 두 단짝 친구의 일주일이 그려진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경험시키고 싶어 하는 어른들과 자기의 방식대로 놀고 싶은 아이들의 상반된 모습, 어른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의 만남 속에 '반어법'으로 표현되는 아이들의 마음이 어른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진다. '아이들의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한 말은 어른들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까? 진심일까? 단순히 반대로 말한 것일까? 반대로 말한 듯 보이지만 진심이 들어있을까?' 읽을 때마다 숨어있는 그림 속 표정과 글의 의미들이 새롭게 반짝이며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비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숨은 그림 찾듯이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찾아보자. 제임스와 에몬의 일주일, 어떤 경험들이 있었던 걸까?
이 동화책의 재미있는 점은 '자연캠프!'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 에몬의 할아버지라는 점이다. 에몬의 할아버지는 춥고 멀고 사람이 없는 거친 곳을 좋아하고, 펭귄을 보고 싶어 남극에 가고픈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연사랑(펭귄 사랑)'이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자연예찬가다. 제임스와 에몬은 바닷가 근처에 자리 잡은 에몬의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일주일을 머물며 자연캠프에 가게 되는데, 재미있는 점은 이 동화책에서 보여주는 장면이 자연캠프에서의 경험들이 아니라 자연캠프를 가기 전과 활동하고 나서 돌아와 머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시골집을 중심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자연캠프에서의 활동 장면은 책의 면지에 작은 사진 느낌의 컷으로만 제공된다. 그만큼 제임스와 에몬의 '인생 최고의 일주일'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존재감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커다란 펭귄그림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은 할아버지는 자신이 느낀 자연의 경이로움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열정으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자연 캠프 가기 전에 자연사 박물관에 가서 펭귄 전시를 보러 가자고 하거나 자연캠프에서 돌아온 아이들 앞에 커다란 남극지도를 펼쳐놓거나, 저녁을 먹을 때에도 지구본을 들고 나오는 등, 조그만 틈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주의 깊게 들으라고, 자신의 방식을 따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전하고 싶어 이야기할 뿐 아이들의 선택,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자연을 만나가는 아이들의 방식을 수용한다. 그저 자신이 나누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기를 제한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또 다른 아이 같다.
자연 캠프에 다니면서
제임스와 에몬은 완전히 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항상 모든 일을 같이하는 데다 아주 똑같이 했거든요.
할아버지는 시간을 절약하려고 둘을 제이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제이몬, 펭귄 전시 보러 안 갈래? 잘 생각해 보렴
그러면 제이몬은 잘 생각해 보았지요.
할머니는 그와 달리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그저 좋다. 아이들에게 빙산처럼 쌓은 아이스크림을 주고 바나나 와플에 단풍나무 시럽을 내어주며 아이들이 잘 머물러 갈 수 있도록 사랑으로 보살핀다. 할머니는 향기처럼 은은하게 아이들 주위에 존재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그 존재를 지켜보기를 행복해하며. 이와 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속에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즐거움을 찾아간다. 여기에서 인생 최고로 멋진 일주일이 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조건이 등장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감정적 분위기, 수용적인 사랑의 감정 산소가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고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바라봐주는 시선이 두 아이에게 사랑의 방공호가 되어준다. ‘마음의 안전지대!’는 자연캠프가 아니라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 배경은 아이들의 정서적 배경이 되어준 할머니, 할아버지의 공간으로 등장한다.
할아버지의 '제이몬(제임스와 에몬을 동시에 줄여 부르는 말)'이라는 호칭은 이 두 아이가 '최고로 멋진 일주일'을 보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 '단짝'을 가장 잘 상징화한다. 마이클 톰슨의 저서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에는 '단짝'의 영향력을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존재'로 표현한다. 제이몬은 일주일 동안 일심동체처럼 함께한다. 어른의 세계에 대비되는 아이들의 세계를 두 아이의 거울처럼 똑같은 마음과 똑같은 행동 방식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한 아이의 유별남이 아니라 아이들의 특별함으로.
그 특별함은 둘의 대화에서도 볼 수 있다. 제임스와 에몬, 단짝이 나누는 대화에는 탁구공이 경쾌하게 오가듯 핑퐁이 있다. 재미보다 교훈을 중요시 생각하는 어른이라면 절대 해주지 못했을 것 같은 공감과 맞장구가 오간다.
'귀찮게 하기 캠프'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
맞아. 아니면 '땀 많이 나 캠프'로
둘은 할아버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정도 늘 만장일치로 해낸다. 할아버지와 펭귄 전시를 보러 가는 대신 둘이서 집안에서 마음껏 노는 시간이 집 밖에 커다란 자연보다 집안에서 둘이 만들어 내는 세계가 제이몬에겐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둘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의 틈틈이 둘이서 TV 마음껏 보기, 신나게 게임하기, 맛있는 간식 맘껏 먹기 같은 눌러왔던 놀이들에 흠뻑 빠져 지낸다. 제이몬은 그들이 해오던 방식의 재미있다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놀이들을 다 하고 나서 그렇게 비우고 나서야 처음으로 뭘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비워진 순간, ‘심심함이 찾아오는 순간’! 이 순간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다. 아이들의 놀이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심심한 시간’, 이 백지의 시간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둘은 하늘도 올려다보고 바다 저편도 보았어요.
뭘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건
일주일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곧 해가 지고 별이 떠올랐지요.
뭘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무위의 시간, 그 자유의 시간에서 아이들의 온 감각이 깨어난다. 아이들은 드디어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바다를 보게 되었다. 해가 지고 별이 떠오르는 자연을 처음으로 마음으로 느낀다. 그리고 둘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그 날 저녁 제이몬은 바쁘게 움직인다.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그들이 만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참을 수 없어하는 행동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것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과 만족감이 얼마나 커다란지 읽는 이에게까지 전달되어 온다. 할아버지, 할머니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하얀 돌로 만든 빙산, 갈색 돌로 표현한 고래, 홍합 껍데기와 작고 하얀 돌을 이용한 펭귄들로 가득한 '남극'이었다. 할아버지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남극, 그리고 제이몬이 느낀 자연에 대한 이미지들을 그들만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유롭게 창조해 낸 것이다. 그동안 어른의 눈으로 보면 자칫 주의 깊게 듣지 않는 듯 관심 없는 듯 보였던 아이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들 뒤에 다 흘러가지 않고 흔적이 남아 아이들 마음에 켜켜이 쌓여온 자연에 대한 풍경,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밀물처럼 한꺼번에 밀려오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인사를 마치고 걸어가는 제이몬의 마지막 뒷모습은 이 동화책의 마지막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할아버지가 추천했던 자연사박물관에 펭귄 전시는 결국엔 보러 가진 않았지만 제이몬은 '펭귄처럼' 걸어간다. 마지막까지 아이다운 방식으로. 그들에게 자연보다 더 중요한 세계인 단짝 친구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마음껏 느끼고 누리며 자연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담아간다. 그렇게 제이몬은 앞으로 나아간다. 놀면서 웃고 놀면서 흥분하며 놀면서 감동하고 놀면서 쉰다. 놀면서 자유를 느끼고 놀면서 우정을 배우며 놀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두 아이의 사이에 늘 함께 있었던 ‘놀이’라는 이름의 단짝 친구와 함께.
-한 그릇 놀이밥
: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편해문)” 행복한 아이에게 있어 ‘놀이’의 힘과 중요성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놀이운동가 편해문 선생님은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책에 한 그릇 ‘놀이밥’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가지 실천안을 제안합니다.
1. 아이에게 한가한 시간을 줍니다.
2.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이웃 동무를 만듭니다.
3.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을 찾습니다.
4. 학습이나 창의력 등을 놀이와 연관 짓지 않습니다.
5. 하루에 두세 시간씩 ‘놀이밥’을 꼬박꼬박 먹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놀이는 아이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소중한 ‘밥’ 임에 틀림없습니다. 잘 논 아이가 잘 자고 잘 논 아이가 잘 웃습니다. 한 그릇 놀이밥의 소중함을 우리는 얼마나 알아차리고 있을까요. 편해문 선생님은 놀이의 반대말이 ‘불안’이라고 합니다. 부모의 어떤 불안이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우리 아이 재미 시간 파악해보기
: 일주일의 시간 중에서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학교 가는 시간과 같은 기본 시간들을 제외하고 아이가 순수하게 놀 수 있는 시간, 무엇을 할지 결정해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보세요. 자유 놀이는 적어도 한두 시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요구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놀이에 푹 빠져 몰입할 수 있습니다. <욕심 많은 아이로 키워라 상식을 뛰어넘는 29가지 육아법>에서는 놀이시간이 짧을 경우(30분 이하)에는 아이들이 짧은 놀이 시간에 맞추려 정교한 놀이를 포기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유 놀이가 주는 많은 이점을 잃게 된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놀이 활동에 완전히 빠져들기 시작한 뒤, 그것을 확장하고 끝까지 완성도를 높이려면 적어도 45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그러니 순수한 놀이의 시간, 심심할 틈, 놀 틈이 하루에 얼마만큼 어떤 단위로 주어지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무엇이 이 놀이 시간을 빼앗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나에게 최고로 멋진 일주일은?
:우리 가족에게 최고로 멋진 일주일은 무엇일까요? 일주일이 어렵다면 최고로 멋진 하루! 최고로 멋진 한 시간! 도 좋습니다. "최고로 멋진!"이라는 감탄사를 붙일만한 경험, 추억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만약 그런 경험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나에게 효율성,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순수하게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봅니다. 나에게 최고로 멋진 일주일! 을 만들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리스트를 작성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 봅니다. 최고로 멋진 일주일이라고 해서 해외여행처럼 거창한 것을 떠올려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책하기, 늦잠자기, 만화책 잔뜩 쌓아놓고 읽기'처럼 평소에 하고 싶었으나 일이나 공부, 역할들을 우선시하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가족들의 리스트를 서로 나누다 보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지 어떤 시간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의 리스트를 따로 또 같이 해보기로 한다면 더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