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수업] 커다란 질문 vs 첫 번째 질문
<커다란 질문/ 볼프 에를브르후 글 ·그림>, <첫 번째 질문/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하루를 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다 했는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고 내일의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 힘들었던 일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또는 감사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순간순간은 바쁘게 흘러가버렸지만 놓쳤던 감사의 순간들은 다시 기억하며 음미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가 했던 질문들을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그 질문이 오늘의 경험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다른 이에게 했던 질문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었느냐 이전에 그 질문이 어떤 질문이었냐는 것입니다.
오늘은 질문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볼프 에를브르후의 그림책 <커다란 질문> 책과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의 그림책 <첫 번째 질문>입니다. 먼저 <커다란 질문> 이야기를 먼저 할까 합니다. <커다란 질문>이란 제목을 보면 무엇이 궁금해지나요? '커다란 질문은 어떤 질문일까? 이 책에는 어떤 질문이 담겨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요? 제목에서부터 이 책은 우리의 생각의 방향을 전환시킵니다. 놀랍지 않나요? 답이 아니라 질문을 궁금하게 하는 책라니!
우리는 습관적으로 정답 찾기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질문을 마주했을 때 순수하게 지적인 호기심으로 답을 찾아보고자 하는 순수한 욕구도 있지만, 이런 욕구는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커다란 질문을 만나지 못해 자라나지 못하고 쉽게 메말라 버립니다. 지금 우리의 문화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가정에서 부모님께 가장 자주 받는 질문들은 무엇일까요? '숙제 다했니? 시험 잘 봤니? 몇 점 맞았니? 이 문제의 정답이 뭐니? 왜 틀렸니? 친구랑 왜 싸웠니?' 혹시나 이런 질문들은 아닐까요? 이것은 질문일까요? 다양한 답이 나오고 그렇게 대답해보는 과정 속에서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자기 생각과 언어를 발견해 볼 수 있는 커다란 질문을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받고 있을까요? 부모로서 교사로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왜 그랬니, 그러지 말았어야지.' 책망하거나 판단하는 말, ' 네가 해야 할 일은 이거야, 앞으로 이렇게 해야지.' 훈계하고 지도하려는 말을 질문이라는 형식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부모로서 교사로서 아이들이 스스로 관점을 발전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왜 그렇게 생각하니?'와 같이 자신만의 답을 해갈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하는 밑 마음에는 정말로 아이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질문을 하는 태도에는 그 순간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눈빛이 함께해야 합니다. 질문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으로 태도로 온몸으로 건네는 것이니까요.
"넌 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거야." 형이 대답해 주었어요.
비행기 조종사는 "넌 구름과 입맞춤하려고 태어난 거야."
새는 "너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야!"
죽음은 "넌 삶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거란다."
<커다란 질문> 그림책에는 그 어느 쪽에도 질문이 적혀있지 않습니다. 대신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대답이 담겨있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이는 형, 할머니, 누나처럼 사람이기도 하고 고양이, 오리 등 동물이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 숫자 3, 죽음처럼 무생물, 그리고 추상적 관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존재들의 답은 단지 서로 다르다는 '다름'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이 다양한 답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질문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관점이 담겨있는 생각을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과 존재가 담긴 '진지한 답', '나만의 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게 바로, '커다란 질문의 힘'이 아닐까요? 나만의 답을 하게 하는 질문, 진지하게 깊게 철저히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 하나의 답을 빠르게 찾기보다 오래 생각해보고 계속해서 찾아가게 하는 질문, 이런 질문이 바로 커다란 질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하나의 질문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겠지요. "나는 왜 이 세상에 있는 건가요?"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찾아 나설 겁니다. 나만의 답을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커다란 질문을 건네보면서,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면서.
<커다란 질문> 그림책을 읽으며 커다란 질문의 힘을 느꼈다면 이제 스스로에게 또는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막상 어떤 질문이 커다란 질문인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오사다 히로시의 아름다운 시와 투명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이세 히데코의 수채화로 커다란 울림을 주는 그림책 <첫 번째 질문>입니다.
오늘 하늘을 보았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
구름은 어떤 모양이던가요?
바람은 어떤 냄새였나요?
지금 있는 곳에서 귀를 기울여 보세요.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침묵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나요?
가만히 눈을 감아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이세 히데코의 수채화는 오사다 히로시의 시에 담긴 하나하나의 질문들이 투명하게 마음으로 스며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우리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만들어 넓게 퍼집니다. 그래서 천천히 스스로의 기억을 더듬어 보게 합니다. 그리고 감각을 깨웁니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의 모양을 냄새를 소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바깥의 경험들을 돌아보고 나면 다시 침묵으로 내 안의 소리를 들어보게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커다란 질문이란 단지 '생각'만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정으로 커다란 질문은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느낌들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는 것, 그 자신만의 느낌과 경험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이 자라난다는 것을 <첫 번째 질문>은 알려줍니다.
좋은 하루란 어떤 하루인가요?
오늘 "고마워!"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아름다워!"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꽃 일곱 가지를 꼽을 수 있나요?
나에게 '우리'는 누구인가요?
몇 살 때의 자신을 좋아하나요?
잘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세상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어떤 건가요?
이 책의 제목이 <첫 번째 질문>인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그림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아름다운 질문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여러 번 되뇌어 읽다 보면 아마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질문들이 첫 번째 질문인 이유를요.
'처음'인 것들에는 순수함이 있습니다. 판단하지도 비교하지도 않는 순수함, 좋은 질문, 더 나은 질문을 하겠다는 애씀도, 정답을 찾아내겠다는 애씀도 없습니다. 그 물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풍요로운 느낌, 그 순수함이 첫 번째 질문에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른 의미로 '가장 중요한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입니다. 마음과 기억의 중심자리를 건드리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만날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처음 보듯이' 다시 보게 됩니다. 전에 당연히 여겼거나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들을 궁금해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 은 '처음 보듯이 관점을 새로이 하는 질문'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커다란 질문', '첫 번째 질문'을 함께 읽으며 질문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갖고 나면 그동안 스스로에게 또 만나는 이들에게 했던 질문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어떤 마음으로 했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 성찰의 시간들은 질문을 좀 더 정성스럽게 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질문에 담긴 '진지함'은 무겁고 심각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진솔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커다란 질문(첫 번째 질문)을 건네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난, 지금 느낌이 어떠세요?"
"당신에게 지금 커다란 질문은 무엇인가요?"
-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질문은?
- 어떤 질문이 커다란 질문일까?
- 작은 질문을 커다랗게 만드는 방법은?
- 나를 커다랗게 만드는 질문은? 나를 작게 만드는 질문은?
-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 나를 행복하게 하는 질문은?
- 이 책의 제목은 왜 첫 번째 질문일까?
- 오늘 하루 어떤 질문을 했나?
- 나만의 답을 찾는 방법은?
- 질문 수수께끼(다섯 고개)
: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하나의 커다란 질문을 생각하고 그 질문에 대한 5가지 답을 적어본 후에 다섯 고개 방식으로 하나씩 자신이 적은 답을 읽어주고 질문 맞추기를 해본다.
- 질문 나무 만들기(커다란 나무)
: 우리 반 친구들이 일 년 동안 같이 찾아보고 싶은 질문들을 적은 잎사귀 모양의 종이에 적어서 우리 반의 질문 나무를 만들어 보자.
- 우리들의 커다란 질문 책 만들기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요?"에 대한 친구들의 다양한 대답과 그 대답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서 반 친구들의 글과 그림을 엮어 우리들의 커다란 질문 책을 만들어 보자.(대답을 할 때는 지영이는 ~~라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자신의 생각을 직접 표현할 수 도 있고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나무'라면 이렇게 대답했겠지, '사랑'이라면 이렇게 대답했겠지, 다른 생물, 무생물, 추상적 관념이 대답한다면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본 답으로 적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