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과정을 알아볼 줄 아는 눈,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여러분 손에 돋보기도 있고 종이도 있어요.
그리고 날씨가 화창해서 햇볕도 충분하구요.
하지만 이걸 잘 못 맞추면 종이를 태울 수 없어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초점이에요."
알음반에서는 목표라는 말보다 '초점'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목표라는 말은 그 특성상 결과를 지향합니다. 그로인해 목표달성 여부에 따라 잘했고 못했고에 대한 이분법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 쉽습니다. 결과 중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되면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비교하거나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지마.(목표에 맞지 않은 행동 규제), ~해!(목표에 맞는 행동 강요), 왜 그런 행동을 하니!(목표에 불필요하게 행동 비난)"와 같은 통제와 비난의 언어를 아이들에게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배움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결과는 과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어느 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결과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배움이 일어났다고 할 수 없고, 결과가 나빴다고 하더라도 과정에서 일어난 배움이 컸을 수도 있습니다. 배움은 아이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해 가는 과정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작고 소소하지만 진실인 배움의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는 눈이 있을 때, 배움은 더욱 더 선명해지고 커집니다. '초점'이라는 단어는 교사에게도 아이들 스스로에게도 이러한 배움의 과정, 성장의 과정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언어입니다.
저는 학기 초에 아이들의 책상 모서리에 돋보기 모양의 '개인 초점'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돋보기를 직접 이미지로 만들어 사용하는 아이디어는 서로 다른 학교, 서로 다른 학년이지만 함께 '알음반'이라는 이름으로 학급을 운영해 가는 한나쌤과의 '교육수다'를 통해 얻었습니다.)
'개인초점'은 학생들 스스로 적기도 하고 선생님과 함께 상의하여 적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초점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는 학생과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교사의 생각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그것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인지 수업에 어려움으로 인한 건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개인 초점으로 세웁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와 학생의 초점이 일치되면 교사도 아이를 개별적인 존재로 보고 그 아이에게 필요한 초점에 마음을 기울이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게 됩니다.
초점은 마음의 방향, 생각의 방향을 하나로 모아줍니다.
초점이 있으면 '~해라, ~해라. 왜~하는거니?'같은 훈계하거나 지시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알음이의 초점은 무엇이죠? 초점을 한번 읽어볼까요?"
"수업시간에 필요한 물건만 꺼내 놓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성장과 배움을 위해 만든 초점을 읽어보면서 떠올리고 나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초점이 있으면 아이들의 성장과정, 아이들의 변화를 더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알음이가 '실수해도 발표를 계속하겠다는'초점을 갖고 수학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문제를 풀고 설명해보는 모습이 감동이었어!"
어느 순간, 그 초점을 계속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마음의 습관과 태도로 잘 잡히면, 새로운 초점을 정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초점을 정하는 순간은 '이만큼이면 충분하다'는 아이들의 마음의 만족감이 차오르는 때면 좋겠습니다.
교사와 부모도 초점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 달의 초점은 '아이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로 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아이가 잘하는 점 발견해서 소리내어 표현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초점은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문제로 보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하는 물음을 통해 정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교사, 학생의 초점이 하나로 일치한다면 성장과 변화의 힘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