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공감의 공동체, 느낌의 공동체, 배움의 공동체가 되기 위한 대화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과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지지하기를 바라는 욕구를 가지고 태어났다.
또한 연민이라는 천부적 감각도 지니고 태어났다.
-마셜 B.로젠버그-
하나의 교실 안에는 성격도 모습도 말투도 생각도 저마다 다른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빛깔의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우리는 한 반이다. 우리는 공동체다!'라는 느낌은 언제 생기는 걸까요? 아이들의 타고난 본성, 공동체성을 어떻게 하면 싹 틔워줄 수 있을까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진솔한 대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자 나라는 섬과 너라는 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라면, 진솔하게 말하는 것은 이 다리를 건너가 만나는 일입니다. 진솔한 대화는 진정한 만남을 가능하게 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생각의 만남, 그동안 몰랐던 마음과 마음의 만남, 그 만남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진솔하게 말한다는 것은 껍데기 말이 아닌 알맹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껍데기 말의 대표적인 예로는 욕이나 비난하는 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교묘하게 돌려 말하는 것도,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못 알아차리고 느낌을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꽁꽁 눌렀다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 팡!하고 터뜨리듯 말하는 것도 진솔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진솔하게 말하는 것은 비꼬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진솔하게 말하려면 먼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고, 알아차린 것을 말로 표현할 줄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서툴고 잘 안되더라도 '진솔하게 말하려는 시도와 경험'을 충분히 가져야합니다. 그런 시도와 경험이 자신만의 '진솔함'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가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진솔하게 말합니다.'라는 초점을 함께 마음에 품고 대화를 해나갈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교실, 학급이야말로 이러한 '진솔한 대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느낌언어를 배운다고 해서 저절로 자신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이야'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떤 감정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첫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야. 그리고 친구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일이야.'라는 생각이 경험을 통해 쌓일 때,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대화를 하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감정이 잘 받아들여지고 존중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학급을 서로를 믿고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려는 교사와 학생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록 처음에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하더라도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형성되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진솔한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고, 진솔한 표현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서 껍데기 말을 할 때는 진짜 알맹이 말이 무엇인지 물어주고, 서로가 알맹이 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진솔하게 말한다는 것은 어떻게 말하는 것인지 서로를 보고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진솔한 거구나. 진솔하게 말할 때 이해가 일어나고 용서가 일어나는구나.', '나는 그동안 과장된 표현을 많이 써왔구나. 사실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 싶었고 그렇게 말해야 잘 들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진솔하게 말하는 걸로 충분하구나. 그걸로 내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구나.' '나도 친구들의 진솔한 생각과 느낌이 궁금하다.' 이런 알아차림이나 생각의 발견, 자신의 느낌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진솔함에 대한 감각을 길러나가는 과정을 서로 지지하고 축하해 주면서 사회능력과 감성능력, 공감능력 또한 함께 자라게 됩니다.
내가 주면 상대방도 주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각자 삶에서 가져온 것을
기쁜 마음으로 함께 나눈다.
주는 행위에서 나의 생동감이 표현된다.
-에리히 프롬-
진솔함을 주면 진솔함이 돌아옵니다. 진솔함을 주고 받는 대화, 그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은 나의 진솔함 마음을 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