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해문방구 Jun 10. 2018

필기도구 대신 '생각연필'

[관점] 내 생각은 소중한 거야! [태도]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 

오늘의 생각씨앗을 적습니다. -생각연필-


수업시간의 시작, 어떤 말로 수업이 시작되나요?


쉬는시간이 끝났습니다. 수업종과 함께 교실은 분주합니다. 아직 제자리에 돌아오지 않은 아이, 물을 마시고 있는 아이, 짝꿍과 장난치며 깔깔 웃고 있는 아이, 책상위에 수업시간과 관계없는 물건들이 어지러져 있는 아이, 그 아이들을 둘러보며 하는 교사의 말은 무엇일까요?


책상 위에 물건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그 물건들에 시선이 가고 시선이 가면 생각도 함께 따라갑니다. 책상위에 쉬는 시간에 보던 만화책이 놓여있다면 그 만화책을 들쳐보고도 싶을 겁니다. 책상 위에 종이접기 놀이하다만 색종이가 있다면 자꾸만 접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 책상 위에 필요한 물건들만 꺼내어 놓고 나머지 물건들은 정리하라는 안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필기도구 꺼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필통을 책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다르게 할 수는 없을까요? 

이 과정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있을까요? 어떤 준비를 하게 하고 싶은 걸까요?

바로 수업할 준비, 배움을 위한 준비, 생각할 준비를 하게 하고 싶은 것입니다.


놀이만큼이나 관계만큼이나 수업이라는 하나의 큰 대화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꺼내어 놓기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기를, 함께 생각하며 생각의 깊고 넓어지기를, 무엇보다 '생각하는 것 자체를 소중히 여기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생각을 남기고 소중히 기억하기 위한 활동, 바로 '쓰기'를 조금더 즐겁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런 생각들을 하다 만난 그림책이 있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생각연필입니다.


선생님은 말씀하세요.
생각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고요.
마음을 다해 열심히 찾으면요.
그래도 나는 자기맘대로 찾아온다는 걸 알고 있어요.

자기가 오고 싶은 방법으로요.
어디서 그런 생각이 왔는지 알 수는 없어요.
마침내 내게 온 생각을 잡으면
몰래 빠져나가지 않도록 잘 챙겨야해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생각연필 중에서-


<생각연필>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이 모든 마음이 교사의 어떤 말보다도 잘 전달됩니다. 생각연필은 책장을 하나씩 넘길 때마나 내 머릿속에 적중하는 화살이 되기도 하고 먼 곳을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되기도 하고, 선생님의 뒷모습이 되기도 하면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아이들은 연필모양이 다양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합니다. 그렇게 재미있어하며 감탄하는 사이, 생각이 어떻게 떠오르고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 또 생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하게합니다. 무엇보다 '몰래 빠져나가지 않도록 잘 챙겨야해요'라는 마지막 문장은 찾아온 생각을 소중히 챙기기 위해 '기록'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이 책을 함께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생각연필'을 선물합니다.

'오늘의 생각씨앗을 적습니다.' -생각연필-

우리의 생각은 늘, 씨앗과도 같아서 이 생각이 어떻게 자랄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씨앗이 있기에 또 다음 생각의 잎사귀가 자라고, 또 언젠가는 '어떻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지!'할만한 놀라운 생각열매'를 맺는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는 생각은 언젠가 맺을 커다란 생각의 씨앗입니다. 그래서 작은 생각도 소중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리고 그것을 연필로 종이에 쓰는 것, 그것은 생각씨앗을 심는 일입니다. 생각씨앗이 몰래 빠져나가지 않도록 잘 챙겨두는 일입니다.


<생각연필>책을 함께 읽고 나서 이 선물을 받고 아이들이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책에서 본 생각 연필을 실제로 보니 신기해요."
"이 생각연필만큼은 몽당연필이 되도록 써봐야겠어요."
"생각연필이 있으니까 생각이 더 잘 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수업의 시작, 이런 말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생각연필을 꺼내세요


'필기도구를 꺼내세요'란 말대신 '생각연필을 꺼내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수업시간은 '생각'수업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생각연필을 얼마나 썼나요?

이 질문은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나요? 생각을 얼마나 소중히 적었나요?'라는 두가지 질문을 동시에 담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생각의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각연필>을 통한 관점과 태도 조율

-관점: 내 생각은 소중한거야!
-태도: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



매거진의 이전글 진솔하게 말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