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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Mar 20. 2022

트렌드는 움직인다

2022년 1월의 브랜드데이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피플의 디자이너들은 회사를 떠나 부산 시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 떠나는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경험과 관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분야인 만큼 잠시 컴퓨터 앞을 떠나 여러 브랜드를 실제로 경험하며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누어보는 과정은 앞으로 우리가 만날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 입체감을 더해줄 것입니다.


2022년 1월, 첫번째 브랜드데이는 부산 F&B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인 광안리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광안리'라고 하면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과 그 앞에 그림처럼 걸려있는 광안대교만 떠올렸는데요, 이번 브랜드데이를 통해 '광안리'는 민락동과 광안종합시장 근처의 핫플레이스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1월 브랜드데이를 기록한 '디자이너 달님'을 따라 새로운 광안리를 만나보세요.




코로나로 돌아다니기가 어려워 지기도 했고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회사-집 회사-집을 반복하다보니 요즘은 트렌드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견하고 있다. 최근에 흥미를 갖고 보기시작한 것은 커피와 와인을 즐기는 문화이다.


홈카페가 피드를 전부 도배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에스프레소 잔을 찍은 사진, 와인 보틀샵에서 와인을 고르는 사진, 네추럴 와인을 구입해서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부산 핫플레이스를 소개해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그로서리샵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들이 와인을 좋아했지?’라는 의문점이 생겼는데 게다가 그 유행의 주축이 20대라니. 신기할 다름이었다.


그리하여 1월 브랜드데이는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에스프레소바와 그로서리샵/보틀샵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고 미리 찜해둔 와인샵이 있는 광안리 인근(정확히 말하자면 민락동)으로 코스를 짰다.




Bttt

브랜드데이의 시작은 역시 맛있는 점심식사인데 이번에 코스를 짜면서 놀랐던 점은 둘러보지 않은 사이에 광안리 골목에 이미 핫한 공간들이 많이 생겨 있었던 점이다. 늘 광안리라면 해변가와 그 인근을 둘러보기만 했던터라 이미 이렇게 유명한 식당들이 몰려있는줄은 처음 알았던 것이다. 비티티티는 원래 가보고싶었던 공간이 점심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차선책으로 고른 공간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 비티티티는 민락동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했는데 막상 근처에 도착하니 주변에 이미 ‘미락슈퍼’나 ‘요이쿠마’ 등 유명한 식당들이 많은 골목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소개글에서 보았던것처럼 젊은 사장님 두 분이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안에 테이블은 적은 편이었는데 통 유리창에서 환하게 빛이 들어오는데 하얀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서 적당히 밝은 빛이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라탄과 우드, 회색벽의 인테리어는 매우 깔끔한 느낌이었고 가구나 장식들이 심플했다.


메뉴를 시키기 전에 남자사장님께서 ‘오늘은 대파가 좋아서요, 지금 메뉴판에는 없지만 라구파스타도 주문이 가능합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셔서 우리는 라구파스타를 포함해 토마토샐러드, 치즈크림뇨끼, 버섯리소또, 크림미트볼 이렇게 5개의 메뉴를 주문했다.


브랜드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함을 느끼게 해주셨던 친절한 두 대표님들.
어쩌다보니 모두 크림이지만 저마다 디테일이 달랐던 크림들



누군가와 함께 외식을 하는 경우에 맛보다도 식당의 분위기를 많이 보는 편인데 브랜드데이 식당을 고를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분위기가 깔끔하지 못하거나 어수선하거나 혹은 불친절할 경우 다음을 생각하고 싶어지지 않는데 이는 곧 브랜드 경험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많이 신경써서 보는 편이다. 메뉴는 천천히 하나씩 나왔는데 나올때마다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주셔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비티티티는 민락동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추천해 드리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맛도 분위기도 좋았던 점심식사였다.




오우커 피바

다음 코스는 본격적인 브랜드투어로 에스프레소바를 골랐는데 하필이면 내가 골라둔 에스프레소바가 휴일이어서 결국 급하게 다른곳을 검색해서 이동을 했다. 점심도 그렇고 카페까지도 모두 퇴짜를 맞은것 같아 왠지 의기소침해졌었는데 차선책으로 선택한 공간이 민락동에서 무척 뜨고 있는 공간이라서 또 한번 놀랐다.


두 번째로 방문한 오우커 커피바는 광안시장 인근에 있었는데 알고보니 부산에서 꽤 유명한 타타 에스프레소 바, 버터볼 그로서리샵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보려고 했던 데이스위밍클럽도 모두 이곳에 몰려있었다. 타타에스프레소바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답게 평일 오후에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고 매장 앞에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 손님들도 많이 있었다. 우리는 바로 맞은편 오우커 커피바로 향했다.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의 외관
공간의 컬러를 잘 담아낸 굿즈들



오우커 커피바는 완전히 스탠딩으로 된 형태는 아니라서 일반 카페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훨씬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내부에는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식물이 있으며 약간 어두운 느낌이 있어 편안한 분위기이다. 아주 특별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로고에서 사용하고 있는 아이보리, 자주, 붉은 갈색이 인테리어에 잘 녹아있어 전체적으로 통일된 인상을 주었다.


나중에 에스프레소바와 카페의 차이가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는데 에스프레소바는 이탈리아식 커피문화를 지향하는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오우커 커피바는 미국식과 이탈리아식 커피문화의 중간 지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버터볼 그로서리샵

오우커 커피바를 나오자 마자 맞은편에 있는 버터볼 그로서리샵으로 향했다. 버터볼그로서리샵은 입구에서부터 유럽같았다. 간판 디자인부터 색깔, 유럽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디자인이다. 버터볼은 그로서리&보틀샵으로 공간 자체는 협소하지만 아주 알차게 꾸며져 있었다. 나무 장식장에는 와인들이, 철제 선반에는 각종 외국산 스낵과 식재료들이 손으로 쓴 가격표와 함께 진열되어 있었는데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더욱 더 클래식하고 유럽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데이스위밍클럽

마지막코스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미리 찜해두었던 와인샵인 데이스위밍클럽이다. 버터볼 가게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다. 비슷한 그로서리들과 와인을 취급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상반된다. 클래식하고 정돈된 느낌의 버터볼과 달리 데이스위밍클럽은 훨씬더 빈티지하다. 입구는 건물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두어 한국적인 풍경과 유럽의 식료품이 절묘하게 섞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내부에는 물건이 여기저기 가득가득 차 있다. 그게 지저분하고 불편하게 보였다기보다 광안 시장 골목에 있는 가게답다는 생각을 했다. 복잡한 것조차 매력적인 느낌. 이 곳에는 그로서리와 와인을 구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마셔볼 수 있게 되어있다. 바로 구입해서 먹어도 되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낮술과 안주를 선택할수도 있다. 우리는 치즈와 네추럴 잔와인을 시켜보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방문을 통과하면 ‘여기가 끝인가?’ 싶을때까지 방이 나온다.

첫 번째 방에는 위로 올라가는 작은 다락방이 있고 뒤쪽으로는 더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컬러풀하고 개성있는 가구들이 눈에 띈다. 공간 곳곳에는 데이스위밍클럽이라는 가게 이름에 걸맞게 꾸며져 있었다. 수영장과 휴양지를 연상케하는 타일과 식물들의 조합, 수영하는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바다를 담은 패브릭 커튼이 달려있어 한층 더 분위기를 더했다.


특별히 브랜드를 보여주는 그래픽포스터나 카피라이팅 등이 없는데도 아무렇게나 뚫어놓은 것 같은 문과 여러가지 인테리어 요소들이 이 브랜드가 가진 느낌을 추측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곧이어 나온 치즈와 와인. 와인이 나올때에는 글라스에 사용할 수 있는 펜을 주는데 친구들과 와서 가볍게 한잔 하면서 하루를 기록하기에 무척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도 신이나서 낙서를 했다). 커피바에서 커피를 마시고 에스프레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로서리샵에서 치즈를 구입하고 와인바에서 치즈와 와인을 마신 하루,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들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트렌드도 함께 흐르고 있다. 내가 알고 있었던 과거의 문화들이 이제는 옛날의 추억거리 정도가 되고 더 과거의 일들이 젊음을 입고 시장에 재등장한다. 스타벅스나 핸즈커피, 탐앤탐스와 같은 미국식 카페문화를 가진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거리를 장악하다가 어느 순간 그 시기가 지나 미니멀리즘하고 소박한 일본식 카페와 디저트가 유행했던 것처럼 지금은 미드센추리 인테리어와 함께 유럽식 문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디자이너로서 가끔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당황스러울 때도 종종 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이 신선하고 재미있는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오히려 이 순간에도 유행에 흐름과 관계없이 늘 좋은 디자인과 브랜드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공부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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