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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Sep 06. 2019

나의 디자인에 확신을 갖는 과정

빈도큐 증후군에서 벗어나자!

퇴근길에 달래가 말했다.

"나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은 저기 멀리 있는데, 내가 막상 만들어내는 건 그렇게 안되니까 자꾸 자신이 없어져"


내가 보기에 달래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무엇이 달래를 이렇게 흔들었을까?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생겨나는 사고의 확장이나 일종의 사춘기처럼 디자이너라면 누구에게나 이맘때쯤 오는 슬럼프인 것 같다. 디자이너 성장과정의 필수 증상이라고나 할까.


나 역시 3, 4년 차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디자인과 그 앞에 초라한 내 실력의 괴리감으로 괴로운 날들이 많았다. 새로운 일은 늘 설레고 재밌었지만 반면에 제대로 완성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도 어마어마했다. 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었는데 당시 우리 회사 디자이너들은 이런 증상을 [빈도큐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인디자인이나 포토샵, 일러스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켜고 하얀 도큐를 열기만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새하얘지는 증상으로 대체적으로 시안이 자주 튕기거나 하나가 제대로 완성이 되지 않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생기는 증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래되면 내가 디자인을 잘하고 있는지, 이 길이 내 길인지 심각한 고민에 봉착하게 되는 무서운 마음이 병이었다.


그래서 그즈음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디자인을 그만두기도 했다. 디자인은 정답이 없고 취향과 여러 가지 감정들로 평가되는 상황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의 주관도 중요한데 연차가 낮고 힘이 없을 땐 내 시안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주관을 갖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말해도 그 말보다는 나의 불안과 불안으로 인해 흐려진 미래가 무서울 따름이며 마음이 갈팡질팡하다 보니 시안도 덩달아 갈팡질팡 해질 때가 많아진다. 그렇다 보니 확실한 힘을 실은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그 악순환은 어떻게 끊어야할까?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기만의 슬럼프 극복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써본 방법은 '끝까지 해보는 것'이었다. 별다른 노하우도 아니고 싱거운 해결방법이지만 하다말고, 하다말고 해서는 결국 그 굴레가 끊어지지 않았다. 8시간이고 10시간이고, 이틀이고 삼일이고, 하고자 하는 스타일, 생각했던 디자인을 하나 끝까지 완성해보고 그 경험이 쌓일 수록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 달래에게 해준 조언 아닌 조언도 끝까지 해보라는 것이었다. 당장 안될 것 같아도 계속 시도하다보면 결국 되는 순간이 온다. 우리가 게임을 할 때도 이건 절대 못깰 것 같지만 게속 하다보면 넘기는 순간이 오지 않는가? 그리고 그 다음레벨로 넘어가야 게임에 계속 재미가 붙듯이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계속하다보면 끝판왕도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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