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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May 01. 2020

드디어 근로자의 날에
쉬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엄연한 근로자



'근로자의 날' 유래


근로자의 날(메이데이, May Day)은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 쟁취 및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하여 투쟁한 미국 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1889년 7월 세계 여러 국가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결정된 날이다.

당시 미국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적은 보수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1884년 미국의 각 노동단체는 8시간 노동 실현을 위한 총파업을 결의하고 1886년 5월 1일을 제1차 시위의 날로 정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5월 1일 미국 전역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났고, 5월 3일 시카고에서는 21만 명의 노동자와 경찰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1889년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5월 1일을 ▷기계를 멈추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행동하자는 세 가지 연대 결의를 실천하는 날로 선언하였다. 이를 계기로 1890년 5월 1일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되었고, 이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5월 1일 메이데이를 기념해 오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근로자의 날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디자이너는 근로자가 아니라 예술가잖아, 그러니까 근로자의 날에는 해당사항이 없지." 


이 말은 실제로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지인이 들려준 기막힌 발언이었다. 디자이너는 근로자일까? 창작자일까? 예술가일까? 나는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고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받는 디자이너는 명백한 '근로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역시 디자인 에이전시를 다닐 땐 근로자의 날에 당연히 출근을 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굉장히 예민하고 화가 난 상태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여러 차례 회사에 항의해보았지만 다들 '디자인 회사는 원래 안 쉬어' 라던지 '우리 말고도 다 출근해'라는 식의 안일한 대답만 들려줄 뿐이었다. 


사실 1년 중 휴무일이 하루 정도 더 늘어나고 늘어나지 않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중요한 건 회사가 직원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났을 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부분의 디자인 회사는 박봉에 야근에 심지어 철야에 주말출근까지 정말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에 따른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연차는 물론이고 병가도 쉽게 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도 저도 안된다면 적어도 근로자로서의 권리라도 존중받고 싶은게 당시 내 심정이었다. 


디자이너는 창의적인 일을 하지만 정당한 보수를 받고 디자인을 제공한다면 일종의 서비스직인데 그러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우리 역시 정확한 보수와 휴일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창의적인 일'이라는 말이 붙으면 시간과 돈의 개념이 모호해지다보니 비용과 권리가 모호해진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사장이 된다면 근로자의 날에는 꼭 쉬어야지!라는 다짐을 늘 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규모지만 직원이 생긴 올해는 드디어 공식적으로 근로자의 날에 휴무를 하게 되었다. 


누군가 "근로자의 날에 쉬는 디자인 회사가 어딨어?"라고 묻는다면 '보통의 연구소는 쉬더라' 라고 말해주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석가탄신일부터 어린이날까지 근로자의 날, 5월 4일 모두 쉬는 저희는 오랜만에 황금연휴를 통해 그동안 바빴던 일상을 정리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우리를 비롯한 많은 디자인 회사들이 근로자의 날 만큼은 회사를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에게 존중과 고마움을 보내며 재충전할 수 있는 하루를 지켜주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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