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초TV>가 페이스북에서 잘 나가고 네이버에서 덜 나가는 이유
35652 vs. 45494 vs. 308815
<72초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 세 개가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TV캐스트. 똑같은 콘텐츠가 같은 날(또는 하루 차이로) 각각의 플랫폼에 업로드된다. 하지만 재생횟수는 극적으로 다르다. 다음은 <72초 드라마 시즌3 에피소드7 "나는 작가가 되기로 한다."의 재생횟수다.
[문제] 어떤 숫자가 페이스북이고, 유튜브이고, 네이버TV캐스트일까.
A: 35,652회
B: 45,494회
C: 308,815회
(2016년 5월 5일 오후 11시 44분 기준)
35,652회 - Youtube
45,494회 -네이버TV캐스트
308,815회 - 페이스북
페이스북에서의 재생횟수가 압도적이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한다"는 2016년 4월 20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21일 네이버TV캐스트에 공개됐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시점 페이스북에서의 재생횟수는 네이버TV캐스트에 비해 6배 이상, 유튜브에 비해 8배 많다. 거의 같은 시점에 공개한 똑같은 콘텐츠가 플랫폼에 따라 소비되는 수준이 드라마틱한 차이를 나타낸다.
혹시 <72초 TV>가 각각의 플랫폼에 진출한 시기가 달라서일까?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열고 한참이 지난 시점에 유튜브나 네이버에 채널을 개설했다면, 당연히 페이스북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려있을 것이고 시청자들은 페이스북을 1st 윈도우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재생횟수가 더 나올 수밖에 없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그래서 채널/페이지 개설일을 확인해봤다.
<72초 TV>의 유튜브 채널 개설일은 2015년 2월 11일, 네이버TV캐스트는 2015년 7월 17일, 페이스북은 2015년 2월 12일이다.
<72초 TV>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하루 차이를 두고 채널/페이지를 개설했고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시점에 네이버TV캐스트에도 둥지를 튼다. 시즌3 에피소드7 "나는 작가가 되기로 한다"는 네이버에 채널을 개설한 때로부터 약 10개월 후에 공개된 콘텐츠이므로, <72초 TV>가 각각의 플랫폼에 진입한 시점의 차이가 콘텐츠 소비횟수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가정이 그다지 들어맞는 것 같지 않다.
플랫폼에 몸을 맞추는 콘텐츠 전략
<72초 TV>의 성지환 대표는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 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저희한테 72초 드라마를 웹툰같은 다른 장르로 만들라고 하면 저흰 원점부터 다시 시작이에요. 웹툰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고 그곳에 적절하게 72초가 또 바뀌겠죠.”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과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보면 물리적인 플랫폼은 없지만 버추얼한 플랫폼은 돼 있지 않을까요?”
http://www.bloter.net/archives/233565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는 콘텐츠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시청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의 힘이 세지고 있는 것 같아요.”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120405581
즉 그의 생각은
1) 시청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춰 플랫폼을 선택한다.
2) <72초 TV>는 플랫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플랫폼 각각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이 둘을 한 문장으로 합치면
'<72초TV>는 플랫폼별로 분화된 시청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가 된다.
같은 돈을 들여 만든 콘텐츠를 여러 채널을 통해 유통하는 건 남는 장사다. 흔한 말로 원 소스 멀티유즈. <72초 TV> 입장에서는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TV캐스트 사이의 재생횟수 격차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저 돈이 벌리는 창구가 여럿 있을 뿐이고 채널이 많은 만큼 전체 볼륨은 커진다. 어떤 채널에선 장사가 되고 다른 데선 조금 덜되는 것이라고 그렇게 쿨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성지환 대표의 인터뷰를 오독한 게 아니라면 '플랫폼 별로 특화된 콘텐츠 전략'을 내세우겠다는 목표가 페이스북에선 성공했고, 유튜브와 네이버TV캐스트에선 실패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한 판단이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가 MCN 시장, 혹은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 진출하려고 준비 중인 선수들이라면 더더욱 <72초 TV>의 플랫폼 간 차이를 명확하게 살펴야 하는 건 아닐까?
<72초 TV>
@
네이버TV캐스트 vs. 페이스북
이런저런 농담을 던지고 적당히 짝다리 짚어도 편안한 자리가 있고, 예의 차리며 웬만하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자리가 있다. 잡담해도 되는 장소가 있고 할 말만 딱딱 해야 하는 데도 있다.
<72초 TV>에게 네이버TV캐스트는 좀 어려운 자리다. 우선 네이버TV캐스트의 메인 화면.
네이버TV캐스트는 네이버뉴스의 동영상 버전이다. '실시간TOP100' 등 시청자의 실제 시청정도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줄 세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에디터의 의도에 따라 재구성된 화면이 시청자에게 가장 먼저 제공된다. 지상파, 종편, MCN 사업자들, 개인 창작자들 등이 올린 콘텐츠들이 뒤섞여 경쟁한다. 하이라이트 화면까지 캡쳐되어 화면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 콘텐츠는, 캡쳐화면도 없이 텍스트로만 소개되는 콘텐츠를 일단 이기고 들어간다. 센 놈들이 즐비한데, 경찰이(에디터가) 그들의 뒤까지 봐주는 동네. <72초TV>는 이런 험악한 곳에 있다. 물론 센 놈라고 안심 수 없다. 포털 뉴스서비스를 떠올려보면 간단하다. 그 동네엔 조선일보 완장이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 원 오브 뎀일 뿐이다. 여긴 그냥 경찰국가다.
물론 네이버TV캐스트 속 <72초TV>에도 숨 쉴 개인 공간은 주어진다. 이른바 '채널'이다.
다른 애들 눈치 볼 것 없이 내가 하고픈 얘길 할 순 있는데, 문제는 할 말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농담 같은 딴소리 못한다. 그냥 '동영상'만 올릴 수 있다. 시청자들의 댓글이 달리긴 하지만 스크롤을 내리거나 댓글창으로 연결되는 아이콘을 클릭해야 댓글이 보인다. 네이버뉴스에서 댓글 찾아볼 때랑 똑같다. <72초TV> 네이버TV캐스트 채널은 그냥 동영상 저장소처럼 보인다. 에디터가 메인에 걸어주면 고맙지만, <72초TV> 스스로 노출 전략을 짤 수는 없는 구조.
하지만 <72초TV>는 페이스북에선 좀 다르게 논다.
팔로워들은 각자의 타임라인을 스크롤 다운하다가 <72초TV>가 새로 업로드한 콘텐츠를, 길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듯이 '탁'하고 만난다. 친구가 반가워 잠시 멈춰 서서 이야기 나누듯이, 스크롤질을 멈춰 동영상을 본다.
<72초TV>가 페이스북과 네이버TV캐스트에서 시청자를 만나는 방식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차이는, 시청자들이 페이스북에선 <72초TV>라는 친구를 훨씬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TV캐스트에선 오직 완성된 동영상 콘텐츠만 볼 수 있다. 하지만 <72초TV>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동영상은 물론이고 사진과 텍스트 형태의 콘텐츠들이 올라온다. 제작에 품이 들고 돈이 드는 동영상 콘텐츠들 사이에, 비교적 품과 돈이 덜 드는 형식의 콘텐츠를 채워 <72초TV>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72초TV>에 출연한 여배우들을 카드뉴스 형태로 소개하거나 동영상 에피소드를 캡쳐해 축약 형태로 올리기도 하고 일요일에는 '월요일이 싫다'고 외치는 주인공의 사진을 이어 붙인 후 '그래도 내일은 72초 새 에피소드 나오는 날'이라는 메시지를 붙여 프로그램 예고를 하는 식. 이런 콘텐츠는 유튜브나 네이버TV캐스트의 채널에선 볼 수 없어 이를테면 '오리지널 콘텐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댓글 역시 타임라인 위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시청자들의 댓글에 <72초TV> 운영자가 다시 답글을 달아 시청자와의 소통을 강화한다. 네이버TV캐스트에서는 베스트댓글과 전체댓글을 분리한 후 베스트댓글이 우선 노출되기 때문에 <72초TV> 입장에선 페이스북에서 만큼 적극적으로 답글을 달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요약하자면 페이스북과 네이버TV캐스트에서 <72초TV> 동영상 콘텐츠 시청횟수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를 각각의 채널/페이지에서 찾아보자면 이렇다.
1) 타임라인 위 친구의 소식처럼 전달되는가/ 포털 속 원 오브 뎀 콘텐츠로 노출되는가
2) 동영상이 아닌 다른 형식의 오리지널 콘텐츠 유무
3) 시청자의 리액션에 대한 피드백 유무
그런데 이를 '콘텐츠 유통은 네이버보단 페이스북에서 하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까?
반전: <꽃미남 브로맨스>의 경우
MBC가 웹전용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 <꽃미남 브로맨스>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네이버TV캐스트 모두에 채널을 열고 있다. 그런데 <꽃미남 브로맨스>의 구독자 수는 <72초TV>와는 다른 양상이다.
<72초TV> : 네이버TV캐스트 31,183 / 페이스북 229,344
<꽃미남 브로맨스(MBig TV)> : 네이버TV캐스트 20,930 / 페이스북 4,474
<72초TV>는 페이스북 구독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꽃미남 브로맨스>는 네이버TV캐스트 구독자가 페이스북의 약 5배다. 플랫폼 멀티유즈 전략을 취하고 있는 두 콘텐츠가 정반대로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꽃미남 브로맨스>는 페이스북에서 바로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대신, 네이버TV캐스트와 네이버V로 연결되는 링크를 올린다. <72초TV>의 네이버TV캐스트 채널이 '동영상 저장소'의 역할을 했다면 <꽃미남 브로맨스>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링크 저장소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1st 윈도우를 어디로 설정할 것이냐는 판단이 중요해 지는 지점.
MCN의 수처작주(隨處作主)
수처작주는 임제 선사가 했던 말로, 어디에 가 있건 주인이 되라는 뜻이다. 불교용어 사전에 따르면 '어디서나 어떠한 경우에도 얽매이지 않아 주체적이고 자유자재함.'
MCN이라는 말이 웹콘텐츠를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요즘, MCN이 어떤 플랫폼에서든 주인이 되려면 방법은 간단해 보인다. 여러 경로를 통해 콘텐츠를 노출하되, 콘텐츠 성격에 맞는 1st 윈도우가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움직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