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한시 절절한시 #15
浿江曲 /林悌
이별하는 사람들, 날마다 버들 꺾네
천 가지 다 꺾어도 가시는 님 못 붙드네
붉은 소매 아가씨들 눈물 탓에 그런가요
뿌연 물결, 지는 해에 오랜 수심 서려있네
離人日日折楊柳 이인일일절양류
折盡千枝人莫留 절진천지인막류
紅袖翠娥多小淚 홍수취아다소루
烟波落日古今愁 연파락일고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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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강(浿江); 패수(浿水)‧패하(浿河) 라고도 함. 국경의 강이란 뜻. 대동강을 패수로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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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가지 꺾어 뱃길 떠나는 님께 건네 주는 그곳, 위 시의 장소는 어디일까?
대동강 나루, 진남포쯤 될 것이다.
시 속에 나오는 翠娥는 미녀, 궁녀, 기녀를 뜻하는 말, 시의 화자는 조선의 대표 풍류호걸 백호 임제이다.
시의 분위기로 보아 문득 떠오르는 詩, 정지상의 송인送人! 그 시와 분위기가 닮았다.
비 개인 언덕에 풀빛 푸른데/남포에서 님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대동강 물은 그 언제 마를까/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천하 한량 백호가 정지상의 절창을 몰랐을 리가 없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정지상의 시는 개인의 감상이지만, 백호의 시는 한 시대 연인들의 애환을 대변하고 있다. 역시 후생가외 後生可畏, 배포 면에서는 백호가 한수 위다.
한편 정든 님과 이별하는 자리엔 언제나 버들가지가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 한자문화권에는 거의 그렇다. 강나루에도, 천안 삼거리에도, 주막거리에도 으레 버들은 있다. 정든 님과 헤어지는 마당에는 약방감초처럼, 아니 사랑의 정표나 부적처럼 등장 하는 게 버들가지다.
대체 왜 버들일까? 버들은 가지를 꺽어 땅에 꽂아도 잘 자란다. 가지를 꺾는 것은 이별이지만, 땅에 심어 새로 뿌리를 내리는 것은 님의 곁에 내 사랑이 새로 피어난다는 의미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사실 한 가지! 버들은 한자로 '柳(류)', '머물 류(留)' 자와 중국어 발음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버들가지를 꺽어 건넨다는 뜻은 정든 님에게 좀 더 머물어주오(留), 라는 의미에다, 당신이 떠나도 이 몸은 늘 여기 머물러 있겠소,하는 뜻이다.
옛시조에도 버들은 연애 소품으로 인기였다. 누구나 아는 시조 한 수!
멧버들 가지 꺾어 보내노라 임의 손대,
자시는 창밖에 심거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곳 나거든 날인가 여기소서
ㅡ홍랑
바야흐로 춘정이 버들잎 같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날이다ㅡ박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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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林悌, 1549~ 1587) 조선의 문신. 자는 자순, 호는 백호, 본관은 나주.
남인의 당수, 미수 허목의 외할아버지이다.
선조 때 문과에 급제, 선비들이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다투는 것을 개탄하고 명산 유람으로 여생을 보냈다.
서도병마사로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 시조 한 수를 짓고 제사지냈다가 부임도 하기 전에 파직당한 일과 기생 한우(寒雨)와 시조를 주고받은 일, 평양기생과 평양감사에 얽힌 일화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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