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한시 절절 漢詩 #15
By박하.Mar 30. 2017
경포대에서 / 박수량
거울 같이 평평하고 물도 깊은데
겉모습만 비치고 마음은 비치지 않네
속마음 모두 비쳐진다면
경포대에 오를 이, 몇이나 될꼬
鏡面磨平水府深
경면마평수부심
只鑑形影未鑑心
지감형영미감심
若敎肝膽俱明照
약교간담구명조
臺上應知客罕臨
대상응지객한림
거울 같은 호수, 경포호 호숫가의 높은 언덕이 경포대이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나오지만, 그 이전 이후에도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경포대를 노래한 시편들은 헤아리기조차 버겁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하늘에 달, 바다에 달, 호수에 달, 술잔에 달, 마지막으로 님의 눈동자에 달! 이라는 경포대의 다섯 개 달 이야기, 강원감사 박신과 강릉명기 홍장의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 신사임당 시편 등등......
그 중에 경포호를 세태에 비겨 노래한 위 詩! 박수량의 작품에 유독 눈길이 간다.
거울 같은 경포호에 속마음도 훤히 비친다면, 과연 경포대에 오를 사람 몇이나 될까? 생각이 어린이 마음처럼 해맑다. 그의 詩가 곧 맑은 거울이나 다름없다.
수량守良! 끝까지 양심을 지킨다? 그 이름 그대로 조선 제일의 청백리였던 선비! 그는 유언으로 '시호도 주청하지 말고, 묘 앞에 비석도 세우지 말라'고 했다. 후손들은 그의 뜻을 받들어 무덤 앞에 비문 없는 비석, 백비를 세웠다고 한다.
경포호는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조만간 찾아가고 싶다. 경포호 주변에 경포대만 있을까? 아니다. 현재 남아 있는 정자들이 무려 12개나 된다. 호수에 비친 풍광이 자못 궁금해진다.ㅡ박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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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량(朴守良 1491~1554); 자는 군수(君遂), 시호는 정혜(貞惠), 본관은 태인(泰仁)이다.
38년 동안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도 변변한 집 하나 없었다. 아무리 가난할 지라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살아가는 본을 보여 준 선비였다.
"우리나라는 백성의 빈부 차이가 너무도 심합니다. 부자는 그 땅이 한량없이 연해 있고 가난한 자는 송곳을 세울 곳도 없습니다." 청백리 박수량의 외침은 지금도 절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