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한시 절절한시 #31
剪刀/ 許蘭雪軒
뜻이 맞아 두 허리 맞대고
다정스레 두 다리 들었다오
요리 조리 흔드는 건 내가 하리니,
깊게 얕게는 당신 맘대로요
有意雙腰合 유의쌍요합
多情兩腳舉 다정양각거
動搖於我在 동요어아재
深淺任君裁 심천임군재
가위질을 사랑놀이(性愛)에 비유한 詩, 단 네 구로 운우지정 雲雨之情의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구의 흔드는 일(動搖), 순우리말은 뭘까? '요분질' (*국어사전의 설명은 생략한다). 국어사전에 어원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게 좀 이상타. 나름 잡학도사! 필자 생각엔 분명 '흔들 요(搖)'와 '동이 분(盆)'에서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시는 아찔하기 그지없는 영물시*의 걸작이다.
한편 선조들이 독서하는 틈틈이 '잠을 쫓는 명약!' 이라는 핑계로 남긴 야하디 야한 저작들, 일테면 고금소총(古今笑叢),
파수록(破睡錄),골계담 (滑稽談),어면순 (禦眠楯).
등등, 일찌기 필자의 독서 동아리, 이문회 以文會 에서도 그중의 수작들을 골라 섭렵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단순 가위질을 18금 방중술에 비유한 작품은 이 詩 말고는 보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글깨나 쓴다는 문사들에게 성애의 표현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한다. 조금 싱거우면 무슨 놈의 작가가 문전(?)만 더럽히다 마냐고 타박하기 일쑤고, 조금 찐하게 나갔다 하면 천박하다! 질타한다. 설상가상 미풍양속 교란죄를 물어 작자를 구속하기도 한다. (*마광수교수의 즐거운 사라 등)
찐하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아슬아슬한 그 경계, 그러나 시공무한 時空無限! 상상이 넘치는 경지?! 역시 한시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설마 이 해설에 딴지 걸 분은 없겠지용~ ㅡ박하생각
*영물시 詠物詩는 꽃, 새, 벌레, 도구 등의 사물을 의인화한 시를 말한다. 일설에 의하면, 이시는 허난설헌 작품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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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許蘭雪軒 (1563-1589); 조선 중기의 시인, 작가, 화가. 본명은 초희. 호는 난설헌, 난설재이고, 자는 경번이다. 이달에게 시와 학문을 배워 천재적 시재를 발휘하였다. 1577년 김성립과 결혼했으나 결혼 생활은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시작으로 달래어 애상적 시풍의 시 세계를 이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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