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악몽

by 유명운

은우와 은수는 공터에서 얌체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은수가 공을 잘 받지 못해서, 은우는 은수가 받기 쉽게 공을 던져 줬지만 세 살 터울인 여섯 살 은수는 놓치는 공이 더 많았다.

- 아이! 왜 이렇게 못 받어? 형아가 받기 좋게 던져 줬잖아!

- 미안해, 헝아..

얌체공 놀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엄청난 탄력과 반발력의 공을 잡아내는 게 전부인데, 그걸 받지 못하고 주우러 다니기 바쁘니 은우로서는 재미가 영 신통치 않았다.

- 됐어! 재미없으니까, 너는 그냥 미연이랑 놀아. 형 혼자 할 거야.

- 알았어..

시무룩한 표정으로 어깨를 늘어뜨리고 돌아서는 은수를 외면하며 은우는 얌체공을 벽에 튕기며 놀았다. 확실히 은수랑 노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 벽에 튕기며 노는 게 훨씬 더 재미있었다. 벽에 튕겨져 돌아오는 얌체공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잡아서 자신감이 생긴 은우는 이번엔 얌체공을 더 힘껏 던졌다. 울퉁불퉁한 벽에 세게 맞고 튄 공은 은우의 키를 훌쩍 넘어 뒤로 날아갔는데, 하필이면 공이 날아간 곳이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큰길 방향이었다. 얌체공이 내리막길로 굴러가면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엄청난 반발력으로 튕겨져 굴러가는 공을 잡을 수도 없거니와, 순식간에 어느 집 담장 안으로 넘어가거나 맨홀 구멍에 빠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때마침 은수와 미연이가 걸어가는 앞으로 공이 떨어졌고, 통통 튀면서 앞으로 굴러가는 얌체공을 본 은수는 공을 쫓아 뛰면서 은우를 향해 말했다.

- 헝아! 내가 잡아 줄게!

얌체공은 굴러가면서 점차 탄력을 잃긴 했지만 내리막길에 접어들면서 금세 은우의 시야에서 은수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제발.. 제발..’

은우는 얌체공을 잃어버리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은수가 뛰어간 내리막길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

둘 다 어디로 갔지?’

- 은수야!.. 은수야! 은수야, 어딨어?

탁 트인 내리막길 어디에도 은수와 얌체공이 보이지 않아 당황한 은우는 목청껏 은수의 이름을 불렀지만 은수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에 마음이 급해진 은우는 내리막길을 뛰어 내려가며 다시금 은수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 은수야!.. 은수야 어딨어?~

그때였다. 울먹이며 뛰어 내려가는 은우 앞에 검은 그림자가 불쑥 솟아올라 돌아보니 미연이었다.

- 미연아.. 은수는.. 은수 못 봤어?

미연이는 말없이 손을 펴 보였는데, 손바닥 위엔 은우가 놓친 형광색 얌체공이 놓여 있었다.

- 은수는? 미연아, 은수는?..

은우는 미연이의 어깨를 흔들며 은수의 행방을 물었지만 미연이는 말없이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 은수야! 은수야! 은수야!~

자신의 외침에 놀라 벌떡 일어난 은우는 캄캄한 방에서 은수부터 찾았다. 다행히 은수는 바로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 왜 그래 은우야? 나쁜 꿈 꿨어?

엄마의 말을 듣고 잠꼬대를 했다는 걸 안 은우는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다시 자. 누워.

엄마가 이불을 덮어 주며 토닥여 주자, 은우는 누운 채로 은수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손을 더듬어 은수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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