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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운 Oct 13. 2018

2. 형제

  - 엉아.

  - 형이라니까!

  - 헝아!

  아이는 동생이 자신을 부르는 게 싫었다. 특히나 형이라는 발음을 잘 못해서 엉아라고 부를 때마다 짜증이 솟구쳤다. 꼭 동생 코 밑의 콧물만큼이나 끈적거리는 느낌이었다. 

  - 왜?

  - 놀자.

  - 뭐 하구?

  - 그냥 밖에서 아무거나.

  - 아무거나 뭐?

  - 음.. 딱지치기 하자.

  아이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 따라와.


  엄마 아빠가 출근하면 동생을 돌보는 일은 아이의 몫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동생을 깨워 엄마가 차려 놓고 간 밥상에 머리를 맞대고 ‘뽀뽀뽀’를 보면서 아침을 먹는다. ‘뽀뽀뽀’를 보고 ‘TV 유치원 하나둘셋’마저 끝나고 나면, 고양이 세수를 하고 빗에 물을 묻혀 부스스한 머리를 빗는다. 그때부터야말로 길고 지루한 하루의 시작이다. 카세트테이프리코더의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앞뒷면 다해 60분이 넘는 어린이 만화 영화 주제가를 다 따라 부르고 나면, 동생은 이미 심심해서 방바닥을 뒹굴고 있고 아이는 남은 하루가 너무 길어 한숨을 쏟아 낸다. 하지만 귀찮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동생이 하루 중 단 한순간 가엾고 안쓰럽게 느껴지는 때이기도 해서 아이는 동생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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