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맨발이었고
우리는 안개 낀 강화의 밤을 걸었다.
약간의 서늘함도, 적당한 허기짐도
우리의 추억을 되돌리진 못했다.
친구는 소녀를 사랑했지만
마음은 예언처럼 안개 속에 갇혔다.
새벽이 오고,
계절이 가고,
스무 해가 바뀌었어도
여전한 소녀의 앳된 얼굴처럼
친구의 눈은 변함이 없었다.
소녀를 보내고 되돌아가는 길. .
유쾌하고 즐거웠던 우리의 추억은
소녀를 바라보던 친구의 애틋한 눈길에
홀로 가는 쓸쓸한 뒷모습에
유난히 자욱했던 그날의 안개 속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