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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색인 1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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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운 Sep 10. 2015

막차

술에 취한 겨울이었다.

바람은 찼지만 술의 온기는

우리들의 외투 속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그래도 가슴속의 허전한 빈자리마저

채울 수는 없었던지,

나는 그 빈자리에 연거푸 소주잔을 쏟아부었다.

차가운 공기에 희석된 알콜 냄새를 맡으며

우리는 역 앞에서 막차가 다가오는

시간을 미루고 있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에

막차로 뛰어가는 계단에서,

나는 내 가슴..

허전한 빈자리의 그녀를 만났다.

안부를 묻는 그녀의 입에서도

알코올 냄새가 났다.


막차가 도착하는 소리를 듣고서도

발을 떼지 못하고

눈앞을 맴도는 내게,

그녀의 눈은 

이제

떠나야할 시간임을 고하고 있었다. 

내가 지켜주지 못했던 슬픔이

시린 바람이 되어 외투 속을 파고들었다.


막차를 놓치고 걸어서 돌아오는 길..

시린 바람이 되어 파고드는 슬픔은 

술의 온기로도 덥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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