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할 때 미역국 끓여주는 사람

그 사람의 평범함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by 여름바다

오늘도 남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사과와 고구마를 먹으며 출근한다. 배가 살살 아픈 게 심상치 않다. 고구마를 한 입 베어 물고서는 남편에게 얘기한다.


"오빠~ 오늘 나 왠지 생리할 것 같아. 배가 생리할 것 같은 느낌이야"


"응. 생리 팡팡해 팡팡~ 마음껏 `"


우리에게 생리가 시작한다는 건 임신이 안됬다는 통보였다. 남편은 내가 실망할새 없이 일부러 즐겁게 이야기해주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생리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슬슬 아파왔다.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빠, 나 생리해~~"


"그렇구나. 배는 좀 어때?"


"살살 아파와. 아직 고비는 아니야"


"여보, 힘들면 보건실 가서 좀 쉬어. 무리하지 말고"


"응~"


회사 일이 바빠서 쉴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다. 남편은 내 상태가 괜찮은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여보, 배는 좀 어때?"


"많이 아파. 있다가 점심 먹고 바로 약 먹어야겠어"




우연히 구내식당에서 남편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마주 앉았다.


"이구, 여보 아픈 얼굴이네. 힘이 하나도 없네ㅠㅠ"


"응. 밥 먹고 진짜 조금 쉬어야겠어"



남편은 오후에 사무실로 올라와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은 좀 어때?"


"약 먹어서 조금 괜찮아졌어"


"다행이다. 힘들면 보건실 가서 또 쉬어 여보"


남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일이 많아서 야근을 했다. 퇴근 무렵 핏기 없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남편은 어쩔 수 없이 먼저 퇴근했다.


아픈 배를 붙들고 야근을 했다. 밤이 되어서야 드디어 일이 끝났고 남편에게 전화했다.


"오빠~~~ 나 끝났어~~~~ 해방!"


"여보~~~ 수고했어. 얼른 데리러 갈게"


도착한 남편의 손에는 미역이랑 소고기, 멸치액젓이 들려있었다.


"우리 여보, 고생했어. 배는 좀 어때? 오빠가 맛있는 미역국 끓여줄게. 내일 아침에 꼭 먹고 가"


"힝~ 배는 이제 좀 괜찮아. 오빠 미역국 너무 맛있겠다. 고마워. 감동이야"


집에 도착해보니 집안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바닥도 깨끗했고 빨래도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다. 내가 일하는 동안 남편도 쉬지 못하고 계속 집안일을 한 것 같다.


"오빠 좀 쉬지. 청소하느라 하나도 못 쉬었겠네"


"아니야~ 청소 끝내고 좀 쉬었어. 여보 얼른 쉬세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세요~!"


남편은 저녁 10시에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싱겁게 먹는 날 위해서 직접 먹이면서 간을 맞추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나를 보자마자 배는 좀 어떠냐고 물었다.


생리할 때면 남편은 하루에 최소 4번 이상은 내 상태를 체크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출근할 때, 오전에, 오후에, 저녁에 등등.

신기하게도 남편이 그렇게 물어봐주는 덕분에 생리하는 하루가 싫지 않다.

결혼하기 전, 생리하는데 일이 바빠서 못 쉴 때면 내 신세가 참 딱하다고 생각했었다. 배가 아픈 날에도 푹 쉬어주지 못하는 스스로한테 미안했었다.


남편이 미역국과 함께 맛있는 아침을 차려 주었다. 생리를 할 때면 피가 빠져나가서 확실히 힘이 없다. 허벅지 안쪽에 근육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평소 아침에 밥을 안 먹는데 몸이 본능적으로 스스로 지키려는지 미역국이 쑥쑥 들어갔다. 미역국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내 입맛에 딱 맞춘 고소하고 깔끔한 바다 맛 미역국이 정말 맛있었다. 미역국 파워 덕분에 오전 내내 쾌활하게 지낼 수 있었다.

오늘도 역시 남편의 진심 어린 질문 세례를 받았다.


"여보 배는 좀 어때?"


대답할 때마다 고마웠고 힘이 났다. 를 감시하듯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행복이었다.


점심때 수목원을 산책하면서 문득 이걸 다른 사람한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주의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서로의 기본적인 안부를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대가 된 것 같다.


먼저, 하루 종일 옆에 앉아있는 회사 짝꿍 김민찬 과장님에게도 안부를 자주 물어봐야겠다. 과장님은 승진을 계속 못하고 있어서 항상 어깨가 처져있고 한숨을 많이 쉬신다.


내일부터 김민찬 과장님에게 이렇게 안부를 물어보자.


(아침에) "과장님, 어제 저녁에는 잘 잤어요? 컨디션은 좀 어때요?"

(점심에) "과장님,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밥 먹고 뭐하면서 좀 쉬셨어요?"

(오후에) "과장님, 요즘 건강은 좀 어때요?" 혹은 "담배 끊는 거 힘들지는 않아요?"

(퇴근 무렵) "과장님, 주말에 뭐하세요~?"



상대방의 일상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지 않을까.

있어 보이는 주제로 대화하려고 하기보다 그 사람의 평범함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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