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을 고치면서 깨달은 것

'반드시 해낸다'는 마음의 효과

by 여름바다


돌아오는 주일은 시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놀러 오시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시부모님을 뵐 생각에 들떠있었다. 아버님께서 커피를 좋아하시는데 집에는 스틱 믹스커피와 스틱 원두커피 밖에 없었다. 아버님께 맛있는 커피를 내려드리고 싶었다. 2년간 안 쓰고 방치했던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을 다시 써야겠다 싶었다. 캡슐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네스프레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캡슐을 골랐다.


캡슐 20개를 장바구니에 담고 결재를 하려는데 이벤트 화면이 떴다. 첫 가입고객에게 제공하는 ‘베스트셀러 팩 캡슐 150개’였다. 게다가 41,000원 하는 캡슐 케이스까지 같이 주는 상품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캡슐 케이스를 하나 사려던 참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베스트셀러 150개’를 주문하는 게 이득이었다. 93,000원을 주고 ‘베스트셀러 팩 캡슐 150개’를 샀다.


드디어 택배가 도착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박스를 뜯었다. 커피와 함께 제공된 캡슐 케이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41,000원이니까 깨끗이 써서 나중에 중고로 팔아도 20,000원은 남겠다며 남편과 이야기했다. 이어서 캡슐 상자를 북북 뜯어서 케이스에 들이부었다.


자, 이제 드디어 신선한 커피를 내려 마실 차례였다. 향긋한 커피 향이 집안을 메울 것이라는 기대감에 신이 났다. 캡슐을 머신에 넣고 버튼을 누르는데 전동 드라이버로 벽에 못을 박는 듯한 소음이 났다.


‘드르르르릉 드르르르르릉 드르르르릉’


기계가 돌아가는 것 같은데 정작 커피는 추출이 되지 않았다. 물 조차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을 눌러보았지만 같은 현상만 반복되었다. 몇 번 하다가 안되자 일단 옆에서 같이 고생하고 있는 남편을 돌려보냈다. 커피 머신을 쓰는 건 나를 위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남편을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오빠, 오빠 쉬어~ 내가 해볼게. 쉬어 쉬어~”


10분 동안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탐색하며 작동시켜보았지만 상태는 똑같았다.

갑자기 이미 뜯어 놓은 93,000원어치의 캡슐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답답해졌다.


‘20개만 먼저 사놓고 해 볼 걸 그랬나. 기계가 안 될 줄은 몰랐네. 이런..’


남편에게 얘기했다.


“오빠, 계속 안되네. 내일 A/S센터에 전화해봐야겠다. 힝. 왜 안될까”


남편이 위로해주었다.


“그러게 왜 안될까. 속상하네. 여보, 여기 A/S센터 24시간인데?ㅎㅎ


알고 보니 남편이 A/S센터를 알아보고 있었다. 역시 나의 슈퍼맨 남편.


“우와, 진짜? 너무 잘됐다. 지금 전화해봐야지”


A/S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기계를 장기간 미사용 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일단, 담당자가 이상 현상을 바로 알아듣고 해결 방법을 알려주니 나는 안도했다. 커피 머신에 공기가 찼기 때문에 그 공기를 빼줘야 한다고 했다. 캡슐 삽입구 뚜껑을 연채 추출을 계속 시도해서 공기를 빼라는 것이었다. 최소 30번 정도 반복해서 추출을 시도하라고 했다. 혹시 해결이 안돼서 수리를 맡기게 되면 6만 원이 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서 시키는 대로 해보았다.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추출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한 번 누를 때마다 드르릉 거리는 소음과 함께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버튼을 적어도 50번까지는 눌러보자고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예 기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책을 보면서 버튼을 눌렀다. 50번 이상 누른 것 같은데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실망한 마음으로 A/S센터에 다시 전화를 했다. 다른 직원이 전화를 받았고 20번 추출을 1세트로 20분 간격으로 쉬었다가 계속 눌러보라고 했다. 두 명의 직원이 해결될 거라는 확신에 차서 얘기를 했기 때문에 다시 힘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이미 뜯어놓은 캡슐을 보니 뒤로 물러 설 곳이 없었다. 반드시 해낸다는 마음으로 다시 커피 추출을 시도했다. 반드시 이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추출하고 말겠다는 오기 비슷한 마음으로 끝까지 시도했다. 기계의 과열 우려가 있으니 20분 정도 쉬었다가 하라는 직원의 말이 떠올랐다.


잠깐 기계를 식힐 겸 방으로 기도하러 들어갔다. 하나님한테 기계 고쳐달라는 기도도 빼놓지 않았다. 기도를 마치고 나와서 버튼을 20번 더 눌렀다. 계속 상태는 똑같았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잠시 기계를 또 식힐 겸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다시 기계 버튼을 눌렀다.


“드르르르르릉, 드르르르릉 드르르 또르르르르, 췌에에에에에엑”


“와아!!!! 오빠!!!!!!, 하아 아아아 앙! 드디어 나와!! 아아아악”


“여보오~~~~~!!! 축하해~~~~~~ 고쳐졌네!!!! 고생했어~~~!!!!”


하아. 너무 기뻤다. 드디어 기계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을 조금 더 빼낸 뒤 커피 캡슐을 넣었다. 드디어 기계 추출구에서 커피가 흘러나왔다. 기쁜 마음으로 가장 먼저 남편에게 맛있는 커피를 한 잔 내려주었다.


원하는 일을 고생해서 이루고 나니 정말 기뻤다.


하지만 커피양이 예전보다 너무 조금 나왔다. 분명히 이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다시 A/S센터에 전화를 했다. 추출량 조절이 필요했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미 큰 문제를 해결했던 자신감으로 추출량 문제도 거뜬히 해결했다.




2시간가량 커피 머신을 붙들고 앉아서 시끄러운 소리를 참아가며 150번 정도 추출 버튼을 눌렀었다.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나 생각해 보았다.


그 이유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캡슐은 이미 환불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게다가 수리를 맡기게 되면 6만 원이 추가로 또 들었다.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스스로 기계를 고쳐야 했다. 게다가 A/S센터 직원이 고치는 방법까지 알려주지 않았나. 내가 몇 번 더 시도해보면 될 일인데 수리 직원을 불러서 추출 버튼 몇 번 더 눌러서 고쳐진다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었고 반드시 커피머신에서 커피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생겼었다.


문득, 다른 일도 이런 마음으로 하면 다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일이 많지는 않았었다.

무조건 붙어야 된다고 마음먹고 달려들었던 시험에 은 몇 번 있었다. 자격증 시험, 회사 입사시험, 승진시험 등이었다. 그것들은 늘 좋은 결과를 냈었다. 시험은 주어진 환경이 뚜렷하기 때문에 반드시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 쉬운 것 같다.


반면에 지금 하고 있는 책 쓰기나 앞으로 할 카페 창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라는 마음을 먹지는 못했었다. 아마도 과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막연함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잘해봐야지’, ‘잘할 수 있을 거야’ ‘꼭 해낼 거야” 정도의 마인드만 가졌었다. ‘꼭’과 ‘반드시’는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그만큼 생기는 열정도 다른 것 같다. 내게 ‘반드시’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당장 달려들 때 나오는 태도이다. ‘꼭’은 언젠가 이룬다는 시기의 여유가 많았다.


최근에 캘리 최의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책을 보면서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 궁금해졌다. 캘리 최가 가장 추천하는 책이 '더 시크릿'이었다. 예전부터 알던 책이었지만 비기독교적이라는 얘기가 있어서 그동안 안 읽었었다.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 알아볼 겸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추천한다는 '더 시크릿'을 읽어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반드시 해낸다는 마음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루는 것도 비슷한 원리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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